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2014 네덜란드는 준비된 팀이었다

낑깡이야 2014. 7. 10. 10:24
모두가 얕봤다. 선수들의 낮아진 이름값, 남미라는 지역색 등 여러 요소를 이유로 스페인-칠레의 관록과 기세에 밀려 조별리그서 탈락하리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에게 역사적인 패배를 안겨줬고 돌풍의 팀을 차례차례 돌려보냈다. 준결승전에선 전설적인 선수를 철저히 봉쇄하며 승리의 문턱까지 다가서기도 했다.

네덜란드는 준비된 팀이었다. 반 할은 90분 혹은 120분 어쩔 땐 승부차기까지 판을 짜며 경기를 설계했다. 그 과정에는 1개월을 앞두고 주 전술을 변경한 용단, 카이트의 측면 수비 4주 훈련, 승부차기에 대비한 크룰과 키커들의 반복된 훈련도 포함돼 있었다.

반 할의 과감한 세대교체, 변화무쌍한 지략,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고 훌륭히 수행한 베테랑과 신예들의 활약은 네덜란드의 미래를 기대하기 충분했다. 로벤의 원맨팀, 로벤이 하드캐리했다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를 잘 뒷받침한 나이젤 데 용 & 카이트 그리고 신예들의 전술적인 활약을 높게 평가하는 바이다.

4년 전, 나는 '네덜란드, 네덜란드를 버리다'라는 칼럼을 통해 그들이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이유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반 할은 그런 네덜란드를 되살렸다. 혹자는 '네덜란드다움'을 잃어버렸다고 했지만 나는 가장 네덜란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전술사에서 큰 영향을 미쳤던 네덜란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가장 전술적으로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는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도 저평가되는 팀이었다. 그러나 그를 이겨내고 준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중심에 있었던 선수들이 베테랑이 돼 젊은 선수들에게 훌륭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 정신이 또 4년 후 네덜란드에겐 큰 자산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