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팩트부터. 이적에 관해서 이야기해보죠. 이번 이적은 주작 본인의 의사라기보다는 오히려 PSV의 뜻을 최대한 받아들여서 진행된 이적입니다. 사실 제 의견으로는 주작 정도의 재능이라면 당장 EPL로 건너와도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는 녀석입니다. 그러나 'EPL 팀 가운데 주작에게 안지가 제시한 14m을 선뜻 제시할 클럽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망설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죠.
결국 돈이 문제입니다. 최근 PSV는 지나친 투자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거듭되는 챔피언스리그 실패가 가장 주된 원인이죠. 이 때문에 최근에는 백넘버 위에 서브 스폰서를 다는 유례없던 계약을 진행하기도 했고 에인트호벤 시로부터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PSV가 주는 이미지 - 네덜란드서 재정적으로 가장 건강한 클럽 - 와는 동떨어지는 행보죠.
물론 빅리그 욕심을 내는 선수 본인이 거절할 수도 있었겠죠. 그러나 주작은 의리 있는 녀석이었습니다. 러시아로 이적함에 따라 따라오는 수입의 매력도 있었겠지만 PSV의 재정적 어려움을 인지하고 팀의 선택을 존중해줬습니다. 자신을 현재 위치까지 성장시켜준 팀에 대한 예의랄까요. 안지로 이적하는 동안 아무런 마찰 없이 팀이 진행하는 대로 따랐다는 사실에서 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죠.
그리고 주작의 퍼포먼스에 관하여. 네덜란드에 갓 입성했던 당시에는 기복이 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올 시즌은 꾸준한 경기력으로 측면을 지배했고 후반기에 만신창이가 된 PSV 공격진을 홀로 이끌었습니다. 유럽대항전서도 릴, 벤피카, 레인저스 등을 상대로 맹활약,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죠. 올 시즌 다소 부진했다, 기복이 심했다 등의 이야기는 진실이 아닙니다.
EPL에 참 잘 어울리는 선수고 그래서 EPL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던 녀석이었는데 이 행보는 아쉬울 따름입니다. 주작이 만약 더치였으면 이렇게 쉽게 러시아로 떠나보냈을까라는 생각도 들구요. 그래도 재능이 있으니 돌아가는 것일 뿐, 조만간 다시 큰 무대로 건너오리라 생각합니다. 무운을 빕니다. 그동안 아약스 괴롭히느라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