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반할 감독의 두 번째 계획은 어땠는가

낑깡이야 2022. 4. 1. 15:05

네덜란드 4-2 덴마크

‘10번’ 베르하이스의 우월함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수확이 있었던 경기. 그는 아약스로 이적한 후로 중앙 자원으로 변신했으나 반할 체제에서는 우측 자원의 부족으로 꾸준히 측면에 섰고 경기력, 영향력도 기대 이하였다. 그러나 부담이 없는 평가전에서 비로소 다른 역할을 맡을 수 있었고 가치를 증명했다.

단순히 1도움, 3골에 관여한 기록을 제외하더라도 위치를 전후좌우 계속 옮겨다니며 연계해주고 공격을 결정 짓는 인상적인 경기를 했다. 전임자에게는 큰 부담과 자극이 됐을 것이고 공격진 편성에 고민이 많은 반할 체제에게는 좋은 신호가 됐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불안했던 수비는 선수진과 대형의 변화, 반할 감독의 코로나 이슈를 감안하자. 그러나 이 대형과 구성을 계속 가져가고자 한다면 3선 구성, 수비 전환 체계, 각 선수의 역할 재정립 등 수비 국면에서 중점적으로 신경 쓸 부분들이 많아 보인다.

개인적인 MOM은 스티븐 베르하이스.

네덜란드 1-1 독일

다시 1.3.5.2를 꺼낸 네덜란드. 반할 감독의 말을 빌리고 세분화해보자면 공격진이 역삼각형으로 구성된 1.3.4.1.2라고도 볼 수 있었다. 경기 양상은 전반은 나쁨, 후반은 좋음. 특히, 후반전에 포지셔닝을 수정하고 선수 교체를 통해 분위기를 가져온 게 좋았다.

무엇보다 덴마크전에 큰 문제가 됐던 좌측을 조정한 것이 좋았다. 말라시아-F.데용-블린트가 유닛을 이뤘는데 블린트는 윙백보다는 좌측 센터백이 편안해 보였고 에너지 넘치는 말라시아의 보조도 좋았다. F.데용의 커버력과 전진력 + 볼배급은 말할 것도 없고.

아쉬운 건 우측. 코프메이너스가 포지션을 계속 이탈해서 우측 하프스페이스에 공간을 내줬고 정교함이 부족한 둠프리스의 약점을 커버해주지도 못했다. 이 대형을 계속 가져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 우측은 대안이 없으니 중원을 수정하거나 선수가 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수비 국면에서 대형 유지에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게 과제일 것이다. 단순하게 기존 대형으로 수비에 임한다면 지난 2경기처럼 미들이 커버해야 하는 공간에 과부하가 걸려 수적 열세에 놓이고 수비가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통상적으로는 1. 투톱이 측면으로 크게 벌리고 10번이 올라가거나 2. 10번과 투톱 가운데 하나가 2선으로 내려와서 1.5.4.1 대형을 만들거나 측면 수비가 올라가고 수비를 한칸씩 밀어서 1.4.4.2 대형을 만들어야 한다. 전자는 어려워 보이고 그나마 독일전 후반전에 후자의 작업이 이루어진 건 고무적인 일.

현 네덜란드는 공격진의 이름값 때문에 과소평가받는 팀이고 스타들이 포진한 수비진에 주목도가 쏠리는 팀이지만 오히려 공격력은 준수한 반면 수비력은 기대 이하인 팀. 이유는 바로 상기에 언급한 내용 때문인데 긍정적으로 보면 수비가 정비되고 조직력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오느냐에 따라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팀이라고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