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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로닝언으로 간 석현준, 그 시시콜콜한 이야기(中)

낑깡이야 2011. 6. 28. 14:49

흐로닝언으로 간 석현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그 두 번째 시간이다. 지난 시간에는 입단 당시 주목을 받았던 숨겨진 이유, 미스테리했던 2년차, 아약스가 협상을 포기한 이유 등 2년 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아약스 스토리를 짧게 이야기해봤다. 이어 이번 시간에는 흐로닝언으로 가기까지 순탄치 않았던 여정, 새로운 팀에서의 전망 등을 이야기할 예정.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험난한 가시밭길과 흥분되는 미래가 공존하고 있다.

흐로닝언으로 간 석현준, 그 시시콜콜한 이야기(上) http://durl.kr/b9sbn

아약스로부터 이별을 선고받은 석현준은 호펜하임서 입단테스트를 받는 등 새 클럽 찾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또한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 수원컵에 참가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둥지를 잃어버린 심리적 압박감,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를 짓눌렀다. 이 와중에 악재가 겹쳤다. 훈련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한 것. 당연히 새 클럽 찾기도 전면 중단. 그의 여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인연의 끈, 재도약의 기회를 주다
일부 클럽들은 석현준이 부상으로 주사치료, 재활을 받고 있음에도 비공개로 접촉 혹은 영입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 그러나 그는 인연을 택했다. 여러 클럽의 구애를 뿌리치고 '은사' 피터 하이스트라의 품에 안긴 것. 욜이 석현준을 발탁한 인물이라면 하이스트라는 석현준의 재능을 믿고 전폭적으로 지지, 숨겨진 재능을 끌어내 준 인물이다. 이런 스승과의 재회를 마다할 제자가 어디 있을까.

차기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에 재도전할 흐로닝언이 A팀 경험이 많지 않은 한국 FW를 영입한다? 도박 혹은 오판으로 보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하이스트라 감독이 직접 석현준의 영입을 추진한 것은 그의 기량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슬로베니아 대표 마탑스, 덴마크 출신 페데르센에 이은 3번째 FW라고는 하나 이러한 믿음이 없었다면 계약이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약스서 시작된 인연은 하이스트라에서 끝나지 않았다. 리저브서 호흡을 맞췄던 동료인 DF 카펠호프와 버넷이 일찌감치 하이스트라 품에 안겨 석현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석현준의 흐로닝언 적응에 누구보다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어떤 면에선 무(無)에서 시작한 암스테르담 생활보다는 훨씬 나은 환경에서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게 되는 셈. 특히 같은 처지로 아약스를 떠나게 됐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의지가 될 것이다.

흐로닝언, 최적의 환경이자 최상의 선택
네덜란드 프리슬란드주는 전도유망한 공격수들에겐 최적의 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헤렌벤은 렌스트라부터 반 니스텔로이, 훈텔라르 등 오랑예 대표 공격수들을 양성해낸 곳으로 유명하며 흐로닝언은 로벤과 수아레스가 유럽 무대에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곳이다. 에레디비지를 대표하는 빅클럽은 아니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이 경기 감각을 쌓고 기량을 펼치면서도 위닝 마인드를 배우기 더없이 좋은 여건이 마련된 곳이다.

특히 흐로닝언 이적을 지지하는 이유는 네덜란드 잔류를 택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는 2년 동안 허성 세월을 보낸 것이 아니다. 언어를 익히고 문화를 배우며 네덜란드에 녹아들었다. 그 결과, 언어 구사 능력도 'Ja(Yes)', 'Nee(No)' 등 간단한 대답밖에 하지 못하던 풋내기에서 통역 없이 원활하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다. 어렵게 배우고 쌓은 것을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 아닐까.

흐로닝언. 과거 유필러리그(2부)로 강등되는 부침도 겪었으나 얀스 감독(現 헤렌벤) 시대를 거치며 리그를 대표하는 중상위권 클럽으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지난 시즌 약 10년 만에 사령탑이 교체되는 변화 속에서도 5위를 마크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비록 ADO와의 PO 결승서 승부차기 끝에 패배, 유로파리그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언제나 유럽대항전 진출을 꿈꿀 수 있는, 석현준에겐 다시 꿈을 키울 수 있는 최상의 클럽이다.

가시밭길서 희망을 찾는다
어느 클럽에서나 경쟁은 있기 마련. 흐로닝언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새 얼굴' 석현준에겐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될 전망. 지난 시즌 하이스트라 체제의 흐로닝언은 4-2-3-1과 4-4-2를 병행했다. 이는 공격수들은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들까지 석현준의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적게는 2~3명, 많게는 4~5명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 흐로닝언에서 입지를 다지는 길도 역시 멀고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그러나 이런 석현준에게도 희망이 있다. 하이스트라 체제가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하이스트라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생긴 변화가 석현준을 향해 웃어주고 있다. 과거 얀스 체제의 흐로닝언은 선 굵고 거친 축구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얀스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하이스트라는 이러한 색에서 탈피, 아기자기한 '아약스식 축구'를 접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아약스를 경험한 석현준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구단 정책도 미소를 머금게 한다. CEO 한스 나일란트가 이끄는 프론트진은 에레디비지서 가장 열성적이며 전투적인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직접 길러낸 유망주에겐 애정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성장시킨 선수를 타 클럽으로 떠나보낼 때는 확실한 경계선을 그어 타 팀으로 하여금 선수에 대한 예우를 갖추게 한다. 그리고 2006년에 개장한 최신식 스타디움 '유로보흐'까지. 재도약의 무대로 이보다 좋을 곳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