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평가전 3연전 -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낑깡이야 2016. 6. 5. 06:17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저는 이번 3연전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간단하게 되짚어 보면 아일랜드전은 실망스러웠고 폴란드-오스트리아와의 2연전은 그 실망을 희망으로 바꾼 경기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일랜드전의 부진이 네덜란드에겐 큰 공부가 됐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아일랜드전에서 잘 안 되는 것들, 부족했던 것을 폴란드전을 통해 바로 잡았고 오스트리아전에 다듬었죠. 한편 전 대표팀 감독 디르크 아드보카트가 코치진에 합류하면서 블린트 체제에 부족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준 것도 반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던 월드컵 예선이 기다려지고 이렇게 되니 팀을 유로 2016에 올려놓지 못한 거스 히딩크 체제의 부진이 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일단 큰 그림을 보자면 압박의 강도, 공수 전환 속도, 3선 간격, 선수 간의 호흡 등 모든 면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아니, 성장한 게 아니라 회복했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조직에 저해되는 선수들이 - 붉은 색 7번 유니폼을 입은 그녀석, 이스탄불에서 요양 중인 그분 등등 - 부상 혹은 부진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되거나 주전에서 밀려난 것이 전화위복이었습니다.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소집된 MF 케빈 스트로트만이 중심이 돼 공수가 유기적으로 기능하면서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힘을 보여줬습니다. 이러면서 이리저리 낙서만 하는 것 같았던 블린트 체제도 서서히 밑그림이 그려지는 분위기입니다.


대표팀의 변화와 함께 베스트 11의 구도, 경쟁에서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일단 골문에선 GK 예룬 주트가 출전 때마다 강한 인상을 남기며 입지를 넓혔습니다. 여전히 GK 야스퍼 실레센이 No.1이지만 비집고 들어갈 틈을 만들었다고 할까요. 9:1 정도였던 것이 7:3, 6.5:3.5 정도로 그 간격이 좁혀졌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수비진에선 V.반 다이크-브루마가 만들어내는 파트너십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3연전의 최대 수확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뿐 아니라 측면의 빌렘스(반 안 홀트)-테테(벨트만) 라인도 공수 전반에서 훌륭한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이러면서 주장 서열 3번째인 DF 데일리 블린트의 자리가 애매해졌네요 허허. 대표팀에겐 그만큼 가용 자원이 늘어났으니 좋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중원은 스트로트만-바이날둠-바주르로 가닥이 잡혀갑니다. 재밌는 것이 앞서 2경기는 역삼각형 형태, 마지막 오스트리아전은 MF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이 2선에 포진한 삼각형 형태로 임했는데 두 형태 모두 제대로 기능하며 전술의 폭을 넓혀줬습니다. 가장 큰 수확은 MF 바이날둠이 2경기 연속골로 10번을 꿰찬 것, MF 리체들리 바주르가 8번과 6번의 역할을 번갈아 수행하며 자리 잡은 것이겠네요. 한편, 선발과 교체를 오간 MF 마르코 반 힌켈도 겉돌지 않고 잘 녹아들었습니다. 여긴 MF 데이비 클라센이 가세하면 더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겠네요. 공수 능력치가 고르게 분배된 박스 투 박스에 가까운 공격형 미드필더라 MF 바이날둠, MF 스트로트만과 좋은 경쟁 구도를 만들거나 혹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공격에선 FW 빈센트 얀센의 활약이 단연 화제입니다. 사실 저는 '에레디비지에서 보여준 기량을 국제 무대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까'라며 조심스러웠는데 이건 뭐 제가 잘못했네요 허허. 단순히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려서가 아니라 내용이 알찹니다. 2선의 움직임을 살려주는 키-패스, 공격수라면 당연히 그래야 할 과감함 모두 합격점을 줄 만했습니다. 도스트-L.데 용을 벤치에 앉혀두고 No.9을 가져가는 그림. 그 와중에 FW 루크 데 용도 1골 1도움에 공격에서도 여러 방면으로 공헌하면서 에레디비지 No.1 공격수의 자존심을 지켜냈습니다. 측면은 아일랜드전에 부진했던 FW 멤피스 데파이가 자리를 잃고 프로메스-베르하이스로 재편됐는데 역습 과정에서 보여준 속도, 찬스메이킹 모두 좋았습니다. 이러니 여기에 대장 FW 아르옌 로벤이 가세하고 기대주 직접 골을 노릴 수 있는 FW 안바르 엘-가지도 더 성장해서 합류한다면 더 위력적인 모습을 선보이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