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위기의 오라녜, 실망하긴 이르다

낑깡이야 2016. 9. 7. 21:49

A매치가 끝났으니 네덜란드를 다시 총평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안방에서 치러진 친선전에서 역전패하고 원정이었던 월드컵 예선에선 뒤지던 경기를 따라잡고 역전할 뻔 했습니다. 결과만 보면 성장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내용은 데자뷰였네요.


두 경기 모두 경기를 주도했고 많은 기회를 창출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승리를 가져다주진 않죠. 결정적인 기회를 너무 많이 허비했고 - 그것이 불운이던, 상대 GK의 선방 때문이던 - 상대에게 추격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연거푸 실점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실수까지 범하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습니다.


그래도 블린트 감독의 대응은 괜찮았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그리스전은 안이했죠. '훌륭했던 지난 3연전 라인업에서 1~2명쯤은 교체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스네이더와 블린트를 투입했는데 이것이 직간접적으로 조직을 무너뜨리고 팀에 악영향을 주고 말았습니다. 이건 선수들의 퍼포먼스 문제가 아니라 조합의 문제.


블린트 감독도 문제점을 파악, 스웨덴전에는 전술에 변화를 줬죠. 스네이더를 측면으로 돌리고 클라센을 투입했으며 수비진에는 V.반 다이크가 다시 투입됐습니다. 이러면서 안정감이 훨씬 좋아졌고 공격도 다채로워졌죠. 확실히 블린트 감독이 꽉 막힌 감독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스웨덴전에는 승리할 만한 경기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 프랑스에겐 1무 1패 내지 2패(후자가 더 유력), 스웨덴을 상대로 1승 1무, 나머지 전승을 시나리오로 그렸기에 나쁜 출발은 아닙니다. 물론, 벨라루스, 불가리아 같은 팀들이 호락호락하진 않지만 이런 팀도 못 잡으면 월드컵에 못 나가는 거죠. 그리고 전력만 좀 더 안정되고 로벤만 돌아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럼 여기서 선수들도 간단하게 평해보겠습니다. 2연전에서 가장 좋았던 선수는 없습니다. 분전한 스트로트만은 새 시대의 리더라는 평에 걸맞지 않은 멍청한 실수를 범해 점수를 잃었고 브루마는 최악의 경기력으로 주전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습니다. 반면 스웨덴전에 선발 투입된 V.반 다이크는 왜 그가 붙박이가 되어야 하는지 증명했고 클라센은 주전 가능성의 여운을 남긴 경기를 했습니다.


스네이더는 기용하려면 측면으로. 중원 싸움의 부담을 던 그는 팀에 훨씬 보탬이 됐습니다. 하나 아쉬운 건 얀센. 볼을 지켜내고 공격 전개에 힘을 보태는 등 전반적인 경기력은 여전히 좋았습니다. 다만 골에 대한 욕심이 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네요. 한창 물오른 공격수들이 이 맘때쯤 겪는 성장통이긴 한데 여기서 이겨내지 못하면 팀은 더 깊은 늪에 빠지고 자신도 반짝 스타에 머물 수도 있을 겁니다.


수문장 주트는 빌드-업까지 포기하면서 투입한 선수인데 이 수준이면 곤란합니다. 특색을 보여주지 못하는 중. 프로메스는 주전을 맡길 역량이 있다는 걸 계속 보여주는데 역시 오른쪽보단 왼쪽이 위력적이라는 게 드러났네요. 그리고 블린트는 현 체제에선 어느 위치라도 애매합니다. 중원에서의 경쟁 외에는 답이 없다는 개인적인 생각.


마무리하면 아직 실망하긴 이른 결과고 블린트 감독에게 좀 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줘도 괜찮다고 봅니다. 반 할의 복귀 이외에는 마땅한 대안도 없고 KNVB도 이사진 전면 개편으로 어수선하니까요. 다음엔 반면교사 삼아 다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아니면 실망스러운 결과 그리고 결말을 보여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