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ivisie

흐로닝언으로 간 석현준, 그 시시콜콜한 이야기(上)

낑깡이야 2011. 6. 27. 18:15

신데렐라 같은 입단 스토리, 융 아약스(리저브)에서의 폭풍 활약에 힘입은 A 대표팀 데뷔 그리고 갑작스러운 방출통보. 여기까지는 석현준의 팬이 아니더라도 유럽축구 팬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법한 이야기다. 한편 석현준이라는 사내는 리저브 활약상에 의한 과대평가, A & 청소년 대표팀에서의 부진에 의한 과소평가가 공존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이에 흐로닝언 이적을 기념하여 그에 대한 설을 풀어볼까 한다.

[오피셜]석현준, 흐로닝언과 2+2년 계약 http://t.co/qK0Jucv

그를 논할 때 아약스에서의 2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시간에는 아약스에서의 2년 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전해볼까 한다. 입단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던 숨겨진 이유, 미스테리했던 2년차, 아약스가 협상을 포기한 이유 등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흐로닝언이 그를 택한 이유, 새로운 팀에서의 전망 등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 자- 이제 시시콜콜한 이야기, START. 

무명의 한국 선수, 넥스트 클라이베르트를 울리다
석현준은 입단 당시부터 아약스 서포터들로부터 엄청난 기대와 환호를 받았다. 단신으로 뛰어들어 입단테스트를 통과, 프로 계약을 체결한 기적 같은 스토리가 흡사 '리트마넨 스토리'를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론가, 기자 등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에게 기대를 건 것은 마찬가지. 이는 '넥스트 클라이베르트'를 밀어낸 그의 어마어마한 잠재력 때문이었을 터.

현재 아약스서 '넥스트 클라이베르트'로 불리며 기대를 한몸에 받는 장신 공격수가 있다. 그 이름 카스티욘. 오랑예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거친 엘리트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좌절을 안겨준 선수가 있으니 그가 바로 석현준이다. 석현준은 입단과 동시에 단숨에 리저브 주전을 꿰찼고 하이스트라 감독(現 흐로닝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국 카스티욘은 벤치로 떠밀렸고 설상가상으로 부상이 재발, 다시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여기서 재밌는 이야기. 고객의 입지를 불안하게 여기던 카스티욘 에이전트가 석현준 측에 협상을 제안한 것. 석현준은 에레디비지 어느 팀에서도 인정받을 기량을 지닌 선수니 다른 팀을 추천해주겠다는 것이 제안이었다. 카스티욘의 앞길에 저해될 것을 우려한, 기분 좋은 제의였다. 그러나 석현준 측은 이를 거부하고 아약스와 계약을 체결, 리저브서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넥스트 클라이베르트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었다.

꿈 같았던 1년차 그리고 악몽 같았던 2년차
입단 1년차 당시 리저브서 보여준 활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부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국내에선 잘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석현준이 리저브서 활약하는 모습을 하이라이트와 풀-타임으로 누구보다 오랫동안 지켜본 나는 그의 잠재력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았다. 특히 부상 회복 후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리저브 경기를 소화한 PSV 1군 선수들이 고전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확신했다.

이듬해 석현준은 프리 시즌서 맹활약, 기대를 더욱 증폭시켰다. 그러나 엘 함다위-미도의 영입, 수아레스의 잔류로 그에겐 좀처럼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고 그를 발탁한 욜도 결과가 필요한 시점이었기에 선뜻 기회를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가 임대되지 않았던 것은 아약스의 장기적인 플랜에 속해 있었기 때문.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 성장하고 적응할 시간을 준 다음 후반기에 임대, 경기 감각을 익히게 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러나 욜의 사임, 레전드와 프론트진의 파워-게임, 프랑크 데 부르 감독의 갑작스러운 취임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석현준에게 프랑크 데 부르의 취임은 결정타였다. 아약스로 돌아온 크라이프와 그는 아약스가 다시 유스를 중심으로 일어서는 - 1995년 골든 제너레이션처럼 - 팀이 되길 원했고 이 과정에서 석현준뿐 아니라 엘 함다위, 미도, 린그렌 등 많은 선수들이 아약스로부터 전력외 취급을 받았다.

그가 가지지 못한 타이틀 'REAL AJACIED'
불과 1년전만 해도 리저브 무대를 평정했던 선수가 방출 통보를 받는다? 상식대로라면 네덜란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네덜란드의 리저브는 에레디비지 경기 못지않게 서포터들이 몰려들며 각팀 코칭스태프와 스카우트들이 항상 관전하는 무대다. 이 무대에서 석현준 정도의 활약을 펼쳤다면 A팀 승격이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팀이 석현준의 임대 혹은 영입에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감독 교체가 석현준의 입지를 바꿔놓았다. 촉망 받는 공격수서 한 순간에 전력외로 전락하고 말았다. 원인은 딱 하나. 새롭게 부임한 프론트진과 코칭스태프의 철학 때문이었다. 그들은 아약스 정신(Ajax Spirit)이 몸에 배어 있는 'REAL AJACIED'를 원했고 단순히 A팀만이 아니라 뿌리 - 유스 시스템 - 까지 바꾸길 원했다. 불과 1년전 홀연단신으로 아약스에 입단한 석현준에겐 당연히 찾을 수 없는 '타이틀'이었다.

아약스와의 첫번째 인연은 이렇게 매듭이 지어졌다. 분명히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결말. 그러나 그 속에서도 수확은 있었다. 먼저 유럽 문화를 체험하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 특히 선수들에 최고의 배경을 제공하는 아약스서 그러한 경험을 취득한 것은 큰 자산이다. 이는 장차 더 큰 무대로 뻗어나갈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아약스 리저브서 인연을 만든 것. 이 인연이 그에게 흐로닝언이라는 새로운 끈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