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s

제가 리산드로는 '망한다'고 했었군요

낑깡이야 2023. 1. 26. 13:38

- 아주 바쁘게 지내다가 2월 중순까지는 숨 돌릴 틈이 생겨서 못 챙기던 것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 '이 주제'는 꼭 이야기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제목을 자극적으로 지어봤습니다.

- 22-23시즌 초반에 텐하흐 체제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고전하던 시기에 장지현 해설위원이 전한 제 발언이 화두에 오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저와 사석에서 이야기한 내용에 MSG를 첨가했다고 생각해 웃어 넘겼고 영상에서도 맨유와 선수가 안게 될 리스크와 불안요소를 위주로 전한 걸로 아는데 어느샌가 '망한다'고 단정 지은 것처럼 전해지더군요.

그런데 블로그의 글 혹은 이스타, 또영주 등 제가 출연한 유튜브 채널을 꾸준히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아실지 모르겠지만 제 개인 성향이 선수를 평가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편이고 오히려 네덜란드 & 에레디비지 선수들을 후하게 평가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들도 많이 들을 만큼 조심하는 편이거든요.

거두절미하고 팀버의 이적설때도 이야기했고, 리산드로의 이적때도 의견을 냈지만 핵심은 이겁니다. 

'감독은 그를 기용함으로써 안게 될 리스크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응에 포커스를 맞출 것인가, 아니면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자신의 축구를 구현하는 데 포커스를 맞출 것인가'라는 거죠.

텐하흐 감독도 PL의 특징과 성향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나 그럼에도 본인이 구현하고자 하는 팀에는 리스크를 떠안고라도 볼을 과감하게 전진시켜줄 누군가 필요하다는 그림이 그려져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의 신장과는 무관한, 중앙 후방에서부터 착실하게 만들어가고자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 테다고 이야기했죠.

그리고 리산드로가 팀버, 블린트와 비교했을 때 더 강인한 수비수라서 경쟁력은 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순발력은 다소 아쉬운 편이고 타겟으로 지정돼 신장이나 속도에서의 우위를 앞세운 공격이 집중적으로 들어오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였죠. 해당 내용은 과거에 제가 출연한 맨유 관련 영상이나 블로그 Q&A 댓글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21-22 아약스와 에레디비지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하나였던 인물을 제가 평가절하하고 악담을 퍼부은 것처럼 전해지는 것 같아 기회가 날 때 꼭 해야겠다 생각하고 옮긴 글이니 어떻게 생각하셔도 상관없습니다.

- 그리고 리산드로의 포지션 이동 연혁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신 것 같아 다시 한 번 집어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아약스 링크가 나기 시작한 시점에 디펜사 시절 영상을 찾아본 것으로 리산드로를 처음 알게 돼 아르헨티나 시절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낑깡에게 물어봐] 리산드로 마르티네스(Lisandro Martinez)
https://ajaxforce.tistory.com/647

1. 디펜사 시절에는 백4와 백3를 오가는 중앙 수비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눈여겨본 것은 스위칭 플레이나 경기 도중 전술 변화로 측면에서 플레이를 펼칠 때도 많았는데 이 때 볼을 다루는 기술이나 크로스의 질이 굉장히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2. 그래서 19-20시즌, 영입 초기에는 데리흐트가 떠나고 공석이 된 센터백의 TO를 채우기 위한 영입으로 알려졌으나 개인적으로는 미드필더로도 활용이 될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3. 실제로 데뷔 시즌에는 중앙 수비와 3선을 오가며 멀티 자원으로 기용됐습니다. 그러나 블린트의 존재 때문에 중앙 수비보다는 3선의 가능성을 더 많이, 더 오래 시험 받았습니다. 여기서 패스로 볼을 전개하는 과정과 1차 저지선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해냈으나 더 깊숙한 곳까지 전진하면서 수적 우위를 만들어주는 역할 그리고 연속적인 압박에 대처하는 역할에서 아쉬움을 드러냈고, 20-21시즌 초반에는 이적이 거론되던 탈리아피코의 이탈에 대비해 왼쪽 수비로도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4. 그런데 20-21시즌 아약스에게 큰 위기가 찾아오죠. 블린트가 심장 문제로 자리를 비우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리산드로에게는 기회가 됐습니다. 블린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다시 후진 배치돼 중앙 수비로 맹활약하고 입지를 굳히게 됐고 리그 우승을 견인합니다.

4. 그 이후로는 보시다시피 핵심 수비로 중앙을 든든히 지키는 자원이었습니다. 21-22시즌에는 팀버-파스베르(GK)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수많은 무실점(전반기 15회, 총 20회)-호성적(전반기 4실점, 총 15실점)에 기여했고 21-22 아약스 올해의 선수에도 선정됐죠.

정리하면 아약스 입단 후로는 'CB로 취업 > DM/CB 겸임 > LB(임시직) > CB(정규직)'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까요.

리산드로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텐하흐 감독이 단점을 잘 덮어주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생각하고 텐하흐 감독의 임기 동안에 문제점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나 시즌 전체로 봤을 때는 잃는 것보다 얻어가는 게 많을 것이다고 보네요. 무엇보다 저는 리산드로를 믿기보다는 텐하흐 감독을 믿는, '추종자'에 가까운 인물이라서 그가 지휘하는 한 선수도 팀도 점점 더 좋아지리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