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vs 이탈리아 - 돌아온 히딩크의 선택

낑깡이야 2014. 9. 5. 05:32
돌아온 히딩크, 출발이 순조롭지만은 않네요. 이탈리아 원정에서 0대2로 완패했습니다. 무기력했죠. 경기 초반, 수비진의 치명적인 실수가 2골을 헌납하는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졌고 이것이 승부를 결정짓는 골들이 됐습니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아마 대부분 이 결과에 실망할 겁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준결승까지 오르며 여름을 불태웠던 네덜란드이기에 그 실망감은 더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경기를 보면 히딩크의 액션은 크지 않았습니다. 초반에 실점, 퇴장 등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가 이어졌음에도 벤치를 지켰습니다. 90분을 지켜본 제 감상은 이렇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어차피 어려워진 상황에서 강수로 결과를 내기보다는 선수들의 기량 점검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였습니다. 히딩크 감독의 성향을 봤을 때 만약 전세가 기운 경기에 도전장을 내고자 했다면 일찌감치 카드를 꺼내 들었을 겁니다. 벌써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 어차피 유로 2016까지는 남은 시간이 많으니까요. 평가전보다 더 중요한 체코전을 잘 치르면 됩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월드컵에서 마르틴스 인디-데 브라이 조합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해서 고평가받은 것이 불안했는데 이 경기에선 그들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 반가웠습니다 허허. 제가 이를 반기는 이유는 현재 네덜란드 중앙 수비 자원이 굉장히 풍족하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월드컵 후광을 등에 업고 굳히기 체제로 갈 수도 있는데 다시 경쟁 체제가 구축될 여지가 생겼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을 만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4-3-3에서 스네이더의 문제점이 다시 드러났다는 점. 오늘은 공수에서 꽤 분전한 그림이지만 그럼에도 엇박자가 자주 났습니다. 특히 스네이더는 공격형 MF임에도 일정 부분 후방 사령관의 성향도 지니고 있는데 이것이 블린트가 MF로 전진 배치됐을 때 겹치는 그림도 아쉬웠네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히딩크호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며 4-3-3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반 더 바르트의 빈자리가 느껴졌던 장면이기도 했네요.

사실 1경기로만 판단하자면 부족했던 적극성, 침묵했던 벤치, 선수들의 집중력 등 깔 거리가 한 트럭도 더 나오는 경기이지만 이런저런 변수들이 많았던 점을 고려해야겠습니다. 본선에서 탈락한 것도 아니니까요. 중요한 경기라고 판단했으면 히딩크가 그렇게 표정 변화 없이 벤치에만 앉아 있진 않았을 겁니다. 다가올 예선 첫 경기, 체코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죠. 히딩크호의 첫 평가는 그 때 해도 늦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