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ivisie

빅리그 임대생들의 활약상, 그 진실

낑깡이야 2012. 1. 6. 09:54
레디비지는 선수 수급이 활발한 리그이며 이에 따라 각국에서 선수들이 몰려듭니다. 유럽 변방 국가나 제3의 대륙 선수들이 성장을 위해 거쳐 가는 곳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빅리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유망주들이 임대되는 주요 무대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만 해도 여러 리그, 특히 EPL에서 기대를 받는 선수들이 다녀가거나 활약 중이죠. 그러나 이들의 모습,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특히 쉽사리 접할 수 없다보니 활약상이 과대평가되기 일쑤. '료 미야이치가 입단하자마자 리그를 휩쓸었다', '구이데티가 에레디비지를 정복 중이라더라' 등 실제와는 다른 이야기들이 진실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거짓은 아니죠. 그러나 가끔 지켜보면 '이건 아닌데', '과하다'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가장 오랫동안 지켜본 제가 활약상이 어땠는지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MF 미로슬라브 스토흐(Miroslav Stoch, 첼시  트벤테) - 이 포스팅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종종 첼시팬 일부가 MF 스토흐를 중용하지 않고 이적시켜버린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곤 하는데 가장 주된 이유는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재능이고 에레디비지서 실적도 올렸다'겠죠. 트벤테에 창단 첫 우승을 안겨준 공신 가운데 하나이며 10골이나 터뜨렸으니 정상급 활약을 펼쳤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겠죠. 그러나 후반기에 보여준 그의 경기력은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개막전 라인업은 B.루이스-은쿠포-스토흐였습니다. 그러나 개막전부터 강한 인상을 남긴 FW 브라이언 루이스와 달리 스토흐의 경기력은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에 맥클라렌 감독이 꺼내 든 전술이 루이스와 스토흐의 스위칭. 이와 함께 측면에 중점을 둔 패턴을 버리고 측면 자원들이 중앙으로 쇄도하게 전술을 조정했죠. 이것으로 큰 재미를 봤습니다. 스토흐는 전반기에만 8골을 몰아쳤죠. 그러나 단순한 공격패턴이 후반기로 갈수록 상대 수비에 읽히면서 공격에 보탬이 되긴커녕 민폐만 끼쳤습니다.

트벤테 임대 기간이 종료되고 아약스, PSV와 잠시 연결됐으나 링크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트벤테에서의 행보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니 그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겠죠. 결국 지난 시즌 페네르바체행을 택했는데 터키 무대에서도 꽤 고전하는 모습이더군요. 다행히 올 시즌 초반 행보는 좋아 보이는데 단순히 기록만 쌓고 있는 것인지, 성장한 것인지는 알 수 없군요. 여하튼 스토흐의 네덜란드 생활은 보이는 것만큼 그리 화려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네요.



FW 료 미야이치(Ryo Miyaichi, 아스널 ☞ 페예노르트) - 12경기 3골 4도움. 주간 베스트 11 수차례, 코너킥 전담. 4개월 만에 대단히 큰 성과를 거두고 아스널로 돌아갔다고 전해지고 있죠. 표면적으로 보면 상당히 인상적인 것들입니다. 확실히 그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어요. 10/11시즌 후반기, 페예노르트의 부활에는 혹평이 쏟아졌던 MF 바이날둠의 각성, DF 블라르의 고군분투 등이 있었지만 미야이치의 가세도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죠. 그러나 적수가 없을 만큼 독보적이었고 마치 리그를 휩쓴 것처럼 보면 곤란합니다.

이 녀석의 문제도 스토흐와 똑같습니다. 패턴이 단순해 경기를 거듭할수록 돌파 횟수가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경기력도 하락했습니다. 프로 무대를 경험하기엔 아직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풀타임을 소화하기가 어려웠고 이 때문에 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도 기복에 시달렸습니다. 사실 스탯도 3골 4도움 중 2골 2도움이 강등팀 빌렘 II전(6대1 승)에서 나온 것이며 코너킥 전담도 킥을 좋아서라기보다는 내부 사정으로 책임졌던 것입니다. 마리오 벤 감독이 유스 출신 MF 카브랄보다 료를 아꼈던 것도 있구요.

