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한 소식에서 좋은 소재가 떠올랐네요. 오늘은 두 선수의 기구한 운명에 대해서 풀어볼까 합니다. 주인공은 MF 루드 보르머와 MF 요르디 클라시(이상 클럽 브뤼헤).
때는 11/12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시즌은 두 선수 모두에게 인상적인 한해로 기억됩니다. 보르머는 로다 JC의 중원 사령관으로 활약한 공로를 인정받아 VI 선정 실버 슈(올해의 선수 2위)의 영예를 안았죠. 그러나 클라시도 이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엑셀시오르 임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그는 '로테르담의 사비'라 불릴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며 페예노르트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죠.
그리고 12/13시즌, 보르머는 우승에 도전하는 페예노르트에 합류하게 됩니다. 당연히 클라시와의 경쟁, 공존이 화두로 떠올랐죠. 결과는? 피지컬, 수비적인 면에서 강점이 있는 보르머였으나 팀이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프랜차이즈의 벽을 넘긴 어려웠습니다. 이미 페예노르트는 클라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팀이었죠. 결국, 대부분 교체 요원, 대타로 기용되면서 자신의 재능을 100%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갈린 희비는 그들의 미래도 뒤흔들었습니다. 백업 역할에 지친 보르머는 14/15시즌에 재기를 노리며 벨기에로 건너간 반면 클라시는 한해 뒤 사우스햄턴으로 이적하며 EPL 입성에 성공하죠. 그리고 클라시는 대표팀에도 정기적으로 선발되는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이 둘의 간극은 이렇게 벌어지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사우스햄턴에서 체격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전한 클라시와 달리 보르머는 클럽 브뤼헤의 중원 사령관으로 자리 잡고 벨기에 무대에 빠르게 적응하며 자신의 본 모습을 되찾아가죠.
그리고 17/18시즌, 흥미로운 일이 벌어집니다. 클라시가 클럽 브뤼헤로 임대오게 된 것이죠. 과거에 박힌 돌이 이제는 굴러온 돌이 된, 입장 차이가 완전히 뒤바뀌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결과도 데자뷰였습니다. 재기를 노리는 클라시에겐 보르머라는 큰 벽이 존재했고 제한적 출전에 만족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보르머는 올해의 선수 수상으로 또 한 번 실력을 입증했네요.
참 데뷔 초기부터 닮은 점이 많았고 같이 보낸 시간도 많았던 이들. 클라시에게 보르머는, 보르머에게 클라시는 어떤 존재일까요. 형식적인 인터뷰가 아닌, 속내를 들어보고 싶은 인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