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without 로벤 - 위기가 호기다

낑깡이야 2010. 6. 10. 11:32
로벤이 부상으로 쓰려졌다. 진단 결과 왼쪽 햄스트링 부상. 다행히 부상 경력이 있었던 부위가 아니고 상태도 심각하지 않아 약 8일이면 회복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는 현재 남아공으로 이동했으며 추후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그러나 무리하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덴마크와의 첫 경기는 결장할 것이며 빨라야 일본과의 조별리그 2차전 후반쯤에야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전망이다. 과연 로벤의 부상은 위기일까.

아니, 그 반대다. 로벤의 부상은 오히려 호기일지도 모른다. 우선 현 오랑예는 로벤이 없어도 조별리그는 가뿐히 통과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는 반 페르시가 원톱에, 영혼의 파트너 스네이더-반 더 바르트와 '하드워커' 카이트가 그를 받치고 있다. 더군다나 네덜란드를 가장 위협하리라 예상되던 덴마크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선두를 내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기억을 되돌려 보자. '올해 네덜란드는 정말 심상치 않다'라는 반응이 나왔던 것은 로벤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이 아니었던가. 물론 로벤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진 발언일 수도 있겠지만 네덜란드는 월드컵 대비 평가전을 통해 로벤 없이도 충분히 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기억하는가. 지난 유로 2008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오랑예 공격진에서 반 더 바르트는 부동의 주전이었으며 로벤은 슈퍼 서브였다는 사실을.

로벤이 부상 여파로 컨디션을 되찾지 못한다면 분명한 손실이다. 그러나 완전히 회복해서 돌아온다는 전체하에 그의 추가 합류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미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기에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터. 오히려 부상 기간 체력을 축적해서 돌아온다면 그의 파괴력은 배가 될 것이다. 특히 위기에 빛나는 승부근성은 오랑예에 '전가의 보도'가 될 것이다.

한편 로벤의 부상은 잠재적 불안요소를 일시적으로 해결해주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로벤은 에고(자아)가 강해 팀과의 융화를 번번이 거부해왔던 사내다. 분명히 개인 전술은 둘째 가라면 서러운 선수이지만 팀원으로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뜻이다. 조화, 호흡, 협동 등 밸런스에 힘써야 할 주전보다 개인의 힘으로 분위기를 일순간에 뒤집는 슈퍼서브가 어울린다고 주장해왔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현재 반 페르시는 원톱에서 골게터로서의 임무에 주력하지 않고 연계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스네이더와 반 더 바르트가 동시에 기용될 때는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지난 가나전에서 로벤의 적극적인 연계가 오히려 공격 밸런스를 일순간 일그러뜨린 장면에 좋은 예다. 이런 상황에서 볼 소유욕이 강한 로벤이 더해진다면? 로벤 홀로 고군분투한 것처럼 기억되는 2006 독일 월드컵의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

스네이더-반 더 바르트의 재결합, 반 페르시의 쾌조, 죠니의 부활과 반 더 빌의 등용에 따른 수비 안정화 등 여러 요소가 네덜란드를 향해 웃어주고 있다. 8강에서 격돌할 것이 유력한 브라질만 넘자! 로벤만 건강한 몸으로 합류하게 된다면 네덜란드는 브라질의 벽을 넘는 것은 물론,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의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HUP! ORANJ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