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레디비지 클럽 가운데 유일하게 유럽 무대에 생존 중인 PSV 에인트호벤,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AT 마드리드와 0대0 무승부를 기록합니다. 두 팀의 전력 차, 주장 FW 루크 데 용의 부재, 중원에서 큰 역할을 하는 MF 안드레스 과르다도의 회복세를 생각하면 좋은 결과겠습니다만 이게 홈 & 원정 형식의 토너먼트고 홈경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겠습니다.
그래도 내용적인 측면에선 좋았습니다. 순간순간 상황에 대처하는 전술 변화도 괜찮았구요. 이 대목에서 필립 코쿠 감독의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이젠 전술적으로 큰 도움을 줬던 에르네스트 파베르 코치(현 NEC 감독)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FW 가스톤 페레이로의 퇴장이 옥에 티였네요. 다행인 건 무실점으로 막아 2차전에서 꼭 승리하지 않더라도 올라갈 길이 있다는 점? 1:1로 비기면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올라갈 수 있죠. 이게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은데 FW L.데 용도 돌아오고 MF 과르다도의 컨디션도 1차전보다는 좋을 테니 기대해볼 만합니다. 어떻게 될지 두고 보죠.
- PSV의 선전과 함께 아약스의 유럽대항전 부진이 비난을 받는 모양인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PSV가 올 시즌부터 도입된 리그 챔피언에게 1시드가 주어지는 특혜가 없었다면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다소 회의적입니다. 역으로 아약스가 꾸준히 진출하던 시기에 1번 시드 특혜가 있었다면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등 쟁쟁한 클럽들을 피했을 것이고 그러면 최소 한 번 이상은 16강 진출에 성공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리옹의 기적', '밀란의 희롱' 등 불운하기도 했죠. 결국 PSV가 운이 따랐고 아약스는 그러지 못했을 뿐.
그래도 아약스에게도 경사는 있었습니다. A팀은 일찌감치 유럽무대와 결별했지만 유스팀은 달랐습니다. MF 압델 누리, MF 도니 반 데 벡 등 기대주들이 이끄는 A1은 세비야에 이어 올랭피크 리옹까지 완파하면서 UEFA 유스 리그 8강에 올랐습니다. 6전 전승. 결과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며 최강의 전력을 뽐내는 중. 누리-아이팅-반 데 벡의 중원, 데커-체르니의 측면이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상대를 압도했습니다. 왜 자신들이 또 하나의 '황금세대'라고 불리는지를 증명하고 있네요. 한편, MF 반 데 벡은 1군에 정식 승격했는데 그래도 경험 차원에서 유스 리그 출전을 계속 허용할 것 같습니다.
자, 8강 상대는 첼시, 준결승은 바르셀로나-디나모 자그레브의 승자입니다. 모두 유스가 강하기로 소문난 팀들이라 재밌겠네요. 한편, 이제부터는 계속 원정의 부담을 안고 경기해야 하는데 다행히 팀 완성도가 워낙 높고 선수들이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아 기대해볼 만합니다. 디펜딩 챔피언인 첼시가 선수들이 떠나면서 지난 시즌만 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호재네요. 이런 거추장스러운 이유가 아니더라도 1~2선만 부상자 없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아약스도 밀릴 것이 없다고 봅니다. 벌써 8강이 기대되네요.
- MF 리체들리 바주르(아약스)에 대한 주가가 하늘을 찌릅니다. 바르셀로나(스페인), 첼시, 맨체스터 시티(이상 잉글랜드), 바이에른 뮌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상 독일), 유벤투스, 나폴리, AC밀란(이상 이탈리아). 이상 8개 클럽이 그를 주시하거나 관심을 보인다는 네덜란드 소식. 이 대목에서 내심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냥 일찌감치 빅 클럽으로 진출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요. 아약스와 에레디비지서도 벌써 군계일학이니 빅 클럽에서 훌륭한 감독, 선수들과 함께하면 동기부여도 되고 성장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보곤 하네요.
사실 솔직하게 얘기하면 아약스에 잔류한다고 팀이 당장 챔피언스리그 4강을 찍을 것도 아니니 더욱 더. MF 반 데 벡이라는 대체할 만한 유망한 자원이 있다는 점, 여차하면 MF 누리를 1군으로 올리고(자연스레 올라오고 자리 잡겠지만) MF 데이비 클라센을 후진 배치해 그의 성향에 걸맞은 역할 - 박스 투 박스 - 을 주면 된다는 점도 이런 생각을 하게 하네요. 하여튼 현역 더치 가운데 행보가 가장 기대되는 녀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