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루카센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을 우승으로 이끈 괴체, 외질, 케디라 등을 지도. 현재 독일 축구협회 소속으로 전세대 유스대표팀 테크닉 트레이닝 통괄책임자. 독일 성인대표팀 고문.
독일에서 활약하는 무명 네덜란드인
이전 네덜란드인은 독일 축구를 생각없이 피지컬만 믿는 팀이라고 힐난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독일에 대해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며 찬미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하지만 그런 독일 축구 발전에 한명의 네덜란드인 지도자가 있다는 것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마르셀 루카센 51세. 네덜란드에서는 완전 무명이지만 독일에서는 U-15에서 U-21대표팀의 테크닉 코치는 물론 독일 축구협회 지도자 육성 전문가, 그리고 프리랜스 코치로 독일과 주변각국의 축구의 퀄리티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
유로 2000에서 참패한 독일은 유망주 육성에서 뒤쳐져있다는 것을 통감하고 대표팀 재강화에 착수했다. 04년부터 콤비가 된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 요하임 레브 코치는 대표팀에 공격적 축구를 도입해 06년 자국 월드컵에서 3위란 결과를 남겼다.
대표팀이 수비적인 축구에서 공격적인 축구로 변하면서 독일 축구계에 새바람이 불어왔다. 독일 대표가 공격적 축구를 한다는 것은 유스 세대도 마찬가지로 공격적 축구를 해야한다는 것이 된다.
이미 독일 축구협회는 분데스리가 클럽에 유스 아카데미 설치를 의무화했으며 21개의 지역 트레이닝 센터를 설치, 코치 재교육도 시도했지만 유스 육성에 관해서는 아직 발전중이었다. 06년부터 축구협회 스포츠디렉터에 취임한 마티아스 잠머는 뒤스부르크와 호펜하임에서 테크닉 코치로 평판이 좋았던 루카센에게 한번 만나보자고 전화했다. 그것이 08년 유로가 끝났을 때였다.
“그는 입소문으로 저의 평판을 들었습니다. 잠머는 드리블로 미들까지 올라가는 매력적인 센터백이었으니까, 그가 저에게 연락한 것은 무척 영광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적으로는 모르던 사이였습니다. 그는 유스 육성에 새로운 컨셉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세대별 대표팀 합숙을 보러와달라고 저에게 요청했습니다.”
우수한 유망주를 키울 지도자가 없다.
2008년 루카센은 독일 U-16대표 4일간에 걸친 합숙을 시찰했다. 그리고 실망했다. 첫날엔 1:1 대결. 11:11도 단순히 시간때우기 식이었고 선수를 향상시키고자하는 의도와 축구의 철학이 없었다. 트레이닝을 보고 감상을 물어본 잠머에게 루카센은 “무척 실망했다. 이건 아마추어 수준. 독일 축구에 어울리지 않는 훈련”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곳에 호펜하임 선수가 3명있어서 “너네 여기서 뭘 배웠냐?”라고 물어봤더니 “배운게 없어요”란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개선해야할 훈련은 몇가지나 있었다. 압박에서 빠져나오는 움직임, 테크닉, 시야에 대한 지도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패스와 트래핑 훈련도 동료로 이어지는 움직임이 없었다. 그래서 루카센은 23명의 선수를 3그룹으로 나눠서 하나하나 지도하였다.
루카센 “여기에 있는 선수는 15세, 16세 독일의 엘리트들이다. 그래서 의미없는 연습시합은 그만두고 훈련에서 디테일한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어느 나라든 우수한 유망주들은 있다. 하지만 그들을 가르칠 지도자는 별로 없다. 그 결과 유망주들의 성장기회가 박탈되고 있다.”
슈바인 슈타이거의 버릇을 교정
이후 대표팀에서 뢰브 감독의 어시스턴트를 하고 있던 한스 프릭을 중심으로 독일 축구협회는 연대별로 정비해나갔다. U-16에서는 국제 레벨에서 통하는 패스, 트래핑, 빌드업위주로 훈련했고, U-17부터는 유로, 월드컵을 대비한 팀 구성작업에 들어갔다.
루카센 "U-16에서 중요한 건 국제 레벨에서 통하는 볼 컨트롤. 그리고 올바른 스피드로 패스를 주는 것. 그 패스도 그냥 선수가 있길래 주는 패스가 아니라 제대로 의미가 있는 패스를 보낼 것. 그것을 위해서는 받는 쪽의 예비동작과 프리 런닝도 필요하다. 그리고 얼마나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느냐. 트래핑을 할 때도 몸의 방향도 중요하다. 올바른 플레이를 빠르게 선택하기 위해서도 이런 요소가 중요해진다. 당시 독일 각 클럽에서 이런 사소한 부분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각 연령대 대표팀에서 이러한 것들을 훈련하기로 했다“
당시 이미 대표선수로 활약하던 슈바인슈타이거는 동료에 다가가 패스를 받고 턴을 해 전진하는 버릇이 있었다. 분데스리가에선 도르트문트가 슈바인슈타이거를 노리고 압박하여 공을 탈취, 이후 역습하는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루카센 “그래서 대표팀에서 공을 받는 방법을 개선했다. 동료에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멀어지는 움직임을 취하고 반정도 앞으로 시야를 두면 바로 센터포워드인 클로제에게 패스가 가능해진다.”
