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ivisie

이보시오 감독, 아약스가 3-4-3이라니?

낑깡이야 2011. 9. 26. 13:53
“우리는 간헐적으로 3-4-3을 시도했으나 그리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니 이보시오 주장 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3-4-3이라니. 아약스가 바르셀로나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이 90년대도 아닌데 3-4-3이라니. 근데 사실이란다. 아약스는 비록 빅 히트를 치진 못했지만 노르트바이크와의 KNVB-BEKER(3대1 아약스 승)에서 3-4-3을 시전했다. 언론 대부분이 이날 포메이션을 4-3-3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우리들의 기억 속에선 잊혀졌던, 바로 그 ‘3-4-3’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3-4-3이라고? 프랭키의 뒤통수

아약스는 현재 에릭센-테오 얀센-심 데 용 조합으로 중원을 꾸려가고 있다. 여기서 나는 테오 얀센이 2선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에릭센이 PA 부근 공격 작업을 전담하며 심 데 용이 2선에서 득점을 지원 사격하는 것이 이러한 공격적인 중원을 구성하게 된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부족한 중원 장악력과 수비력은 포백의 전진, 특히 센터백들의 활발한 중원 가담으로 메우는 것이 11/12 시즌의 주 전술이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실제로 아약스는 개막 후 줄곧 저런 형태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으니까. 그러나 프랭키가 생각하는 큰 틀은 이것이 아니었다. 그는 아약스식 3-4-3 재현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아약스가 AC 밀란, 레알 마드리드 등을 초라하게 만들며 90년대 중반을 평정할 ‘뻔’ 했던 그 전술이다. 물론 신입생들도 많고 주 전술조차 완벽하지 않은 터라 전면에 내세우진 못하고 있으나 그는 어떠한 형태로든 3-4-3을 재현해내길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노르트바이크전을 통해 드러났다.


vs Noordwijk - Cillessen; Ooijer, Alderweireld(65. van Rhijn), Vertonghen, Blind; Serero, S.de Jong(78. Eriksen), Lodeiro; Jody Lukoki, Bulykin, Ozbiliz(20. de Sa)


당시 라인업이다. 블린트와 오이에르가 측면 수비를 겸할 수 있다고는 하나 센터백에 적합한 선수 4인으로 포백을 구성한 점,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3인 - 세레로, 심 데 용 & 로데이로 - 을 중원으로 내세운 점 등 당시만 하더라도 의아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무리 전력에서의 우위를 앞세워 공격적인 전술을 펼친다 해도 저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공격형 포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4-3이 언급되면서 뒤엉켜 있던 퍼즐도 모두 맞춰지기 시작했다.


얼추 그림은 그려지네?

토탈 풋볼 그리고 3-4-3. 말은 쉽다. 아약스의 전성기를 뒷받침했던, 전통과도 같다는 점에서 설득력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말처럼 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물론, 정신적인 부분까지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완벽히 구현해낼 수 있는, 전설적인 팀으로 평가받으며 온갖 찬사가 쏟아지는 바르셀로나조차 구현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바로 그 전술이다. 이런 전술을 아약스가 재현해낸다고? 일반적으론 비웃음거리가 되겠으나 일단 그림은 맞아 들어간다.


측면 수비수 반 더 빌과 보일리센은 센터백을 경험했거나 겸직할 수 있는 선수들로 과거 프랑크 데 부르와 라이지거가 했던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또한 알더베이렐트는 수비의 축 - 블린트가 담당했던 - 을 맡겨도 부족함이 없는 선수로 성장했다. 공격에서도 좋은 그림이 나온다. 부리터와 술레이마니는 오베르마스와 피니디를 떠올리게 할 만큼 공수를 활발히 넘나드는 선수이며 시토르손도 현재까지 아약스식 No.9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다.


한편 과거 아약스가 3-4-3으로 유럽을 제패할 수 있었던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수비와 중원을 넘나들며 밸런스를 유지하는 레이카르트의 냉철한 판단력, 그라운드를 곳곳을 누비는 다비즈 & 세도르프의 왕성한 활동량이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세도르프의 롤은 로날드 데 부르가 간헐적으로 대체했으나 다비즈와 레이카르트의 롤은 누구도 쉽사리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와 궤를 같이한다. 여기서 주장 베르통언은 전술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레이카르트 롤의 적임자. 기술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부분에서 높은 레벨에 올라 있는, 명실상부 아약스 최고의 선수다.


말처럼 쉬우면 그게 토탈 풋볼일 리 없지

문제는 ‘다비즈 & 세도르프의 역할을 누가 담당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프랭키의 머릿속에는 테오 얀센과 에릭센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그림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특히 LM이 문제다. 테오 얀센은 지공에 적합한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로 기동력과 빠른 공수 전환을 필요로 하는 3-4-3의 LM에 어울리지 않는다. 다비즈와는 완벽히 다른 타입이다. 만약 이 전술을 애초부터 고려했다면 지난여름, 더더욱 테오 얀센이 아닌 스하르스의 영입을 우선적으로 추진했어야 했다.


90년대 중반 당시 볼 점유만큼이나 중요시됐던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에서도 테오 얀센은 좋은 카드가 아니다. 트벤테 시절 간헐적으로 수비 부담을 안았으나 선수 커리어 대부분을 공격에 쏟아온 미드필더이기 때문. 당시 세도르프에 비해 부족한 에릭센의 수비적 움직임, GK 베르메르의 불안한 연계, 지원 사격을 넘어 주력 득점원 역할을 했던 혹은 해야 할 리트마넨과 심 데 용의 격차는 만약 3-4-3을 구현한다고 했을 때 현 LM이 안고 있는 문제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는 문제들이다.


요점을 이야기하자면 지금 체제에서 3-4-3으로의 전환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애초 밑그림부터 그려지지 않는데 세부적인 전술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일 터. 지난 시즌 후반기에 보여준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아약스는 충분히 좋은 팀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 이를 깨뜨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오히려 무모한 시도 때문에 다시 궤도에 오른 팀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진 않았으면 한다. ‘에레디비지 갈락티코’까지 구성할 정도로 위기의식을 느낀 PSV와 달리 아약스는 디펜딩 챔피언.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