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블린트 체제 네덜란드, 갈 길 멀다

낑깡이야 2015. 11. 22. 22:05

웨일즈-독일과의 2연전이 끝나고 총평을 하려고 했는데 테러 문제로 독일전이 취소되고 개인사까지 겹쳐서 포스팅이 좀 늦게 됐네요. 뭐 결과는 아시다시피 웨일즈전 3대2 승리였습니다. 내용요? 아주 불만족스러웠습니다. 뭔가 준비된 것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탈락의 고배를 마신 유로 2016 예선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존재만으로 전술, 전략이 되는 FW 로벤만이 빛났을 뿐, 2010년 이후 네덜란드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력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오히려 승리한 것이 아쉬웠던 그런 경기였네요 제겐.


쉽게 얘기해서 웨일즈는 FW 가레스 베일과 MF 애런 램지가 빠진 정상 전력이 아닌 팀이었습니다. 이런 웨일즈를 상대로 공수, 어느 부문에서도 우월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수차례 실점 위기를 맞이하며 무기력함을 맛봐야 했습니다. 블린트 감독으로선 5-3-2 전략을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꺼내들었지만 중원 구성이 엉망이었고 측면 활용도 노련하지 못했습니다. MF 클라센, MF 바주르, DF 리데발트 등 신예들이 부상으로 낙마하거나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 못한 것도 활력을 불어넣지 못한 원인 가운데 하나겠죠.


이런 네덜란드를 보고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덜란드도 중원에 무게를 두는 4-3-1-2를 구사해보면 어떨까 말이죠. 확실히 현 네덜란드에게 측면은 딜레마입니다. FW 데파이는 깊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가 이제야 컨디션을 회복하는 단계이고 나머지 대표급 선수들은 고만고만한 자원들입니다. 반면 중원은 믿음직한 친구들이 많죠. 공격쪽에는 MF 스네이더로부터 언제라도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가 된 MF 클라센이, 중원에는 큰 무대에서 활약 중인 MF 블린트부터 젊은 MF 바주르까지 다양한 유형의 선수가 있습니다. 후방 역시 이번에 MF 베이노비치까지 선발되면서 카드가 늘어났죠.


확실히 나쁘지 않은 그림이겠습니다만 문제는 네덜란드에게 낯선 대형이라는 점이겠죠. 선수 대부분이 어렸을 때부터 4-3-3에 길들여져왔으니까요. 월드컵을 통해 경험했던 5-3-2에서도 이렇게 해매는데 갑자기 측면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던 팀에게 중앙에 힘을 주라고 하면 당황하고 어색해할 수밖에 없겠죠. 그렇다면 결국 지금 형태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데 역시 아약스의 4-2-1-3 형태가 하나의 답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중원에 약간의 변화만 주면서 밸런스를 조정하는 거죠. 그렇다면 MF 스네이더를 기용함으로써 생기는 리스크도 줄일 수 있고 문제를 일부분 해결할 수 있을 건데요.


이번 평가전은 단 1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경기 내용과 결과뿐 아니라 대표팀 구성원, 선발 & 교체 기용 등 여러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경기였습니다. 비록 본선에선 FW 로벤에 크게 의존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예선에선 FW 로벤이 없어도 잘 굴러갈 수 있게 팀을 정비했던 반 할의 노력이 일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도 아쉽구요. 블린트 감독은 지휘봉을 오랫동안 잡고 싶다면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상태라면 월드컵 예선도 장담할 수 없겠어요. KNVB, 에레디비지 주요 클럽 등 주변에서도 잘 도와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