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오랑예를 결승까지 이끈 83-84세대들은 여전히 전성기를 구가 중입니다. 유로 2012는 물론,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는 걱정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1선에서 물러나면 네덜란드는 다시 침체기를 겪으리라는 주장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재밌는 일입니다. FW 베르캄프를 필두로 한 90년대 제너레이션들이 1선에서 물러날 당시에도 그런 주장이 쏟아졌으니까요. 그러나 결과는? 보신 대로입니다.
자. 서론이 길었습니다. 오늘은 83-84세대들이 물러난 뒤 오랑예를 책임질, 에레디비지서 가장 잘 나가는 유망주들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한동안 유망주들이 빛을 보지 못해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11/12시즌을 기점으로 유망주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반가운 일이겠죠. 참, 90년 이후 출생 선수들 가운데 11명을 엄선해 구성했으니 이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Ola John/Geoffrey Castillion/Jerson Cabral
Rodney Sneijder/Adam Maher/Jordy Clasie
Lorenzo Burnet/Virgil van Dijk/Jeffrey Gouwleeuw/Kelvin Leerdam
Jeroen Zoet
FW Ola John(Twente) - 1992년생. FW 차들리의 공백을 틈타 트벤테 측면 한자리를 꿰찬 유망주. 과거 오랑예에도 이름을 올리며 기대를 모았던 FW 콜린스 욘의 동생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잠재력만큼은 3형제(패디-콜린스-올라) 가운데 최고. 시원시원한 돌파와 정확한 크로스를 장기로 하며 수비와의 1대1 대결에서도 물러섬이 없다. 이 기세를 등에 업고 융 오랑예에도 승선,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다.
FW Geoffrey Castillion(RKC) - 1991년생. 연령별 대표팀에서 항상 No.9으로 활약한 초 엘리트이자 '넥스트 클라이베르트'로 육성 중인 아약스 아카데미의 작품. 그러나 '클라이베르트'보다는 오히려 '아데바요르'에 가깝다. 장신임에도 유연하고 기동력까지 갖춰 '장래 오랑예 No.9을 책임질 공격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 시즌 RKC에 임대돼 프로로 데뷔. 그러나 아직 미숙한 점이 많다. 부상 경력이 많은 것도 불안요소.
FW Jerson Cabral(Feyenoord) - 1991년생. 10/11시즌까지만 해도 임대생 FW 미야이치에 밀린 벤치-워머였다. 그러나 로날드 쿠만의 취임과 함께 리그에서 으뜸가는 에이스로 거듭났다. 페예노르트 선수들이 가장 신뢰하는 1대1 측면 공격수이기도. 기동력, 테크닉, 드리블 등 측면 공격수의 덕목을 모두 갖춘 선수로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패턴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으며 연계와 체력 보강에도 신경 써야 한다.
Middenvelders
MF Rodney Sneijder(Utrecht) - 1991년생. 현 오랑예 No.10 베슬리 스네이더의 동생. 왼발에 능숙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형의 어린 시절과 판박이인 중앙 미드필더다. 프리킥, 코너킥 등 세트 피스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며 중장거리 슈팅에도 능하다. 공수에 부지런히 가담하며 저돌적이라는 점도 형의 어린 시절과 꼭 빼닮아 있다. 프로에서도 통할 만한 체격을 키우고 경험을 늘려간다면 형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MF Adam Maher(AZ) - 1993년생. 11/12시즌을 뜨겁게 달구는 유망주. MF 마르텐스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우며 AZ가 선두를 질주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최근 그의 아버지가 '마헤르는 모로코가 아닌, 네덜란드를 택할 것'이라고 주장해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다른 유망주들과 달리 섬세함까지 갖춰 미래 오랑예의 No.10으로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 경기 운영과 득점력은 차차 개선되리라 본다.
MF Jordy Clasie (Feyenoord) - 1991년생. 10/11시즌 '꼴찌' 엑셀시오르의 중원에서 홀로 빛났던 보석. 11/12시즌 소속팀으로 복귀해 '페예노르트의 사비'를 목표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 중이다. 가장 큰 장점은 신예답지 않은 노련미. 키핑력과 방향 전환이 돋보이며 공격 이해력과 상황 판단력에서도 또래 친구들이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풍긴다. 아직 어린 친구답게 기복이 있고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면이 있다는 점이 흠.
Verdedigers
DF Lorenzo Burnet(Groningen) - 1991년생. 프로 데뷔 첫해부터 리그를 접수 중인 전도유망한 아약스 출신 레프트백. 프랑크 데 부르 감독의 선택은 A1에서 직접 지도한 DF 보일리센이었으나 사실 잠재력만으로는 버넷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며 부동의 레프트백으로 활약한 선수. 공수를 쉴 새 없이 넘나드는 부지런함이 프로에서도 통하고 있다. 오랑예에 가장 먼저 입성할 후보.
DF Virgil van Dijk(Groningen) - 1991년생. 10/11시즌 유로파리그 티켓 플레이오프에서 결정적인 득점을 올리며 혜성 같이 떠오른 신성. 플레이 성향만 놓고 보면 전임 주장 DF 그란크비스트를 빼닮았다. 중앙 수비수이나 공격에도 일가견이 있는 재주꾼. 수비수답지 않은 테크닉, 공격수 못지않은 득점력, 호쾌한 중장거리 슈팅 등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러나 아직 수비에선 자신의 체격을 100% 활용하지 못해 아쉽다.
DF Jeffrey Gouwleeuw(Heerenveen) - 1991년생. 쏟아지는 젊은 수비수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존재. DF 크라이스바이크를 밀어내고 DF 조머의 파트너로 맹활약 중. 장신이나 제공권, 대인 방어 등 힘과 높이를 활용한 육체적인 수비보다는 패스 길목을 사전에 차단하고 공격을 전개하는 지능적인 수비에 능하다. 그러다보니 다소 기복을 보이는 것이 사실. 그럼에도 오랑예 DF의 중추가 될 재목으로 부족함이 없다.
DF Kelvin Leerdam(Feyenoord) - 1990년생. 수비형 MF, 측면 DF를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 올 시즌 부상자가 속출해 비상이 걸린 페예노르트의 측면 수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신의 우상인 나이젤 데 용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활력소가 되고 있다. 단, 공수 어느 한 부분에서도 아직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며 팀 사정 때문에 주력 포지션에서 활약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Doelmannen
GK Jeroen Zoet(RKC) - 1991년생. 11/12시즌 초반 RKC의 돌풍에 있어 빼놓아선 안 될 젊은 수호신. 해외에서 GK 크룰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면 자국에선 단연 주트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11라운드까지만 놓고 봤을 땐 GK 베르메르(아약스), GK 이삭손(PSV), GK 에스테반(AZ) 등 우승후보들의 골리보다 나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신을 임대보내고 GK 티톤을 임차한 PSV의 선택이 틀렸다고 증명하고 있다.
Stand-by
이밖에 FW Luciano Narsingh(Heerenveen), FW Rick ten Voorde(RKC), FW Alex Schalk(NAC), MF Roland Alberg(Excelsior), MF Maikel Kieftenbeld(Groningen), MF Marco van Ginkel(Vitesse), MF DF Ben Rienstra(Heracles), DF Ted van de Pavert(de Graafschap) 등이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보는 일, 분명히 흥미진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