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가 깽판을 치는 가운데 오랜만에 2014 브라질 월드컵 얘기나 해보죠. 흔히 '루이 반 할 감독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백3로 전환한 것은 MF 케빈 스트로트만의 부재 때문이다'라고 얘기하곤 하죠. 그러면서 이는 반 할 감독의 스트로트만에 대한 신뢰 그리고 그의 역량을 이야기하는 데 쓰이는 소재가 되곤 합니다.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습니다. 정확하게는 반 더 바르트-스트로트만의 동반 부상 그리고 수비수들의 역량에 대한 의심이 반 할 감독이 생각을 바꾸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반 할 체제의 4-3-3에서 반 더 바르트-스트로트만이 하는 역할을 컸습니다. 스트로트만이 공수를 연결하고 중원 장악을 책임지는 리더였다면 MF 라파엘 반 더 바르트는 그의 비호를 받아 공격 전개와 연결고리 역할을 하던 찬스메이커이자 해결사였습니다. 반 더 바르트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기 전까지 올린 성과를 보면 이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수비 가담도 소홀히 하지 않았고 그것이 공격에만 신경 쓰던 MF 웨슬리 스네이더를 버리고 반 더 바르트를 중용했던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런 2인이 동시에 쓰러졌으니 버린 카드였던 스네이더-N.데 용을 '울며 겨자 먹기'로 쓴 것.
그리고 프랑스와의 평가전(0대2 패)을 통해 이 체제로는 강대국들의 공세를 버텨낼 수 없다고 판단, 종합적으로 백3로의 전환을 꾀하게 됩니다. 마르틴스 인디-데 브라이가 중심이었던 수비진에 경험 많은 DF 론 블라르를 추가했고 MF 스네이더와 함께 주축에서 제외하려 했던 MF 나이젤 데 용을 앞선에 보디가드로 둬 수비를 강화하는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경기력에선 다소 의문부호가 붙었지만 그 와중에도 반 할의 변화무쌍한 전략, 선수들의 뛰어난 역할 수행 능력이 어우러져 3위라는 호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됐죠.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아마 4-3-3을 썼더라면 이런 성적을 내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결국 전화위복이 된 셈이죠. 그렇다고 두 선수의 공백이 전혀 아쉽지 않았던 건 또 아니었으니 아이러니합니다 허허. 하여튼 반 할 감독이 백3를 쓰게 된 것을 너무 단순하게만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서 오랜만에 한 번 되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