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스러운 부분은 아무래도 네덜란드를 월드컵에 올려놓지 못한 어두운 과거와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을 거치면서 드러난 특유의 지도 방식 때문이겠죠. 그러나 저는 오히려 긍정적인 면을 보고 있습니다. 팀을 휘어잡는 반 할의 지도 방식은 기강이 흐트러진 네덜란드가 필요로 하는 것이며 낙인처럼 따라다니는 '월드컵 진출 실패'라는 꼬리표는 명예 회복의 토양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반 할이 적임자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세대교체의 시기가 찾아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83-84 친구들이 중심이 된 이 세대로도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는 거뜬합니다. 그러나 확실히 이 전력만으로는 전력 상승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죠. 전임 감독 반 마르바이크가 세대교체의 일원으로 유망주 일부를 대표팀에 녹아들게 했으나 결국 그들은 유로 2012에서 단 1분도 소화하지 못한 채 팀의 몰락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반 할은 어떠합니까. 이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과감히 중용, 팀에 녹아들게 하는 데는 최고 실력자죠. 변화를 두려워했던 반 마르바이크와 달리 반 할은 도전 정신으로 대변되는 모험가이기도 합니다. 현재 에레디비지에는 다양한 성향의 젊은 자원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특히 특정 포지션에 편중되지 않았다는 점이 반갑습니다. 도전을 즐기는 반 할에겐 최고의 재료가 준비된 셈이죠.
한편 유망주들뿐 아니라 중견급 선수들의 재평가도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다. 반 마르바이크의 계획에서 제외돼서 대표팀으로부터 멀어졌거나 대표팀에 포함되더라도 그 기회가 한정적이었던 선수들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지겠죠. 이는 스타들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선수들이 기회를 받음에 따라 대표팀에서 사라졌던 두 글자 '경쟁'이 부활한다는 점에서 반길만 한 일입니다.
끝으로 반 할에 대한 일화를 하나 소개하면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07/08시즌, 최악의 성적(11위)으로 마감, 커리어에 오점을 남긴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강한 어조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다음 시즌에 자신의 이름 '루이 반 할'을 걸고 AZ를 우승시키겠노라고. 그리고 그는 이듬해 초지일관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아약스, PSV, 트벤테 등 쟁쟁한 라이벌들을 가볍게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합니다. 역시 한다면 하는 양반입니다, 반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