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쿠만호의 새로운 항해가 시작됐다

낑깡이야 2018. 3. 29. 10:45

쿠만호 첫 항해가 끝났습니다. 잉글랜드-포르투갈과 마주했는데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성적은 1승 1패였지만 단 2경기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이야기해보죠. 우선 2경기 라인업을 살펴보겠습니다.


잉글랜드(1.3.4.3) - 주트; 데 리흐트, 데 브라이, V.반 다이크(c); 하테부르, 바이날둠, 스트로트만, 반 안홀트; 프로메스, 도스트, 데파이

포르투갈(1.5.3.2) - 실레센; 테테, 데 리흐트, V.반 다이크, 아케, 빌헤나; 반 데 벡, 프뢰퍼, 바이날둠; 바벨, 데파이


먼저 2경기 모두 백3로 나선 게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도 네덜란드인데 출발은 1.4.3.3이지'라고 생각할 법한 고정관념을 파괴한 선택. 저는 이를 당장 눈앞을 보기보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고 해석했습니다. 익숙하고 평범한 선택보다는 출발부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스텝을 확실하게 밟아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연전 동안 보여준 대응력도 연장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1차전과 2차전의 선수 구성이 크게 바뀌었는데 평가전이라는 의미에서 여러 선수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고 단순하게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포르투갈전(3대0 승)에 보여준 대응은 잉글랜드전(0대1 패)에 드러난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선택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먼저 기동력을 갖췄거나(바벨, 빌헤나, 아케, 테테) 부지런한(프뢰퍼, 반 데 벡) 선수로 팀의 '속도'를 올려 공수의 완성도를 높였죠. 전방에는 도스트 대신 바벨을 투입하면서 공격 국면에서 적은 숫자로도 공격권을 쉽게 넘겨주지 않고 유지/전개하는 힘도 키웠고요. 빌헤나-프뢰퍼-반 데 벡을 투입하면서 볼이 더 잘 돌고 공격이 더 창의적으로 풀리도록 만든 것도 좋았죠. 공격 전반에서 영향력를 보여준 데파이의 활약도 칭찬해야겠습니다.


그러나 2연전에서 가장 돋보인 건 역시 수비. V.반 다이크-데 리흐트를 중심으로 아케-데 브라이가 번갈아 호흡을 맞췄는데 여긴 이미 완성된 분위기입니다. 히딩크-블린트-아드보카트를 거치면서 해내지 못한 걸 2경기 만에 해냈다는 점에서 쿠만 감독에게 박수를. 한편, 중원도 프뢰퍼-반 데 벡의 활약으로 다소 정체된 기존 체제(스트로트만-바이날둠)에 변화를 줄 수 있게 됐습니다. F.데 용이 부상에서 회복해 가세한다면 더욱 좋아지겠죠.


다만 상대가 모두 전력을 100% 내지 못했다는 점은 고려해야겠죠. 너무 들뜰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팀 사기를 올리고 2경기 만에 많은 걸 수정, 보완했다는 점은 네덜란드와 쿠만 감독에겐 큰 수확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니 욕심이 생길 수밖에요. 다음 A매치 때는 공격진에서 새로운 모습을 많이 봤으면 합니다. 클라이베르트-베르바인에게 기대를!


2연전 MVP

DF 마타이스 데 리흐트(아약스) - 약 1년 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고개 숙였던 거대 꼬마는 잊으세요. No Doubt. 2018년의 데 리흐트는 속된 말로 미쳤습니다. 리그 주간 베스트 11 고정픽인 것도 모자라 오라녜에서도 훨훨 날아다니네요. 잉글랜드전부터 견고한 수비를 펼치더니 포르투갈전에서는 호날두를 인 마이 포켓하고 2도움까지 기록하는 등 종횡무진이었습니다. 이런 활약을 선보이면서 스탐, 헤이팅하 등 명 수비수들의 찬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것이 전설의 시작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