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ivisie

'키스나(Kishna) 이슈'가 만든 삼각관계

낑깡이야 2015. 7. 18. 10:32

아약스의 커다란 재능인 FW 리카르도 키스나가 이대로 팀과 결별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F.데 부르 감독이 키스나의 라치오 이적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죠. 밝혀진 대로라면 이적료 300만 유로에 재이적시 10%의 금액을 받는 조항이 그대로 적용될 것 같습니다.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아약스와 프론트, 코치진과 서포터 모두 실망할 만한 행보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럼 아약스를 대표하는 재능이었던 그가 왜 이렇게 어린 나이에 팀을 떠나게 됐는지, 이 시점에서 이 이슈를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이 이슈가 실망스러운 건 모두가 원하는 이적은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여기에 관련된 대부분이 원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실 F.데 부르와 오베르마스 이사는 2016년까지 체결된 그와의 계약을 연장하려 1년 가까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키스나는 아약스가 2010년에 스카우트해온 후로 지금까지 애지중지 키워온 뛰어난 재능이기 때문입니다. 큰 부상이 있었던 것을 고려, 경기 출전 횟수와 시간을 조절해가며 키스나가 자신의 가진 재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힘써왔습니다.


그러나 키스나와 그의 에이전트 라이올라는 생각이 달랐나 봅니다. 키스나는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원할 만큼 주전에 대한 욕심이 강했고 라이올라는 하루라도 빨리 키스나가 에레디비지를 떠나길 원했죠. 라이올라는 에레디비지가 이 재능을 담기에는 작은 그릇이라 여겼고 해외 조기 진출이 그의 커리어에 도움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죠. 단, 키스나는 되도록 아약스에 잔류하길 원했고 아약스도 그러한 키스나의 의중에 기대를 걸어봤으나 결국 계약 연장을 끌어내진 못했습니다.


여기서 먼저 감독의 의중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죠. 저는 F.데 부르의 대응에 만족하는 편입니다. 아무리 FW 키스나가 대단한 재능이라고 해도 겨우 유망주 하나에 끌려다니는 팀이 되선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더군다나 그와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가 즐비한 아약스에서 이 이슈 하나가 체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엄격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죠. FW 피셔가 건강한 몸 상태로 돌아왔고 유스에서도 FW 메니흐와 FW 체르니가 대기 중입니다. 그에게 목맬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 이런 여유가 '키스나 이슈'에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선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제 생각에 키스나는 처음부터 이적을 고려했던 건 아닐 겁니다. '더 많이 뛰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만 있었을 것이고 나머지는 에이전트에게 맡기려고 했을 겁니다. 그가 이 이슈에서 최대한 말을 아낀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겠죠. 그러나 F.데 부르는 강경했고 이 과정에서 '내가 팀에서 생각만큼 중요한 존재가 아니구나'라고 느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아직은 어린 나이인데 경쟁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본인의 가치관 차이니까요.


이 과정에서 저는 에이전트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올라의 행적을 돌아보면 팀에겐 악마 같은 존재였지만 그의 고객들에겐 언제나 특별한 관계이자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아마 더 라이올라를 믿고 맡겼겠죠. 그러니 큰 무대, 정확하게는 이탈리아로 보내려는 라이올라의 계획을 막을 자가 없을 수밖에요. 실제로 FW 키스나의 재능은 큰 무대에서도 통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라이올라가 그것을 우선시해서 이 이적을 추진하는지, 아니면 주고객이 있는 이탈리아로 보내 또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쌓고 큰돈을 만지기 위함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만이 알겠죠.


여기서 여러 케이스가 떠오르네요. 성공한다면 FW 즐라탄 같은 거물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MF 부이 같이 재능을 필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시들어버리는 꽃이 될 수도 있습니다. MF 부이는 유스 시절만 해도 MF 클라센과 함께 최고의 재능으로 평가받았으나 현재 둘의 위치는 너무나 벌어져 버렸다는 걸 모두 알고 있죠. 당장 옆 동네만 봐도 에이전트는 다르지만 벨기에에서 FW 키스나처럼 큰 기대를 받던 측면 자원인 FW 레스티엔이 세리에 A에서 쓴잔을 마시고 네덜란드로 적을 옮긴 케이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아약스가 그를 잡기 위한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닙니다. 적정선에서 계속 계약 금액을 조절했고 키스나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돌리려 노력했죠. 그러나 이들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이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입니다. 과연 FW 키스나가 FW 즐라탄이 될지, MF 부이가 될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만 아약스뿐 아니라 네덜란드의 미래로 불리는 한 유망주가 커리어 초반부터 이런 이슈의 주인공이 된다는 게 썩 달갑지는 않네요. 극적으로 아약스에 잔류하든, 더 큰 무대로 떠나든 간에 부디 자신의 재능을 후회 없이 쏟아내는 커리어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