이렇게되자 슈바인슈타이거란 개인의 움직임이 개선되었고 센터포워드와의 연계도 생겨났다.
테크닉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거기에 포워드가 미드필더인 슈바인슈타이거에게서 패스를 받기 위해서는 상대 센터백의 마크를 피하는 움직임과 동료 공격형 미드필더와의 연계가 필요해진다. 만약 슈바인슈타이거가 전진패스를 보낼 수 없다고 판단하면 사이드백, 센터백으로 패스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다. 그럼 이번엔 반대쪽 사이드백은 자유롭게 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야한다. 루카센은 슈바인슈타이거 한 선수 개선을 포커스로 두고 코칭, 거기서 주위 선수(포워드, 미드필더), 그리고 팀 전체로 이어져가는 훈련을 마련했다.
루카센 “프리 런닝하나로 다른 선수들의 선택지가 3, 4개 늘어난다. 그래서 프리 런닝도 축구의 테크닉. 동료에게 공간과 시간을 주기 위해 강하고 빠른 패스를 보내면 좋지만, 받는 쪽도 그것을 받을 수 있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건 볼터치뿐만이 아니라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갈만큼 체력이 남아있는가, 자세는 어떤가, 몸의 방향은 어떤가 등 선수 한명한명을 분석해서 개별적으로 지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선수끼리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 고개를 저으며 서로 신호를 보내고있는가, 그것이 패스와 트래핑의 커뮤니케이션. 그것이 가능해지면 시야 끝 다른 선수도 들어오며 또다른 선택지가 생긴다. 수비수에게 있어 상대와 거리를 두는 방법도 공이 없는 곳에서의 테크닉“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월드컵 4강 브라질전에서 슈바인슈타이거의 움직임을 보면 그는 결코 상대를 등지고 턴하지 않고 공을 간수하며 주위 선수는 프리런닝과 예비동작을 하고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브라질과의 차이는 일목요연하다. 사미 케디라는 자기 진영에서 턴을 하긴 했지만 그것도 단 한번이었다.
트레이닝 방법을 클럽과 지역으로 넓히다.
결승전 마리오 괴체의 골도 그가 보여준 트래핑과 강렬한 슛, 그 전에 안드레 쉬를레의 돌파와 크로스가 눈에 띄지만, 루카센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엔 빠르게 카운터에서 들어간 괴체의 프리 런닝에 빠져들고 만다. 이것 또한 루카센이 말한 테크닉인 것이다.
루카센 “독일 축구협회는 독일 축구의 선수 육성, 철학, 비전 발전에 책임이 있다. 내가 하는 일 중 하나는 각연도별 세대를 훈련시키고, 한명의 선수를 개선시킴으로써 팀 전체의 퍼포먼스를 향상시키는 것. 거기에 트레이닝 방식을 각 클럽과 지역 트레이닝 센터로 확장시키는 것. 나는 누구보다도 시합 내용과 선수들이 보이지만, 다른 코치는 그렇지 않다. 코치를 지도하는 것 또한 나의 훈련방식“
독일 축구협회는 전세계 축구 분석과 독일 축구 향상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예를들어 네덜란드 축구협회가 얼마나 각 클럽과 연계하며 유망주를 빠뜨리지 않고 대표팀에 올리는가.
루카센 “그 점은 2000년 이후에 확인했다. 독일은 네덜란드보다 훨씬 크며 지역 트레이닝 센터도 선수 숫자도 훨씬 많다. 지금 독일은 그 양을 질로 바꿔가야한다, 이것이 공이 없는 곳에서의 테크닉이다”
또한 네덜란드는 나라 전체가 4-3-3 공격축구로 통일되어있지만 독일의 경우 클럽에 따라 축구철학이 달랐기에, 나라가 지향하는 축구를 각 세대별 대표팀에서 구현해야했다. 하지만 최근엔 축구협회가 모범을 보여주자 분데스리가도 보다 공격적이고 공을 지배하는 축구를 지향하는 클럽이 늘어났다.
루카센 “분데스리가의 퀄리티는 훨씬 더 올라갈 수 있다. 시합 이후 감독들의 코멘트를 듣다보면 그들은 시합 분석을 제대로 못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건 승리에 대한 압박감에서 냉정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시합을 보지 못하니까. 그것은 선수 선발에도 이어진다. 하지만 챔피언스 리그에서 보여주는 활약은 분데스리가가 확실히 레벨업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젊은 선수들이 빼어난 활약을 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반면 이건 우리 책임이기도 하지만 19세에서 21세에서 1군 데뷔한 선수들이 많아서인지 유스 대표팀으로 차출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건 좋은 점도 있지만 그들은 자신이 소속된 클럽의 축구만 알고 대표팀의 통일된 철학을 알지 못한다. 이건 앞으로 독일 대표팀에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협회는 더욱 각 클럽과 긴밀하게 협조해야한다.
테크닉 코치에서 연상되는 것은 판타스틱한 테크닉 양성. 하지만 실제론 시합을 분석하고 공이 없는 곳에서의 움직임이 테크닉이란 시점에서 시작된 독일 축구 전체의 개선이었다.
루카센 “이번에 독일은 세계 1위가 되었지만 더 중요한 건 10년, 15년 후이다. 독일 축구는 아직 멈추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