Oranje

[EK12] vs 덴마크 - 인정해야 할 패배

낑깡이야 2012. 6. 10. 03:19
완패입니다. 네덜란드는 자신들의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으며 감독은 팀이 기능하도록 전술을 운용하지 못했습니다. 30회에 가까운 슈팅을 기록하고도 덴마크의 수비를 뚫어내지 못한 것, 이 때문이죠. FW 반 페르시는 우려대로 지친 기색이 역력해 절호의 기회를 무수히 날려버렸고 FW 로벤은 이미 간파당한 공격 형태를 고집해 팀의 흐름을 깨뜨렸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수정해줘야 할 감독조차 안일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죠.

이미 FW 로벤의 우측 기용은 '죽은 카드'입니다. 반 마르바이크도 이를 인지하고 있고 적절히 수정하겠다고 밝혔죠. 그러나 말뿐이었습니다. MF 아펠라이가 나가고 FW 훈텔라르가 투입됐음에도 FW 로벤의 위치를 수정해주지 않았습니다. 한편 공격 카드를 과감히 꺼내 들지 못하고 망설여 흐름을 지체한 점, 선수들이 영웅 심리에 도취해 팀으로 기능하지 않고 개인 기량을 발휘하는 데에만 급급한 점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사실 덴마크가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가며 값진 승리를 거머쥐긴 했으나 네덜란드가 못 이길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수차례 공격이 덴마크를 위협했는데 평소대로 욕심부리지 않고 만들어갔더라면 최소 1~2골은 만들어낼 수 있는 경기였죠. 하지만 경기는 의도대로 풀리지 않았고 덴마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시점에서 반 마르바이크 감독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한 수'도 던지지 못한 채 상황을 방관했습니다.

특히 종료가 가까워질수록 전술에서 큰 역할을 했던 전 프랑크 데 부르 선임 코치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습니다. 매 경기 완성도 높은 90분짜리 각본이 준비돼 있던 2010 남아공 월드컵과 달리 덴마크전은 빈틈이 너무 많았습니다. 프랑크 데 부르가 있었다면? 가정에 불과하지만 측면 운영, 선수 교체 등 여러 부분에서 오늘과는 다른 선택지를 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 독일-포르투갈만 남았습니다. 첫 경기 패배로 남은 2경기서 모두 승리해야 안심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몰리게 됐습니다. 다음 상대는 독일. 부담스러운 상대인 것만은 사실이나 만약 덴마크전에서의 패배를 인정하고 전술을 수정한다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안이하게 대처한다면? 2연패로 죽음의 조에서 가장 먼저 낙마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보고 있습니까, 반 마르바이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