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vs 독일 - 의미 있는 평가전

낑깡이야 2012. 11. 15. 06:38
0대0 무승부. 암스테르담 아레나에서 치러진 독일과의 라이벌전은 싱겁게 끝났습니다. 라이벌전이라는 단어보다는 평가전, 친선전이라는 단어에 더 가까운 경기였습니다. 두 팀 모두 부상자가 많았던 이유도 있겠죠. 그러나 '복수전이 아니다'고 했던 반 더 바르트의 말처럼 승패에 집착하기보다는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하며 기량을 점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소득은 있었습니다.

1. 6년 만에 돌아온 'No.9' 카이트
FW 반 페르시의 부상으로 FW 훈텔라르가 No.9로 출전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반 할이 꺼내 든 카드는 FW 카이트였습니다. 약 6년 만에 No.9로 복귀한 셈.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자신만의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2~3선까지 깊숙하게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고 강한 압박을 통해 역습을 이끌어내려 노력하는 장면은 반 페르시나 훈텔라르에게서 볼 수 없던 모습이자 반 할이 원했던 모습이기도 합니다.
 
측면 자원은 충분합니다. 그렇다고 공격수의 길을 걸어왔던 그가 이제야 MF로 전향할 수도 없는 노릇. 이제는 부주장으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반 페르시-훈텔라르를 뒷받침하거나 그들과 경쟁하는 것이 카이트에게 어울리는 역할입니다. 다행히 소속팀에선 공격수로 활약하며 호조를 이어가는 중. No.3 FW를 노리는 어린 친구들에겐 아쉽겠지만 이 잊었던 '조커'의 위치를 떠올린 것은 분명히 호재입니다.
 

2. 아펠라이, 그가 설 곳은 중원? 
대표팀에서의 아펠라이는 측면 자원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실제로 수년간 로벤-카이트의 백업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왔고 지난 유로 2012 예선에선 엄청난 활약으로 팀을 본선에 올려놓는 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는 공격형 MF 때때로 중앙 MF로 활약하던 PSV의 젊은 리더였습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돌파로 중원을 헤집고 다녔고 좌우를 가리지 않는 강력하고 날카로운 슈팅으로 많은 골을 터뜨리던 골잡이였습니다.

그래서 예상 베스트 11이 떴을 때 MF 반 힌켈의 데뷔보다 MF 아펠라이의 중앙 기용에 더욱 눈이 갔습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측면에서 뛰면서 버릇이 든 탓인지 패스로 풀어가기보다는 무리한 드리블 돌파로 중원을 벗어나려는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여줬고 이것이 역습의 빌미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기동력이 빛나는 장면도 있었죠. 만약 이 실험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는다면 다시 자세하게 이야기할 시간이 있을 겁니다.


3. 월드클래스와 맞서 싸운 중고신인
가장 고전하리라 예상했으나 오히려 가장 돋보이는 경기를 펼친 선수, 바로 FW 스하켄입니다. 월드클래스 DF 람을 시종일관 괴롭히며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고 독일 수비를 흔들었죠. 속도, 기술 등 개인 기량은 물론, 템포 조절, 상황 판단 등 곳곳에서 관록이 묻어나는 경기를 펼치며 보는 이를 즐겁게 했습니다. 비록 경험을 쌓은 곳이 에레디비지라는 작은 무대였지만 그럼에도 독일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교체돼 들어온 FW 엘리아가 DF 회베데스를 상대로 고전해 더욱 돋보였습니다. 한두 장면에서 보여준 선택이 아쉽긴 했으나 이만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역시 그에게는 좌측보다는 익숙한 우측에서 측면을 공략하는 게 어울립니다. 이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월드컵 출전까지 노려봐도 되지 않을까요. 그에겐 그만한 능력이 있습니다. 
FW 나르싱도 긴장해야 할 듯?

Oranje 0-0 Duitsland
Oranje: Vermeer; Van Rhijn(46' Janmaat), Heitinga(46' de Vrij), Vlaar, Martins Indi; Afellay(59' van Ginkel), de Jong, van der Vaart(72' Emanuelson); Schaken, Kuyt, Robben(46' Elia)

Duitsland:
Neuer; 
Lahm, Hummels, Mertesacker, Höwedes; Gündogan, L.Bender(82' S.Bender); Götze(72' Podolski), Holtby(87' Neustädter), Müller(84' Schürle); Re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