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EURO2020] vs 오스트리아 - '축신' 데용 + 수비 시프트

낑깡이야 2021. 6. 18. 19:29

1. 바르셀로나야, 데용은 이렇게 쓰는 거란다

1차전에서 둠프리스가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데용이 보여준 안정적인 운영, 폭발력, 의외성도 팀 승리에 크게 공헌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약은 오스트리아전까지 이어져 2연승 그리고 조별리그를 선두로 통과하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F.데부르 감독의 좌우를 다르게 쓰는 전략적 대응도 좋았지만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은 F.데용-데론이 중원에서 좋은 경쟁력을 보여준 덕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전도 좋았지만 오스트리아전은 여러 면에서 데용의 진가가 드러난 경기이었습니다. 좌측에서 블린트의 보조를 받아 경기 전체를 관장하는 역할을 했고, 수적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 개인 기량으로 압박을 이겨내며 전황을 유리하게 만드는 특유의 전진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유로 2020 드리블 성공 1위(10회)가 이의 증거. 또한, 좌측에만 머물지 않고 경기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자리를 옮겨다니는 유연성도 보여줬습니다. 왜 네덜란드 레전드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클릭해서 크게 봐주세요)

또한, 각각 9회와 8회를 기록한 그라운드 경합 승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비 국면에서도 장점을 잘 보여줬습니다. 저는 그의 최상급 운동 능력, 이를 기반으로 한 높은 에너지 레벨이 수비 국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는 쪽인데 오스트리아전도 이러한 능력으로 숏카운터 기회를 만들어내거나 위기 상황을 여유롭게 넘기는데 기여했죠. 데용의 3선 기용이 공수 양면에 도움이 된다는 게 이번 대회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견이지만 네덜란드의 중원을 에너지 레벨은 유지하되 좀 더 공격적으로 구성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데용의 다재다능함 때문입니다. 데론이 데용을 보좌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이러한 보디가드가 없어도 데용은 잘할 수 있고 중원을 이끌 수 있다는 게 아약스와 대표팀 경기에서 여러 차례 증명이 됐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오스트리아전에 흐라벤베르흐-데용이 짧은 시간이지만 동시에 기용된 건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2. 데리흐트 복귀! 수비 재정립을 이끌어내다

오스트리아전은 데리흐트가 사타구니 부상에서 복귀, 수비진이 재정립됐습니다. 지난 우크라이나전에서는 블린트-데브라이-팀버가 백3를 이뤘다면 오스트리아전은 단순히 데리흐트와 팀버만 교체된 것이 아니라 블린트-데리흐트-데브라이로 자리바꿈이 이루어졌죠. 여기서 데 브라이가 수비를 노련하게 이끄는 리더인데 중앙에서 중심을 잡게 하고 데리흐트를 측면에 배치해 저돌적인 전진성을 살리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더군요.

 

그러나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백3라고 하면 중앙에서 스위퍼 혹은 리베로가 수비 전체를 지휘하고 좌우 수비수들은 스토퍼(Stopper)라고 해서 강인한 대인방어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하는데 초점을 맞췄죠. 하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역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윙백들이 윙처럼 활용되는 케이스도 적지 않기 때문에 좌우에 선 수비수들이 필연적으로 빌드업에 깊숙하게 관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블린트-데브라이를 측면에 배치한 건 일리가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클릭해서 크게 봐주세요)

한편, 데리흐트는 적극성과 전투적인 이미지 때문에 리드를 해주는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 아약스 시절에도 그렇고 네덜란드에서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을 때는 최후방 수비수 역할을 맡겼을 때입니다. '장판파 전투의 장비' 같은 느낌이 있고 최후의 보루가 됐을 때 집중력이 올라가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전에서는 84분까지 유효 슈팅을 단 한 차례도 허용하지 않는 단단함과 함께 패스 성공률 100%(40/40), 그라운드 경합 승리 100%(3/3)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복귀를 자축하기도 했습니다. 반다이크가 있었다면 더 강했겠지만 그럼에도 네덜란드의 수비가 단단해 보이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