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ivisie

흐로닝언으로 간 석현준, 그 시시콜콜한 이야기(下)

낑깡이야 2011. 6. 30. 00:55

흐로닝언으로 간 석현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마지막 시간이다. (上)편에선 2년 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아약스 스토리를 짧게 이야기해봤으며 (中)편에선 흐로닝언으로 가기까지 순탄치 않았던 여정, 새로운 팀에서의 전망 등을 이야기해봤다. 오늘 이 시간에는 석현준의 경쟁자 혹은 파트너에 대해서 알아보고 어떠한 방식으로 기용될 것인지, 팀에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볼까 한다. 자- 이제 본론으로.

새로운 동료들, 경쟁 혹은 조화
지난 (中)편에서도 밝혔듯 석현준은 이미 치열한 경쟁의 바닷속에 뛰어들었다. 특히 하이스트라 감독이 지난 시즌에 보여준 전술-전략을 그대로 가져간다고 봤을 때 타 포지션 선수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 팀 적응이라는 기본 과제에 또 하나의 큰 숙제를 짊어지게 된 것. 때론 원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뛰는 일도 감수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생존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석현준은 키프러스로 떠난 3번째 FW 곤살로 가르시아의 대체자로 영입됐다. A팀과 리저브를 오가며 미래를 엿보는 유망주가 아닌, 정규리그서 답답한 흐름을 바꿔 줄 즉시 전력감으로 영입됐다는 뜻이다. 더 많은 출전 기회와 더 많은 부담이 함께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발을 맞추고 경쟁을 펼쳐야 할 인물들은 누구인가. 석현준의 파트너 혹은 경쟁자가 될 핵심 4인을 선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석현준의 동료이자 경쟁자들. (왼쪽부터) 마탑스-페데르센-안데르손-바쿠나

FW Tim Matavz
명실상부 부동의 FW. 최근 2년간 정규리그에서만 61경기 29골을 터뜨린 에레디비지 대표 골잡이다. 수비수를 등지는 포스트 플레이와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는 라인 붕괴 모두에 능한 선수. 나폴리로의 이적이 유력했으나 오랜 협상 끝에 결렬되고 팀에 잔류했다. 그 사이 관심을 보이던 아약스, PSV, AZ 등 에레디비지 상위권 클럽들도 공격진을 보강해 사실상 네덜란드 내 이적은 어려워진 상태다.

현재 흐로닝언 공격진에서 마탑스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에레디비지를 둘러봐도 마찬가지. VVV전 5골의 주인공 FW 시토르손이 아약스로, 10/11 득점왕 FW 블레밍스가 클럽 브뤼헤로 이적하고 ADO 돌풍의 주역 FW 불리킨이 안더레흐트로 돌아간 지금 FW 융커(로다)만이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11/12시즌도 함께 한다면 부동의 원톱으로 활약할 것이다. 경쟁이 무의미한 언터쳐블(Untouchble).

FW Nicklas Pedersen
3년 차에 접어드는 덴마크 출신 공격수. 마탑스의 메인 파트너다. 마탑스와 투톱 혹은 2선 공격수로 출전하나 임무는 최전방 공격수에 가깝다.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수비수와 경합하고 기회를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플레이한다. 그러나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매년 득점력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2009년 겨울에 합류, 정규리그만 51경기를 소화했는데 아직 10골밖에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페데르센이야말로 진정한 경쟁자이자 석현준이 넘어야 할 벽이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하지만 코칭스태프와 프론트진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 하이스트라 감독도 페데르센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석현준이 가까운 미래에 바통을 이어받아 주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리저브 무대에서 보여준 적극적이고 과감한 모습을 에레디비지서도 보여줄 수 있다면 페데르센과의 경쟁은 흥미진진하게 흘러갈 것이다.

MF Petter Andersson
'더비 라이벌' 헤렌벤서 맹활약한 라세 닐손의 대항마로 야심 차게 영입한 류스바트네츠(Ljusvattnets)의 앙리. 중앙과 측면을 넘나드는 2선 공격수로 입단 첫해(08/09시즌) 15경기 5골을 터뜨리며 아약스로 떠난 수아레스의 대체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아약스전서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해 1년 넘게 병마와 싸워야 했으며 10/11시즌이 개막한 지 2개월이 지나서야 그라운드에 복귀한 비운의 유망주다.

석현준의 직접적인 경쟁자는 아니다. 안데르손의 실질적인 경쟁자는 오히려 MF 타디치, MF 에네볼센 등 측면 공격수나 MF 바쿠나, MF 반 데 락 등 공격형 미드필더들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전술 변화를 시도하거나 분위기 전환 카드로 고민할 때 석현준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도 있는 선수다. 특히 하이스트라가 손에 쥔 젊은 조커 카드라는 점에서 중첩되는 재능이다. 석현준으로선 경쟁이 불가피한 친구.

MF Leandro Bacuna
흐로닝언 유스의 야심작. 2년 연속 2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착실히 경험을 쌓고 있는 유망주다. 날카로운 2선 침투와 강력한 오른발 슈팅이 강점인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임 감독 얀스에 이어 하이스트라로부터도 신임받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44경기 2골이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아직은 다듬을 것이 많은 '원석'에 불과하다. 올여름 제노아로 떠난 DF 그란크비스트의 'No.7'을 이어받으며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안데르손과 마찬가지로 간접적인 경쟁자가 될 공산이 크다. 특히 11/12시즌부터 페데르센을 벤치로 밀어내고 주전으로 기용되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을 만큼 구단이 거는 기대는 크다. 시즌 초반에는 석현준과 안데르손은 물론, 페데르센보다 많은 기회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경기서 경험이 부족한 티가 확연히 드러나는 젊은 선수다. 급성장하지 않는 한 석현준에게도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

최대 라이벌은 석현준
출발이 좋다. RWE 엠스몬트전(13대0 승)서 후반 교체 투입, 4-2-3-1의 원톱으로 활약하면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물론 기록에 의의를 두긴 어려운 연습 경기였지만 부상을 털어내고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는 점만큼은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그러나 마탑스(휴가), 페데르센(부상) 등 다른 공격수들이 결장했음에도 후보군으로 꾸려진 후반전에 투입됐다는 점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우선 경쟁자를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할 것이다. 석현준의 주력 포지션은 원톱이다. 아약스서 A팀 경기는 물론, 리저브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원톱에서 보냈다. 그러나 하이스트라 감독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아약스 리저브 시절 간헐적으로 석현준을 측면에 기용, 쏠쏠한 재미를 봤다. 측면에서 MF 타디치, MF 에네볼센과는 다른 형태로 기용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부동의 주전이 아닌 이상 원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뛰는 것도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11/12시즌은 벤치에서 시작하는 것이 '명약관화'하기에 기회가 왔을 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측면 공격수 자리에서도 감독이 원하는 기량을 보여준다면 그에 상응하는 출전시간이 보장될 것이며 주전과 원하는 포지션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