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vs 터키/헝가리 - 경쟁과 압박 그리고 조화

낑깡이야 2012. 9. 11. 18:09
터키-헝가리와의 2연전을 통해 드러난 세 가지 키워드는 경쟁, 압박 그리고 조화입니다. '경쟁'을 통해 신예들에겐 기회의 장을 열어주었고 베테랑들에겐 위기의식을 느끼게 했습니다. 한편 이를 바탕으로 유로 2012에서 실종됐던 '압박'을 되찾았으며 경쟁하는 과정에서도 신구 조화에 신경 써 선수들에게 '팀'에 대한 의식을 심어주었죠. 이것이 평가 절하에 맞서는 반 할 체제가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경쟁
'누구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라는 반 할 감독의 발언은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주전과 비주전이 명확했던 반 마르바이크 체제와 달리 월드컵 예선이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경쟁 체제를 구축하는 배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No.1 GK 스테켈렌부르흐도 예외는 아니었죠. 심지어 터키전(2대0 승)에선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DF 얀마트와 MF 클라시를 45~50분 만에 제외하는 초강수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경쟁이 팀을 단단하게 하고 있습니다. 위기의식을 느낀 베테랑들은 어느 때보다 경기에 집중했고 기회를 잡으려는 신예들은 강한 인상을 남기고자 가진 것 이상을 쏟아냈습니다. 터키전에선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분전한 DF 헤이팅하, 스테켈렌부르흐를 제치고 주전 기회를 잡은 GK 크룰이 인상적이었고 헝가리전(4대1 승)에선 2골을 터뜨린 FW 렌스와 터키전 부진을 만회하려는 MF 클라시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압박
유로 2012에선 가장 기본적인 '압박'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는 4-3-3으로 전환하고 베테랑들이 고스란히 나선 벨기에전(2대4 패)에도 마찬가지였죠. 그러나 터키-헝가리와의 2연전에선 달랐습니다. MF 스트로트만, MF 클라시, MF 페르 등 어린 선수들의 패기와 의욕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줬습니다. 쉴 새 없이 뛰었고 팀이 기능하도록 했죠. 이점만큼은 오히려 베테랑들보다 나았습니다.

덕분에 3선 간격도 유지하면서 밸런스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베테랑들에게도 자극이 됐는지 수비를 등한시하기로 소문난 FW 로벤마저 동료를 돕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유로 2012에서 온갖 수모를 당했던 DF 빌렘스는 2연전을 통해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죠. 아직 간헐적으로 조직적인 압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개선의 여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화
경쟁과 조화는 반대되는 의미인 것 같지만 이 2연전에선 그러지 않았습니다. 경쟁과 조화가 공존했습니다. 터키전에서 다소 부진했던 스네이더-클라시-스트로트만 MF 조합은 페르-마헤르라는 경쟁자 덕택에 헝가리전에서 뛰어난 중원 장악력을 보여줬습니다. DF 헤이팅하의 부상으로
 DF 블라르가 합류하고 DF 반 라인이 선발 기회를 잡는 등 1차전과는 다른 조합을 선보인 수비라인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아지는 모습입니다.

반 할은 어린 선수들을 선호하는 감독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신구 조화를 누구보다 중시하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이 2연전에서 베테랑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의식과 경각심을 일깨우면서도 
베테랑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줍니다. 주장 MF 스네이더뿐 아니라 FW 반 페르시, DF 헤이팅하 등이 대표팀의 변화를 즐겁게 그리고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 어린 선수들이 에레디비지의 힘을 보여준 것도 고무적입니다. 베스트 11을 살펴보면 터키전에선 6인, 헝가리전에선 7인이 에레디비지 소속 선수들이었습니다. 이들의 활약은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에레디비지에서 활약 중인 자국 선수들에게 크나큰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또한 하루라도 빨리 더 큰 무대로 진출하려는 어린 선수들의 마음도 돌릴 수 있겠죠. 포트 U21 감독과의 정기적인 교류를 계획한 것도 궤를 같이하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