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레디비지가 망했다고? 도대체 언제적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최근 에레디비지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PSV 듀오' 박지성 -이영표가 활약하던 2000년대 중반과 비교했을 때 어느 팀도 유럽 대항전에서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고 리그 순위도 곤두박질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에레디비지의 위상 변화에 대한 의견은 충분히 근거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곤두박질이 끝이 아니다. 이들은 바닥을 찍고 다시 힘차게 계단을 오르고 있다.
초라한 UEFA 클럽 랭킹. 그러나
에레디비지의 현 UEFA 클럽 랭킹은 9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불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변방으로 여겨졌던 동유럽 리그에도 밀려나 있는 형편이다. 제니트(러시아)와 샤크타르(우크라이나)가 차례로 UEFA컵(現 유로파리그) 정상에 오르는 동안 에레디비지는 믿었던 아약스가 챔피언스리그와 UEFA컵 예선에서 연달아 탈락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받아들어야 했다. 그리고 이것이 아직 에레디비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에레디비지는 이러한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07/08시즌(5.000)과 08/09시즌(6.333)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이들은 트벤테가 신흥강호로 발돋움하고 아약스가 위용을 되찾은 09/10시즌부터 서서히 만족할 만한 점수를 쌓아가기 시작한다. 09/10시즌 9.416점을 획득, 러시아(6.166)와 우크라이나(5.800)를 앞섰고 10/11시즌(11.166)에는 프랑스(10.750)를 넘어서 이탈리아(11.571)까지 위협했다.
이 기세는 올 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 리그에서 우승 경쟁 중인 '4강' 아약스-PSV-트벤테-AZ가 유럽 대항전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모두 조별리그 4차전까지 소화한 현재 에레디비지의 점수는 7.400. 포르투갈(6.333), 프랑스(6.166) 등은 물론, 이탈리아(5.785)와 독일(7.250)까지 넘어서는 놀라운 기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네 팀 모두 아직 점수를 쌓을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
리그 경쟁력, 그것은 아이러니
흔히 리그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평준화가 얼마나 잘 됐는가?'를 논한다. 그러나 이야말로 케바케(Case by Case)다. 상대적으로 출전 티켓이 많이 배분되는 상위 리그는 순위를 끌어올리거나 유지하는 데 있어 중위권 클럽들의 선전이 필요한 것이 사실. 그러나 중소리그는 다르다. 중위권 클럽들의 선전보다는 강호들이 얼마나 호성적을 거두는가에 따라 리그 점수와 순위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마지막 중흥기라 불리는 2000년대 초반을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에레디비지가 유럽 무대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던 것은 '확실한 2강' 아약스와 PSV 에인트호벤의 존재 덕택이었다. 이들은 워낙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했던 탓에 리그에서 상황에 따라 힘을 비축할 수 있었고 그것을 유럽 대항전에 쏟았다. 그 결과, 02/03시즌에는 아약스가 8강에, 04/05시즌에는 PSV가 준결승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우승후보들과 중상위권 클럽 간의 격차는 점차 좁혀지기 시작했다. 강호들이 주축 선수들을 빅클럽 혹은 빅리그에 내주며 전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동안 중위권 팀들은 착실하게 성장, 강호들과의 격차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AZ 알크마르(08/09)와 트벤테(09/10)가 2년 연속 헤게모니를 무너뜨리며 방점을 찍었다. 에레디비지는 이렇게 '그들만의 리그'라는 수식어와 결별했다.
결국 에레디비지가 유럽에서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었던 것도 신흥 세력들이 강호로 자리매김하면서부터였다. AZ와 트벤테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리그에선 중상위권, 유럽 무대에선 그저 주의해야 할 껄끄러운 팀 정도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우승을 통해 많은 혜택 - UCL 본선 자동 진출 - 과 함께 자신감까지 얻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비로소 이들도 아약스, PSV 못지않은 '아우라'를 풍기기 시작했다.
기지개를 켜는 에레디비지
올 시즌 에레디비지는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자국에선 어느 때보다 치열한 우승 경쟁이 펼쳐지고 있고 유럽 무대에선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홀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아약스는 실로 오랜만에 16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고 유로파리그에 참가 중인 3인방 - PSV, 트벤테 & AZ - 는 호조를 이어가며 이변이 없는 한 모두 32강 토너먼트에 오를 분위기다. 기세로 보아 네 팀의 유럽 여정은 12월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
최근 에레디비지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PSV 듀오' 박지성 -이영표가 활약하던 2000년대 중반과 비교했을 때 어느 팀도 유럽 대항전에서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고 리그 순위도 곤두박질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에레디비지의 위상 변화에 대한 의견은 충분히 근거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곤두박질이 끝이 아니다. 이들은 바닥을 찍고 다시 힘차게 계단을 오르고 있다.
