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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녜 2.0을 이끄는 새로운 얼굴들 (1) - 아약스 트리오

낑깡이야 2018. 11. 23. 19:57

얼마 전, 쿠만 감독이 이끄는 오라녜 2.0의 새로운 얼굴들을 소개하는 글로 돌아오겠다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리스트를 작성해보니 소개해야 할 선수가 6명으로 압축되는데 마침 아약스 3명, PSV 3명이더군요. 그래서 1~2편에선 팀으로 묶어서 소개하고 3편에선 추가로 지켜봐야 할 얼굴들은 모아서 간단하게 소개할까 합니다. 먼저 오늘은 아약스 3인방부터.


DF 마타이스 데 리흐트(Matthijs de Ligt)

타고난 리더. 10대의 나이에 수많은 베테랑을 제치고 소속팀의 주장직을 역임 중. 수비 전체를 총괄하고 모든 뒤치다꺼리를 담당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통곡의 벽. 지난 시즌, 프렌키 데 용이 최후방 수비수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데 리흐트가 파트너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미 에레디비지 내에선 적수가 없을 정도. 올 시즌 아약스는 그가 출전한 리그 경기에서 단 1실점(11경기)만 기록 중입니다. 에레디비지 공격수들의 전체적인 레벨이 낮아진 탓도 있지만 그만큼 데 리흐트의 레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약스 유스 출신답게 능숙한 빌드-업 능력을 선보이지만 그의 진가는 수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빠른 상황 판단력과 침착함은 10대라는 나이를 잊게 할 정도. 수비 국면에서 과하다 싶을 만큼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가끔 양날의 검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나열한 설명만 보면 무결점, 만능인데 실제로 지금까진 그렇습니다. 전 그에게서 70년대 크라이프 세대의 후방을 지키던 DF 배리 훌스호프의 그림자가 보이는데 마침 그분이 데 리흐트의 에이전트이자 멘토. 경험만 더 쌓이면 진짜 무서운 녀석이 될 겁니다.


MF 프렌키 데 용(Frenkie de Jong)

미드필더 전 지역에 중앙 수비까지 커버하는 '현대판 카이저'라고 불리는 걸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러나 제가 봤을 때 프렌키 데 용은 타고난 플레이메이커입니다. 최후방에서 전방까지 여기저기 누비며 경기를 컨트롤하고 아군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게 최대 장점. 소속팀에서 중앙 수비를 본 것은 임시직 그리고 전술적 기용으로 보는 게 좋습니다. 경기, 상황을 읽는 능력이 단순하게 '좋다'를 넘어선 '빠르다'가 데 용의 유니크함, 천재성을 잘 말해주는 단어.

가속을 붙인 빠른 전진 드리블, 마치 부드러운 물결 같은 바디페인팅 그리고 그를 기반으로 한 탈압박과 좌우 전환/전진 패스 등 자신이 가진 무기를 토대로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야 할지를 판단하고 빠르게 이행하는 선수. 되도록 많은 숫자의 수비를 자신에게 끌어들여 상대 수비의 대열을 무너지게 하고 수 싸움에 유리하게 만드는 무모하면서도 영리하기도 한 축구도사. 천재, 이견이 없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쿠만호 오라녜 2.0의 황태자.


MF 도니 반 데 벡(Donny van de Beek)

S.데 용-클라센의 계보를 잇는 아약스형 10번에 가까운 선수. 이 이야기는 포지션 플레이에 적합한, 전술적 이해도가 높은 미드필더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표팀에선 공격과 수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중원 싸움에 보탬이 되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 소속팀에서는 2선에서 득점을 지원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 중인데 저는 이 선수가 후방 플레이메이커 기질도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아직 정체성을 찾지 못한 미완의 대기라고도 생각합니다.

경기를 지배하는 힘은 부족할지언정 팀플레이에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쿠만 감독이 부임 초기에 이 선수를 신뢰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지난 2연전을 통해 경기 조율-공격 가담-수비 지원 형태로 중원이 재구축돼 MF 마르텐 데 론(아탈란타)이 플레이메이커(F.데 용)의 보디가드로 한 자리를 가져간 그림입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반 데 벡이야말로 다재다능한 선수. 득점 생산력은 이미 리그 두 자릿수 득점과 유럽대항전에서의 골들로 검증됐고 수비 지원도 일정 수준까지는 가능합니다. 그래서 조만간 그에게도 다시 기회가 오지 않겠나 보고 있습니다.


+ 2편 PSV 3인방 예고. 모두 예상한 이름들일 겁니다.

- DF 덴젤 둠프리스(Denzel Dumfries)

- FW 스티븐 베르바인(Steven Bergwijn)

- MF 파블로 로사리오(Pablo Rosa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