개인적으로는 그가 아약스 대신 아스널, 정확하게는 에레디비지 대신 EPL 직행을 택한 것이 아쉽습니다. 빅클럽의 구애를 뿌리칠 이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료가 성장하는 데 에레디비지만큼 좋은 무대는 없다고 봤거든요. 물론 아약스에 입단했다고 페예노르트처럼 바로 출전 기회를 받진 못했겠지만 어떻게든 1군 무대는 꾸준히 경험할 수 있었을 겁니다. DF 야스다, DF 요시다 등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자국 선수들도 많구요. MF 혼다의 성공을 시작으로 일본 선수들이 날로 느는 추세죠. 아쉽지만 아스널에서라도 잘 해주길.


 

DF 
슬로보단 라이코비치(Slobodan Rajkovic, 첼시 ☞ PSV/트벤테/비테세) - 빅리그 임대생들 가운데 에레디비지서 가장 오랫동안 활약한 선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첼시 소속으로 PSV, 트벤테, 비테세 등 에레디비지 명문 클럽들을 모두 거치며 활약했죠. 그러나 첼시의 기대와 달리 성장 폭이 크진 않았습니다. 출전 횟수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인정받는 선수였으나 팀에 반드시 없어서는 안 될 중추는 아니었습니다. PSV와 트벤테에선 백업 자원에 불과했고 비테세에선 많은 출전 기회를 잡았으나 그리 돋보이진 못했습니다.

PSV에선 DF 알시데스, DF 마르셀리스와 주전 경쟁을 펼쳤으나 다소 밀리는 형국이었고 트벤테에서는 '철의 백4'라 불리던 브라프하이트(틴달리)-빌라르트(비스헤르호프)-더글라스-R.스탐의 뒤를 받치는 데 머물렀죠. 그나마 비테세에선 중앙과 왼쪽을 오가며 주전급으로 활약했으나 팀이 부진해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진 못했습니다. 결국 네덜란드에서 4년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임대/임차한 소속팀도, 본인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입니다.

라이코비치의 기량은 에레디비지 기준에선 나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가 에레디비지 소속이 아닌, 빅리그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임대 온 유망주였다는 사실입니다. 
이 기준에서 그가 4년간 보여준 활약상은 확실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첼시도, 에레디비지도 아닌 제3의 클럽 함부르크로 이적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라이코비치. 첼시의 부담스러운 시선 때문에 늘 중압감에 시달렸을 텐데 함부르크에선 못다 핀 날개를 펴기 바랍니다. 근데 듣자하니 거기서도 기대 이하인 모양(응?).



FW 욘 구이데티(John Guidetti, 맨체스터 시티 ☞ 페예노르트) - 12경기 11골. 특히 트벤테전(3대2 승)에선 해트트릭을 작렬, 데 카입을 뒤흔들었습니다. 지난 시즌의 활약을 등에 업고 인터밀란에 입성한 FW 카스타뇨스의 존재는 잊혀진지 오래. 군중을 휘어잡는 스타 기질과 경기를 결정짓는 해결사 능력으로 페예노르트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전반기만 활약했을 뿐인데 벌써 아스널, 에스파뇰 등 여러 클럽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스웨덴 스타가 탄생하는 것일까요.

사실 구이데티는 페예노르트 임대 과정부터 시끌벅적했던 녀석입니다. 올여름 보스먼룰로 트벤테 이적이 거의 성사될 뻔했습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원소속팀 맨체스터 시티와 재계약을 맺고 페예노르트로 임대왔죠. 이 과정에서 
욥 문스터만 트벤테 구단주가 꽤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고 축구협회 기관인 FBO(Federatie Betaald Voetbal Organization)이 심사를 담당하는 등 이적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연일 골 행진을 펼치며 왜 자신을 두고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그의 기량을 평가하는 것에는 조심스럽습니다. 분명히 기세가 좋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양발도 능숙하게 쓰고 다재다능합니다. 특히 골키퍼를 난감하게 하는 난해한 슈팅 타이밍이 기가 막힙니다. 그러나 이것들이 에레디비지 레벨이라 통하는 것이지 더욱 강력한 압박이 가해지는 빅리그에서도 먹혀들지 의문입니다. 플레이도 꽤 단조롭고 다소 투박한 면도 보이죠. 개인적으로 전 아약스 FW 로젠베리와 유사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아직 그에 대한 평가는 시기상조라는 것.

욘 구이데티(John Guidet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