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반등? 여전히 위기다

낑깡이야 2014. 11. 17. 12:55
멕시코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렸던 히딩크, 라트비아전 대승으로 체면을 세웠습니다. 선수들은 이 승리로 자신감을 되찾았고 라트비아전에 패하면 지휘봉을 놓겠다며, 자신의 감독 인생을 담보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히딩크도 자신의 말을 지킨 셈이 됐죠. 그러나 과연 이 라트비아전 승리에 승점 3 그리고 히딩크 감독의 생명 연장,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부진을 털어내는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였음에도 불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멕시코-라트비아와의 2연전에서 보여준 전략과 비전입니다. 멕시코전에서 밸런스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스네이더-블린트-아펠라이 조합을 내세운 것을 시작으로 문제 투성이입니다. 벼랑 끝에 몰린 라트비아전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반 페르시-훈텔라르를 동시에 내세웠고 이것은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전술을 체코-아이슬란드, 나아가 유로 2016 본선에서도 쓸 겁니까? 이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단발성 전략에 불과하죠.

물론, 승리하지 못한다면 본선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심 끝에 내린 선택임은 존중합니다. 선수를 선택하는 것도 감독의 재량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봅시다. 하지만 미래를 보지 않는 운영은 정말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체코전에 치명적인 실수를 점한 DF 얀마트를 제외한 것, 
DF 벨트만과 FW 데파이가 멕시코전에 고전했다고 라트비아전 베스트 11 구상에서 빼버린 것 등 선수 길들이기로만 볼 수 없는 단기적 운영이 아쉬웠습니다.

여기서 불멘소리를 하나 더 하자면 반 할은 자국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많은 이가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네덜란드의 미래에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히딩크는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고 있죠. 이게 유로 2012인지, 유로 2016인지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과거에 유망주들에게 에레디비지를 빨리 벗어나라고 했던 발언을 할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는데 적어도 언행일치는 하고 있네요 허허.

제가 계속 이 이야기를 하는 건 히딩크 체제 이후의 미래가 걱정스럽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83~84세대와 함께 체면만 살리고 모든 부담을 자신을 보좌하는 블린트에게 떠넘기려는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는 거죠. 반 할이 2년에 걸쳐 이뤄낸 세대교체, 그 중심에 있던 선수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들의 실력이 부족해서 밀렸다고 한다면 2014 월드컵과 유로 2016 예선의 성적표를 비교해드리고 싶네요.

잘 나신 히딩크 감독 덕분에 2014 월드컵을 경험의 장으로 쓰고 유로 2016에서 패권에 도전하겠다는 네덜란드의 장대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간신히 성공한 세대교체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대표팀은 최고의 선수가 모이는 곳이 맞습니다. 그러나 과연 히딩크 체제 대표팀에 세대교체의 주역인 젊은 선수들보다 나은 선수가 몇이나 되느냐고 되묻고 싶군요.

네덜란드, 유로 2016만 하고 축구 안 할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