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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 쓴 여성 대표팀, 그 중심엔 '오렌지 메시'가!

낑깡이야 2014. 11. 28. 11:02


오늘은 여자 대표팀과 한 선수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제 개인 SNS나 사석에선 종종 네덜란드 여자 대표팀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는데 블로그에서 다루는 건 아마 처음이 아닌가 싶네요. 본론부터. 네덜란드가 월드컵 본선 티켓이 걸린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합계 1승 1무를 기록하며 사상 첫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지난 2009년 핀란드에서 열린 유럽선수권 대회에 처녀 출전해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뒤 2번째 쾌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한, 유로 2013에 이은 2연속 메이저 대회 본선 진출. 그야말로 탄력을 받았습니다.

새 역사 쓴 여성 대표팀
사실 길고도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는 남자 대표팀과 달리 여자 대표팀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이는 프로리그의 역사에서 알 수 있습니다. 2007년에야 에레디비지 브라우언(우먼)이 출범했는데 그 이전까지는 대부분 지역 리그에서 아마추어로 활동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출발도 초라했습니다. 겨우 6팀이었고 그마저도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빅3' 아약스-PSV-페예노르트는 여성 팀을 보유하지 않아 참가할 수 없었습니다. 여성 팀에 대한 관심이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다 지난 2012년에 벨기에와 손을 잡고 BeNe 리그가 출범하면서 이제야 틀이 잡혀가고 있습니다. 
아약스는 베네리그의 출범과 함께 여성팀을 창단했고 PSV도 FC 에인트호벤과 손을 잡고 여성팀에 투자를 감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가 대표팀의 성장, 유망주의 발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예로 헤렌벤 시절부터 비범한 재능이었던 FW 비비아노 미데마는 이른 나이에 에레디비지를 평정하고 바이에른 뮌헨으로 진출, 대표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고 MF 다니엘레 반 데 동크는 젊은 나이에 PSV/FC 에인트호벤과 베네리그의 정상급 중원 사령관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다시 대표팀으로 돌아와서 사실 여성 대표팀의 행보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주던 MF 아누크 호헨다이크가 잦은 부상으로,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인 DF 다픈 코스터가 출산으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남자 대표팀과 달리 전력이 강하지 않아 수비적인 운영을 할 때가 많았던 여자 대표팀이었기에 그들의 공백은 무척 커 보였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이런 결과를 냈다는 건 굉장한 성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네덜란드 여자 축구의 산 증인인 베라 파우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로저 라이너스 감독의 지도력이 빛난 순간이죠.


'오라녜 메시' 미데마
그리고 그 중심에 18세의 어린 소녀 FW 미데마가 있습니다. 그녀는 이미 등장부터 범상치 않았습니다. 15세에 프로로 데뷔, 첫 시즌만에 두 자릿수 득점(17경기 10골)을 올리더니 베네리그가 출범한 뒤 통합리그로 개편한 13/14시즌에는 무려 39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에 올랐습니다. 당시 그녀의 나이 17세. 그녀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열린 U-19 유럽선수권에서 6골을 터뜨리며 득점왕과 MVP를 독식, 팀을 사상 첫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특히 스페인과의 결승전(1대0 승)에서 보여준 여유 넘치는 득정 장면에 놀란 네덜란드 언론들이 이 어린 소녀의 활약을 집중 조명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여기서 한 선수를 추억하고 가고 싶네요. 사실 네덜란드 대표팀의 공격은 오랫동안 FW 마논 멜리스와 FW 실비 스미트가 책임져왔습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FW 카렌 스테븐스의 기구한 운명 때문입니다.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그녀의 존재감이란 정말 대단했습니다. '탱크' 같았던 그녀는 네덜란드 공격의 전부였고 기어코 팀의 첫 메이저 대회 진출을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본선 진출 과정에서 스페인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영웅적인 활약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그녀의 미래는 정말 밝았죠. 그녀가 네덜란드 여자 축구를 바꿔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선수의 적, 부상이 그녀에게서 축구를 뺏어갔습니다. 유로 2009가 끝난 뒤 거듭되는 부상으로 2년 동안 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벨기에로 진출한 뒤에도 다시 부상에 시달려 결국 조기 은퇴를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다큐 그리고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보면서 여자 축구의 매력에 빠지게 된 터라 더욱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픔이 있었기에 FW 미데마의 발견이 더 기쁘게 와닿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선수라는 점이 더욱 반갑습니다. 네덜란드 여자 축구 선수 가운데 이렇게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적어도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2선의 또 다른 핵심 선수 MF 리케 마르텐스와 MF 반 데 동크의 지원도 훌륭하지만 그를 살리는 FW 미데마의 마무리 능력은 정말 탁월합니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박스 주변만 맴도는 선수는 아닙니다. 그를 일부 전문가들이 메시에 비유하는 이유는 놀라운 득점력만큼이나 볼을 다루는 기술이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올리는 폭발력, 방향 전환, 슈팅을 가져가기 이전의 움직임과 개인기는 그녀가 왜 17세부터 대표팀의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는가를 잘 알려주는 좋은 예들입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러브콜을 받아 독일에 진출해있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겠죠.

A매치 18경기 18골. 이미 A매치 최다골 TOP 5에 진입했고 카렌과 같은 일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무난히 최다 득점자에 오르겠죠. 벌써 다가올 월드컵에서 역사를 써내려 갈 그녀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내심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돼 자주 보고 싶은 마음도 있네요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