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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흐의 부진에 관한 짧은 생각

낑깡이야 2021. 3. 1. 22:13

올 시즌 지예흐가 이상하게, 어색하게 보이는 건 이 스탯이 말해준다. 아약스 시절 기록과 가장 큰 차이는 드리블 성공/시도 횟수. 물론, 초반 기록이긴 하지만 부상으로 빠진 기간도 많고 큰 차이는 없을 거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시도 자체가 너무 적다. 아래 표를 보면 알겠지만 경기당 평균 드리블 시도가 최소 3회, 최대 6회까지 가던 선수가 첼시에서는 1.6회에 그치고 있다.

 

리그의 수준, 수비의 압박 강도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다? 그렇다면 시도 대비 성공률이 하락하고 실패율이 크게 상승해야 하는 게 정상적인 변화가 아닐까. 경기만 봐도 알겠지만 단순히 계속 시도를 하다가 피지컬에 밀리고 압박에 말리면서 자연스럽게 시도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그냥 시도하려는 움직임조차 보기 어렵다. 여기서 지예흐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약스 시절이 시즈 모드와 퉁퉁포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프로게이머의 시즈탱크였다면 지금 첼시에서는 시즈 모드를 푸는 법을 모르는 아마추어가 다루는 시즈탱크 같다고 해야하나. 이건 지예흐가 좋은 활약을 펼치던 램파드 전임 체제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플레이스타일이 너무 정적으로 변했다. 드리블, 패스, 슈팅 등 주요 공격지표 전부문에서 엄청난 감소가 있었고 이는 단순하게 리그 레벨, 역할 변화만으로 이야기하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지예흐의 대표적인 강점은 높은 피탈취율, 슈팅 대비 낮은 득점전환율 등 항상 지적받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계속 부딪히고 시도해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적극성과 도전 정신인데 이러한 모습이 전혀 안 나오고 있다. 활동량 자체가 적어지다보니 공수에서의 적극성, 기여도도 극도로 떨어진 모습. 악순환의 반복이고 이러니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나 여러 생각이 날 정도다.

 

전술적 주문이 있었을 수도 있겠고 본인의 경기 외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반면 첼시에서의 경기들을 돌아보면 부상의 여파라고 보기는 어렵다. 심리적으로 위축이 됐을 만한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고 환경의 문제가 그의 컨디션에 영향을 주고 있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게 궁예지만 결론은 경기 외적인 이슈에 부딪혀 본연의 색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리그 레벨의 문제를 벗어난 수준이고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적어도 아약스 시절 지예흐가 UCL에서 활약하던 경기들을 복기해보시라고 권유하고 싶다.

 

투헬 체제와 안 어울린다? 이것보다는 당장 위에 언급한 문제, 사라진 아약스 시절 특·장점을 되찾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것이 안 되면 어떤 체제에서도 아약스 시절의 영광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텐하흐 체제 아약스라고 할지라도. 과연 첼시가 이를 파악하고 있을지가 궁금한데 그렇지 않다면 이르지만 이 영입은 실패로 갈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