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새 감독' 반 할이 반가운 이유

낑깡이야 2012. 7. 8. 11:25
이번 시간에는 2002 한일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약 10년 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반 할 감독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국내에선 호불호가 갈리는 감독이죠. 그러나 자국에선 현역 가운데 히딩크와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이며 높은 지지를 받는 명장이기도 합니다. 물론, 정황이 그러했던 것도 있겠지만 이번 선임 과정에서 있었던 선호도 조사에서도 항상 상위권에 위치하며 그에 대한 성원과 지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죠.


우려스러운 부분은 아무래도 네덜란드를 월드컵에 올려놓지 못한 어두운 과거와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을 거치면서 드러난 특유의 지도 방식 때문이겠죠. 그러나 저는 오히려 긍정적인 면을 보고 있습니다. 팀을 휘어잡는 반 할의 지도 방식은 기강이 흐트러진 네덜란드가 필요로 하는 것이며 낙인처럼 따라다니는 '월드컵 진출 실패'라는 꼬리표는 명예 회복의 토양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반 할이 적임자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세대교체의 시기가 찾아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83-84 친구들이 중심이 된 이 세대로도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는 거뜬합니다. 그러나 확실히 이 전력만으로는 전력 상승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죠. 전임 감독 반 마르바이크가 세대교체의 일원으로 유망주 일부를 대표팀에 녹아들게 했으나 결국 그들은 유로 2012에서 단 1분도 소화하지 못한 채 팀의 몰락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반 할은 어떠합니까. 이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과감히 중용, 팀에 녹아들게 하는 데는 최고 실력자죠. 변화를 두려워했던 반 마르바이크와 달리 반 할은 도전 정신으로 대변되는 모험가이기도 합니다. 현재 에레디비지에는 다양한 성향의 젊은 자원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특히 특정 포지션에 편중되지 않았다는 점이 반갑습니다. 도전을 즐기는 반 할에겐 최고의 재료가 준비된 셈이죠.

한편 유망주들뿐 아니라 중견급 선수들의 재평가도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다. 반 마르바이크의 계획에서 제외돼서 대표팀으로부터 멀어졌거나 대표팀에 포함되더라도 그 기회가 한정적이었던 
선수들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지겠죠. 이는 스타들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선수들이 기회를 받음에 따라 대표팀에서 사라졌던 두 글자 '경쟁'이 부활한다는 점에서 반길만 한 일입니다.


끝으로 반 할에 대한 일화를 하나 소개하면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07/08시즌, 최악의 성적(11위)으로 마감, 커리어에 오점을 남긴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강한 어조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다음 시즌에 자신의 이름 '루이 반 할'을 걸고 AZ를 우승시키겠노라고. 그리고 그는 이듬해 초지일관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아약스, PSV, 트벤테 등 쟁쟁한 라이벌들을 가볍게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합니다. 역시 한다면 하는 양반입니다, 반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