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약스, 끝내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1차전이 끝났을 때 이미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2차전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원정에서 1대4로 참패했습니다. GK 야스퍼 실레센의 이적을 연기하면서도 낸 결과가 겨우 이거였습니다. 이 경기를 더 평하는 건 의미없을 것 같고 여기서 새로운 체제로 전환한 아약스의 현황 그리고 +@를 얘기해볼까 합니다.
먼저 아약스는 유럽에서 다시 성공하고 싶으면 빨리 토탈부트발(totaalvoetbal)이라 불리는 시스템을 버려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는데 오늘 또 한 번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사실 이건 비단 아약스뿐 아니라 네덜란드에도 해당되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하면 크라이프 영감이 하늘에서 노발대발하겠지만 시대가 바뀌었는데 어쩌겠습니까. 재밌는 건 제가 이런 주장을 월드컵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6년 전부터 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아약스 그리고 네덜란드는 신념을 굽힐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보스 체제 초반 기용과 선수 운용에 대해 잠시 얘기하자면 러시아 원정이라 그런지 올 시즌 가장 꾸준했던 리데발트는 시작부터 얼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이럴 때 중심을 잡아줘야 할 벨트만은 경기가 뜻대로 안 풀리면 멘붕하는 나쁜 버릇이 나왔죠. 이럴 때 쓰려고 베스터만을 데려온 것일텐데요. 겨우 데뷔전 실수 한 장면 때문에 좋은 자원을 벤치에 앉혀두고 리저브에 뛰게 하는 건 우스운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약스 최고의 선수들인 엘 가지와 바주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쉽네요. 득점이 장기인 엘 가지를 측면에서 크로스나 올리게 만들고 바주르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장점 미드필더로 만든 건 전적으로 감독의 잘못입니다. 특히 아약스 최고의 창인 엘 가지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선 굉장히 실망스럽습니다. 보스 감독이 엘 가지를 더 날카롭게 해줄 인물이라 생각했기에 더욱 그렇죠. 이렇게 활용 못할 거면 장래가 창창한 선수들 앞길 막지 말고 이적을 허락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리그로 제한하면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게 어렵진 않을 테니까요.
다시 팀으로 돌아가서 현재의 공격 패턴, 근년의 공격 템포로는 작정하고 카운터 치는 수비적인 팀 혹은 견고한 수비를 자랑하는 강팀을 전혀 위협할 수 없습니다. 이걸 해결하려고 템포를 올리면 지금보다 실수가 더 많이 나올 거고 전술 변화 카드는 경기 외적인 부분과도 연결된 문제라 쉽게 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약스에는 노련한 베테랑이 필요하다고 계속 주장해온 것이기도 하죠. PSV 주요 선수들의 연령이 이를 잘 말해줍니다. 아마도 4연패를 달성하고 계속 우승을 다툰 F.데 부르의 존재가 이를 무감각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도 해보네요. 쿠만-F.데 부르 같은 존재가 필요한데 보스 감독, 현재까진 실망스럽습니다.
같은 선수, 같은 포메이션인데 왜 전혀 다른 팀이 된 것 같냐. 같은 1.4.4.3이라도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F.데 부르 체제가 공수 모두 '지키기'가 키워드였다면 보스 체제는 어느 쪽이던 '어그레시브(aggressive)' 즉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게 핵심입니다. 이런 변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으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측했고 그래서 일전에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오르지 못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씀드렸던 것이지요.
그러나 아약스, 정확하게는 프론트진도 언제까지 보스 감독의 편을 들어주고 옹호하진 못할 겁니다. 아약스, 비테세처럼 기다려줄 수 없는 팀. 프론트진의 신뢰가 흔들리기 이전에 보스 감독도 자신의 색을 보여주고 하루 빨리 신뢰에 부응하는 결과를 보여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