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히딩크호 잔재의 청산, 그 무거운 첫걸음

낑깡이야 2015. 9. 4. 21:46

오늘 새벽, 아이슬란드와의 중대한 일전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0대1 패배. 이전과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혹자는 블린트호로 새 출발하는 네덜란드가 패한 것으로 히딩크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게 증명됐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오히려 조심스럽게 접근하느라 히딩크호의 잔재를 완벽하게 털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히딩크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전술로 경기에 임했다가 지난 번와 똑같은 패배를 당하고 말았죠.


새로운 주장에 임명된 로벤에겐 불운한 시간이었습니다. 90분 동안 벤치에만 앉아 있던 전임 주장 FW 반 페르시에게도 그랬겠죠. 한편,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해 퇴장당한 마르틴스 인디는 아마 당분간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어쩌면 페널티킥을 허용했을 뿐 아니라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소속팀에서도 설 자리를 잃은 반 더 빌도 히딩크호와 비교하면 입지가 점점 좁아질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진작에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쉽게 내릴 결정은 아니라는 것도 알기에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래도 제가 블린트호를 긍정적으로 보는 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 이 하나 때문입니다. 블린트-반 바스텐은 재능 넘치는 젊은 선수를 선발하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1기부터 리데발트와 테테를 선발하고 히딩크호 막바지에 가능성을 보인 클라센을 첫 경기부터 선발 투입해 중책을 맡긴 게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네이더-바이날둠과 공존하느라 클라센이 제 능력을 발휘할 위치에서 뛰게 해주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요. 한편, 공식 인터뷰를 보면 엘-가지와 바주르의 발탁도 고려하고 있고 아마 점점 좋아지리라 생각합니다.


네덜란드가, 그것도 출전국이 24팀으로 늘어난 유로 2016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건 상당히 체면을 구기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본선만 나간다면 아마 지금보다는 더 좋은 팀이 돼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습니다. 이는 나름대로 잘 구성한 코치진, 팀을 발전시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 그리고 부름을 받을 준비가 된 자국의 젊은 유망주들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일단 다음 터키전이 중요하겠죠. 이 경기만 잡으면 그래도 플레이오프 티켓은 확보한다고 봅니다. 거기서 새로운 자원이 시험대에 오를 것인데 어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