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ivisie

아약스, 7년 만에 되찾은 왕좌

낑깡이야 2011. 5. 16. 00:37
33라운드가 종료된 시점에서 선두 트벤테와 2위 아약스의 격차는 불과 1점. 그러나 이 1점은 가깝다면 가깝게, 멀다면 멀게만 느껴지는 그런 점수였다. 2위팀으로선 승리한다면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격차이지만 무승부에 그친다면 줄어들지 않는 점수차. 이는 최종전이 아약스-트벤테로 배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암스테르담 아레나에서 치러진다는 이점이 있었지만 어린 선수들에겐 크나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아약스-트벤테의 2010/11 에레디비지 최종전. 예상 외로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트벤테는 우승을 향한 아약스의 강한 집념에 허둥대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3-1. 종료 휘슬이 울리자 암스테르담 아레나에 축포가 터졌고 초조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코칭스태프 & 선수들은 일제히 피치 위로 달려나갔다. 세 번째 별을 달기 위한 아약스의 험난한 도전기는 7년 만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우승후보 0순위의 험난한 전반기
2010/11시즌을 앞두고 평론가 대부분이 아약스의 우승을 점쳤다. 디펜딩 챔피언 트벤테가 건재함에도 이들의 우승을 점쳤던 것은 압도적이었던 09/10시즌 후반기 때문. 여기에 엘 함다위 & 수아레스라는 무시무시한 조합이 탄생하면서 10/11시즌 우승은 아약스가 될 수밖에 없다는 섣부른 예상까지 쏟아졌다. 하지만 '역대 최강의 2위'라 불리던 이들의 항해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09/10시즌을 14연승으로 마감한 이들에게도 불안요소가 있었다. 판텔리치, 롬메달 등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난 베테랑들의 이탈, 월드컵 & 챔피언스리그 예선으로 인한 주축 선수들의 피로 누적 등이 바로 그것. 여기에 챔피언스리그 본선을 병행하는 빡빡한 스케줄이 이어지면서 부담은 늘어만 갔다. 특히 베스트 11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욜 체제는 어느 때보다 일찍 체력적 부담을 느끼며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탈 에레디비지 듀오' 엘 함다위-수아레스가 괴력을 발휘한 덕분에 선두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욜 체제에 마침내 위기가 찾아왔다. 옥세르와의 조별리그 4차전 패배(1-2)로 16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팀이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리더니 ADO와 AZ에 연달아 패하며 우승 경쟁에서도 밀려나는 조짐을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PSV전(0-0)에선 수아레스가 불미스러운 일로 중징계를 받으면서 전력을 이탈했다.

프랭키, 'AJAX SPIRIT'을 되살리다
결국 악재가 겹치며 걷잡을 수 없는 부진에 빠졌고 욜 감독은 이를 책임지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 지휘봉을 A1 감독 프랑크 데 부르가 이어받았다.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우려가 있었지만 사실 기대가 더 컸다. 그는 선수 시절부터 전술 이해도가 높고 리더십이 출중해 감독으로 대성할 인물 0순위였다. 또한 실제로 아약스 유스 감독과 네덜란드 대표팀 코치를 역임, 성과물을 내며 이를 증명했다.

그의 데뷔전은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6차전. 이미 16강에 진출한 AC밀란과 달리 아약스는 패하면 결과에 따라 유로파리그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 최소 무승부를 거둬야 하는 중대한 경기였다. 그러나 프랭키 체제는 이러한 부담감을 이겨내고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였고 오히려 적지에서 2-0으로 승리, 데뷔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프랭키 체제의 성공적인 출범을 알리는 최상의 결과였다.


특히 프랭키는 'AJAX SPIRIT'에 중점을 뒀다. 이 젊은 감독은 유스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는 한편 과감하고 공격적인 전술로 실종됐던 아약스의 전통을 되찾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욜 체제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역동성을 되찾았다. 비록 유로파리그에선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8강에 만족해야 했지만 에레디비지에선 승승장구하면서 멀게만 느껴지던 우승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인내와 끈기, 세 번째 별을 안기다

신예 감독들이 모두 그렇듯이 프랭키호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위트레흐트 원정길에서 0대3으로 참패,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더니 로다 JC, ADO 등 중상위권 클럽들과의 원정 경기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강한 집중력을 발휘, 경기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가운데 ADO전은 비록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허용, 2대3으로 패했지만 아약스의 정신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특히 인내와 끈기는 우승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는 원동력이 됐다. 아약스는 단 한 차례도 선두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조바심내지 않고 항상 자신들의 경기를 펼치는 데 주력했으며 라이벌들이 미끄러질 때까지 참고 또 참았다. 그리고 31라운드서 트벤테가 데 흐라프샤프와 0대0으로 비기고 32라운드서 PSV가 페예노르트에 1대3으로 패할 때 모두 승리를 거두며 기회가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7년 만의 우승 그리고 30회 우승.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아약스는 마침내 세 번째 별을 품에 안았다. 이 우승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그동안 고비를 넘지 못하고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맛봐야 했던 이들은 이번 우승으로 강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또한 주력들을 붙잡을 명분도 생겼다. 이미 반 더 빌은 '반드시'라는 완곡한 표현으로 잔류를 표명했고 베르통언도 '4번째 별을 노릴 차례'라며 잔류를 암시했다.

에레디비지 정상 탈환에 성공한 아약스. 이들의 다음 미션은 '대반격! 챔피언스리그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