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ivisie

중구난방 아약스 이야기

낑깡이야 2012. 2. 18. 18:34
이미 트위터로 전했지만 아약스가 클럽 닥터 에드윈 후트하트(Edwin Goedhart)와 결별했습니다. 2002년에 합류한 그는 08/09시즌 AZ로 이적했다가 이듬해 다시 아약스로 금의환향했었습니다. 먼저 9년간 헌신했던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결별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의 사임은 아약스의 잦은 부상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 시즌 아약스는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에 신음하고 있죠.

현재 FW 시토르손, FW 부리터, DF 반 더 빌이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한 상태. 다행히 FW 술레이마니, DF 보일리센이 차례로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중원에 구멍이 생겼습니다. MF 테오 얀센과 MF 에노가 쓰러졌죠. 등가교환의 법칙도 아니고 부상자들이 돌아오면 그에 맞춰 다른 선수들이 쓰러지는 불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 시즌 부상은 한때 미테아-리트마넨이라는 괴랄스러운 공격진을 구성하게 했던 2000년대 중반을 방불케 합니다.

이에 대해서 재밌는 설이 있습니다. 프랑크 데 부르가 새롭게 도입한 '베르하이엔 트레이닝'에 대한 부작용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예, 잘 알려진 히딩크 사단의 '공포의 삑삑이' 레이몬드 베르하이엔씨입니다. 올 시즌 피지컬 훈련에서 그에게 많은 도움을 얻고 있죠. 과연 이것이 장기적으로 피와 살이 될 것인지, 실패로 돌아갈 것인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저는 프랭키 체제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만큼 일단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베르하이엔은 "프랑크 데 부르는 5~10년 안에 가장 뛰어난 네덜란드 감독 가운데 하나(one of the best Dutch coaches)가 되리라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큰 감독입니다. 2010 브라질 월드컵에서 오랑예가 준우승을 차지할 당시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지도자죠. 사실 그의 재능이야 이미 선수 시절부터 감지되던 것이지만 이렇게 빠르게 실적을 쌓아가는 모습을 보니 흐뭇합니다.

자, 그럼 경기 내적으로 이야기해보죠. 술레이마니의 최근 모습은 확실히 실망스럽습니다. 이 녀석은 득점력과 돌파력을 등가교환한 느낌입니다. 득점력은 커리어 최고를 기록 중이나 헤렌벤 시절에 보여줬던 폭발적인 돌파력은 종적을 감췄습니다. 전반기에도 측면 공격 대부분이 부리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술레이마니는 중앙으로 쇄도해 마무리에 주력하는 모습이었죠. 간헐적으로 돌파가 이루어졌으나 빈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측면 운용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측면을 흔들어줘야 할 에베실리오와 외스빌리스가 줄어든 출장시간 때문에 리듬을 잃어버린 탓. 한편 술레이마니가 에베실리오와 호흡을 맞추면 종전대로 오른쪽, 외스빌리스나 루코키가 나오면 왼쪽으로 옮겨서 플레이하는데 확실히 왼쪽이 나아 보입니다. 득점보다 돌파에 주력하는 게 보이거든요. 에베실리오도 본인은 왼쪽을 선호할지 모르나 확실히 오른쪽이 훨씬 위협적으로 보입니다.

이젠 맨유전 이야기를 해보죠. 사실 조편성 결과가 나왔을 때만 해도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던 매치-업이었는데 그 사이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기대감을 접었습니다. 그러나 우려보단 잘하지 않았나 봅니다. 가용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코칭스태프의 전술적인 선택도 나쁘지 않았고 변화도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다만 팀 분위기 전체가 다운돼 있다보니 선수들이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베르통언, 에릭센 등 주축 선수들은 제 몫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에릭센은 수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위력이 줄어들었는데 그래도 이런 큰 경기에선 존재감을 보여주더군요. 그러나 제가 눈여겨본 선수는 아이사티였습니다. 얼마 전부터 2선에 처져서 플레이하는데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오히려 테오 얀센보다 더 중용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활용도가 높아졌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 스폭스레데의 승격은 미뤄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스폭스레데 이야기가 나왔으니 바르셀로나와의 넥스트젠 8강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군요. 3대0 완승이었죠. 프랭키가 길러 낸 '골든 제너레이션'다운 경기력이었습니다. 체격조건은 물론, 내용 면에서도 바르셀로나는 아약스의 상대가 되지 못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아약스는 준비된 팀이고 바르셀로나는 배우는 과정인 팀이니까요.

A1은 아약스 유스의 최종 단계입니다. A1 주축 선수라면 
사실상 A팀에 데뷔할 준비를 마쳤다고 봐도 무방하죠. 게다가 아약스가 '골든 제너레이션'이라 칭할 정도로 기대 중인 클래스. 저는 내심 초대 넥스트젠 우승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준비된 팀이며 잘 갖춰진 팀입니다. 근년에 에릭센, 에베실리오부터 보일리센, 부이까지 여러 선수가 연이어 이탈했음에도 전력을 잘 유지 중인 클래스.

스포트라이트는 주득점원인 MF 클라센, FW 피셔 등에 집중돼 있지만 저는 수비형 MF 스폭스레데와 DF 덴스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MF 스폭스레데는 체격이 좋을 뿐 아니라 상황 판단이 빠르고 1차 저지선 역할도 훌륭히 소화하더군요. DF 덴스빌은 전형적인 아약스형 수비수. 특히 생각했던 것보다 영리하고 침착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수들 대부분이 지난 시즌 유스리그 우승 당시보다 더욱 성장한 모습이었습니다.

끝으로 주중에 아약스팬을 흥분하게 한 한 유망주의 인터뷰로 중구난방 아약스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DF 제프리 하우레우(헤렌벤)
"내 방에는 아직도 아약스 깃발이 있다. 어린 시절 나는 아약스와 AZ를 응원했다. 지금은 애정이 줄어들었지만 아약스는 여전히 멋진(nice) 클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