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데파이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러 통로를 통해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은데 이참에 거기서 했던 내용에 제 개인적인 생각을 추가해 글로 풀어봅니다. 데파이가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력, 실망하는 게 당연합니다. 누가 봐도 이건 민폐 수준이니까요. 챔피언스리그에선 팀을 본선에 올려놓은 1등 공신이고 그래도 간헐적으로 재능을 보여주는데 겨우 그거 보여달라고 데려온 재능은 아니니까요. 늦게 합류한 FW 마시알과 비교할 것도 없습니다. 현재까지의 행보만 봐선 데파이에게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그에 대해서 제 얘기들을 해보죠.
일단 고집스러운 반 할의 기용 방식에 대해 아쉬움이 큽니다. 저는 이적료와는 별개로 당연히 좌우를 오가며 영-마타의 자리를 메워주는 2선의 전천후 로테이션 자원으로 시작하리라 봤거든요. PSV에선 줄곧 왼쪽에서 뛰어왔지만 유스 그리고 프로 데뷔 초기에는 오른쪽에서 뛴 경험도 있어서 양쪽을 병행하는 게 그렇게 낯설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교체로 나오는 게 오히려 본인에게 부담이 많이 가지 않고 활약할 국면이 많아지리라 봤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붙박이 주전이네요. 사실 반 할의 기용 방식도 이해가 갑니다. 여유가 있을 때 이렇게 몰아주지 않으면 시즌이 중반을 넘기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을 때 쓸 기회조차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데파이에 대한 비판은 그가 팀/리그에 적응할 때까지 반 할이 감내해야 할 부분일 겁니다. 반 할도 그걸 알면서도 기용할 거에요 아마. 그런 양반입니다 허허.
데파이가 많이 지적받는 부분은 학습 능력 부족과 적극성 결여라고 할까요.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데도 패턴을 다양하게 가져가지 못한 채 계속 같은 플레이를 반복하고 있고 성공률도 떨어지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볼을 빼앗긴 뒤 탈취하려는 모습이나 도움 수비를 가는 모습도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서 '데파이와 에레디비지의 수준'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고 '애초 PSV 시절부터 이런 선수였다'는 말도 많지만 적어도 네덜란드에서의 데파이는 더 적극적이고 더 역동적이었죠. 이건 수준의 문제와는 별개인 것 같습니다. 전술적 주문인지 자신만만한 언행과 달리 주눅 든 건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네덜란드에서보다 정적이고 의기소침해 보이는 데파이입니다.
한편, 지난 시즌에 역할 변화에 맞게 몸을 불려 피지컬을 강화했는데 이게 신체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속력/가속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하면서 플레이의 질을 떨어뜨린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PSV에서의 데파이와 맨유에서의 데파이를 비교해 보면 확실히 균형이 높아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네덜란드 시절보다 안정감이 떨어져 보이는 모습. 애초 터치가 그렇게 깔끔한 선수는 아니었으나 방향 전환 과정, 1:1 상황에서의 테크닉 등 어린 시절 장점이 잘 발휘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진 않을 겁니다. 그가 그동안 보여준 저돌적인 성향의 원천은 '자신감'인데 계속되는 실패가 이마저도 꺾어버린 것 같네요.
사실 데파이가 유럽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13/14시즌까지만 해도 돌격대장을 자임, 가속/테크닉으로 공격의 템포를 끌어올리고 기회를 창출하는 모습이 많았죠. 박지성과 함께 한 시즌이라 보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려서 실수가 잦고 탐욕적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일부분 수아레스의 아약스 시절이 떠오르는 플레이도 보여줄 만큼 저돌적이고 위협적이었습니다. 그러나 14/15시즌에 접어들면서 이런 모습이 줄어들었죠. 파이널 서드라고 하나요. 오히려 전보다는 공간을 찾아 뛰어들어가고 공격을 마무리 짓는 상황에 집중하는 형태였습니다. 팀의 필요, 자신의 의지로 성향을 바꾼 셈이죠.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높이고자 몸을 좀 키웠는데 그게 큰 무대에 진출해서는 독이 되는 느낌이네요.
저는 이런 유망주는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주의이지만 데파이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빅 클럽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니까요. 또한 그는 더는 모두가 관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는 자국의 유망주가 아닌 성과를 내야 하는 외국인 선수입니다. 빨리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문제점을 개선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겠죠. 과연 그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시기는 언제쯤일까요. 과연 올 시즌이 가기 전에 반등할 수 있을까요.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래도 커리어 내내 계속 이런 플레이를 했던 선수가 아니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전 내심 후반기 중반쯤에 시동이 걸리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감이 있습니다. 좀 늦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