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약스의 유로파리그 결승 진출과 함께 그들의 찬란한 유산인 유스 시스템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주장 MF 데이비 클라센을 시작으로 '클라이베르트의 아들' FW 저스틴 클라이베르트, '더치 베르통언' DF 마타이스 데 리흐트 등 여러 선수가 핵심 전력으로 활약 중. 1군 스쿼드에 등록된 24명 가운데 유스 출신 선수는 무려 10명에 달하니 대단하죠?
여기서 가장 큰 화제는 후반기를 기점으로 핵심 전력으로 도약한 '무서운 10대들' 클라이베르트와 데 리흐트의 놀라운 활약입니다. 특히, 데 리흐트는 6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며 1군 데뷔/득점, 유로파리그 데뷔, 네덜란드 대표팀 승선이라는 성과를 쌓기도 했습니다. 겨우 17세 되는 애송이가 말이죠.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다재다능함. 먼저 수비를 보면 190cm가 넘는 장신답게 압도적인 제공권을 자랑하고 높은 집중력을 바탕으로 도움/공간 수비를 펼칩니다. 지능적/육체적인 수비가 모두 되는 유형. 그러나 이것이 그의 전부라면 '아약스형 수비수'라고 할 수 없겠죠. 정확한 중/장거리 전진패스를 탑재했으며 과감한 전진으로 아군의 공간 확보와 수적 우위에도 힘을 보탭니다.
이러한 유형은 최근에서야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현대 축구의 이상적인 수비 모델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 아약스에선 토탈부트발(Totaalvoetbal)로 대변되는 70년대부터 있어왔던 그래서 익숙하다 못해 친숙하기까지 한 것입니다.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선수는 토탈부트발 제너레이션의 한 축이자 후방 사령관 역할을 했던 DF 루드 크롤이겠죠. 위치에 구애를 받지 않으며 패스를 뿌리고 돌파를 하며 경기를 조립하던 그는 '후방의 크라이프'였습니다. 그러나 그와 발을 맞춘 수비수들도 허수아비는 아니었습니다. 강인한 인상과 건장한 체구로 공수를 넘나들었던, 그 모습이 흡사 탱크 같았던 DF 배리 훌스호프의 존재는 70년대 아약스의 강함을 대변하는 숨은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약스에 잠시 머물렀던 DF 로날드 쿠만의 바통을 이어받은 DF 프랑크 데 부르가 잊혀졌던 '크롤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라운드를 횡단하는 예술적인 롱패스는 한폭의 그림 같았고 낮게 깔리는 패스는 공격을 안내하는 나침반이었습니다. 되돌아보면 94/95 챔피언스리그 우승 과정에서 나온 여러 골뿐 아니라 98 프랑스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2:1 승)에서 나온 FW 데니스 베르캄프의 극적인 결승골, 00/01 라 리가에서 나온 FW 히바우두의 전설적인 오버헤드킥 모두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습니다. 루이 반 할 감독이 그를 '현대 축구의 플레이메이커'라고 했던 게 틀린 말은 아니었죠. 반 할의 선견지명이라고 할까요 허허.
다시 시간이 흘러 우리는 2000년대 초반 DF 크리스티안 키부라는 선수를 만나게 됩니다. 측면 수비에서 두각을 보여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그는 쿠만 감독을 만나 아약스의 이상적인 중앙 수비수 그리고 주장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직도 아약스 서포터들에게 회자되는 02/03 챔피언스리그 8강의 숨은 주역이 되죠. 그리고 그가 암스테르담을 떠날 때쯤 DF 죠니 헤이팅하가 등장, 오랫동안 활약하고 올해의 선수(2008년)에도 선정되며 키부의 그림자를 지워 갔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아약스는 흡사 더치 같이 느껴지던 두 벨기에인을 배출해내게 됩니다. 네, 다들 잘 아시는 토트넘 듀오 DF 얀 베르통언과 DF 토비 알더베이렐트죠. 베르통언은 여러 포지션에서 수행한 끝에 '세련된 훌스호프', '벨지움 크롤'이라는 얘기를 들을 만큼 세련된 수비수로 성장했고 알더베이렐트는 1군 승격과 동시에 아약스 수비의 적통을 잇는 자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에 보답하듯 7년 만에 리그 우승을 안기고 염원이었던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을 일궈내며 역사가 됐습니다.
이런 역사를 이제는 DF 데 리흐트, DF 자이로 리데발트 등 젊은 더치 유망주들이 이어가려 합니다. 이미 유로파리그 결승 진출로 큰 획을 한 차례 그은 것으로 보이며 무서운 건 이게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대단한 역사를 써내려갈지 같이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싶네요.
전설 DF 배리 훌스호프(왼쪽)과 함께 한 DF 마타이스 데 리흐트(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