초라한 UEFA 클럽 랭킹. 그러나
에레디비지의 현 UEFA 클럽 랭킹은 9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불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변방으로 여겨졌던 동유럽 리그에도 밀려나 있는 형편이다. 제니트(러시아)와 샤크타르(우크라이나)가 차례로 UEFA컵(現 유로파리그) 정상에 오르는 동안 에레디비지는 믿었던 아약스가 챔피언스리그와 UEFA컵 예선에서 연달아 탈락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받아들어야 했다. 그리고 이것이 아직 에레디비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에레디비지는 이러한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07/08시즌(5.000)과 08/09시즌(6.333)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이들은 트벤테가 신흥강호로 발돋움하고 아약스가 위용을 되찾은 09/10시즌부터 서서히 만족할 만한 점수를 쌓아가기 시작한다. 09/10시즌 9.416점을 획득, 러시아(6.166)와 우크라이나(5.800)를 앞섰고 10/11시즌(11.166)에는 프랑스(10.750)를 넘어서 이탈리아(11.571)까지 위협했다.
이 기세는 올 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 리그에서 우승 경쟁 중인 '4강' 아약스-PSV-트벤테-AZ가 유럽 대항전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모두 조별리그 4차전까지 소화한 현재 에레디비지의 점수는 7.400. 포르투갈(6.333), 프랑스(6.166) 등은 물론, 이탈리아(5.785)와 독일(7.250)까지 넘어서는 놀라운 기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네 팀 모두 아직 점수를 쌓을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
리그 경쟁력, 그것은 아이러니
흔히 리그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평준화가 얼마나 잘 됐는가?'를 논한다. 그러나 이야말로 케바케(Case by Case)다. 상대적으로 출전 티켓이 많이 배분되는 상위 리그는 순위를 끌어올리거나 유지하는 데 있어 중위권 클럽들의 선전이 필요한 것이 사실. 그러나 중소리그는 다르다. 중위권 클럽들의 선전보다는 강호들이 얼마나 호성적을 거두는가에 따라 리그 점수와 순위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소리그들이 유럽대항전에서 경쟁력을 키워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해당 리그의 최상위 클럽 2~3팀이 자국리그를 제압할 만한 압도적인 힘을 갖추고 유럽 무대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 명제에 충실한 리그는 우크라이나. 이들은 디나모 키예프-샤크타르의 양강 체제로 네덜란드를 넘어섰다.
- 네덜란드, 네덜란드를 버리다(2)에서
이는 마지막 중흥기라 불리는 2000년대 초반을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에레디비지가 유럽 무대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던 것은 '확실한 2강' 아약스와 PSV 에인트호벤의 존재 덕택이었다. 이들은 워낙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했던 탓에 리그에서 상황에 따라 힘을 비축할 수 있었고 그것을 유럽 대항전에 쏟았다. 그 결과, 02/03시즌에는 아약스가 8강에, 04/05시즌에는 PSV가 준결승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우승후보들과 중상위권 클럽 간의 격차는 점차 좁혀지기 시작했다. 강호들이 주축 선수들을 빅클럽 혹은 빅리그에 내주며 전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동안 중위권 팀들은 착실하게 성장, 강호들과의 격차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AZ 알크마르(08/09)와 트벤테(09/10)가 2년 연속 헤게모니를 무너뜨리며 방점을 찍었다. 에레디비지는 이렇게 '그들만의 리그'라는 수식어와 결별했다.
결국 에레디비지가 유럽에서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었던 것도 신흥 세력들이 강호로 자리매김하면서부터였다. AZ와 트벤테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리그에선 중상위권, 유럽 무대에선 그저 주의해야 할 껄끄러운 팀 정도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우승을 통해 많은 혜택 - UCL 본선 자동 진출 - 과 함께 자신감까지 얻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비로소 이들도 아약스, PSV 못지않은 '아우라'를 풍기기 시작했다.
기지개를 켜는 에레디비지
올 시즌 에레디비지는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자국에선 어느 때보다 치열한 우승 경쟁이 펼쳐지고 있고 유럽 무대에선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홀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아약스는 실로 오랜만에 16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고 유로파리그에 참가 중인 3인방 - PSV, 트벤테 & AZ - 는 호조를 이어가며 이변이 없는 한 모두 32강 토너먼트에 오를 분위기다. 기세로 보아 네 팀의 유럽 여정은 12월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
무엇보다 이러한 상승세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져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UEFA 클럽 랭킹은 최근 5시즌 성적을 합산해 결과를 낸다. 이는 이 기세가 최소 암울했던 07/08시즌과 08/09시즌 성적이 지워질 2년 후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뜻. 만약 이 기세를 이후까지 이어갈 수만 있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넘어 프랑스와 포르투갈, 이탈리아의 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는 리그로 올라서게 된다.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2시즌 동안 에레디비지보다 좋은 성적을 낸 리그는 EPL, 라 리가, 리가 사그레스, 분데스리가뿐이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에레디비지의 주 공략 대상이 유로파리그라는 점도 분명히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 그러나 유로파리그에서 꾸준히 점수를 획득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다시 세력을 넓혀간다면 과거의 경쟁력을 충분히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에레디비지의 부활, 이만하면 기대해볼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