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ivisie

'UCL 4강' 18-19 아약스의 전술적 특징 알아보기 (19.04.25)

낑깡이야 2019. 4. 30. 18:00

18-19 아약스는 네덜란드를 넘어 유럽의 화제일 만큼 주목 받는 팀입니다. 그런 만큼 이들의 전술 & 전략에 대한 이야기도 쏟아져 나오고 있죠. 저는 시즌이 종료되면 텐 하흐 체제를 정리하면서 함께 이야기해볼까 했는데 워낙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도 하고 그 가운데 추가적으로 짚어주고 싶은 부분들도 있어서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을 앞두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5초룰의 부활 그리고 완성
2년 전, 유로파리그 결승 무대를 밟은 보스 체제 아약스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5초룰'과 체계적인 수비 블록 형성입니다. 대형을 1.4.3.1.2 혹은 1.4.1.3.2 형태로 구축해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빠르게 역습을 가져가는 전략으로 큰 재미를 봤죠. 텐 하흐 체제는 이의 연장선, 강화판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수비 대형은 기본적으로는 1.4.1.4.1을 유지하되 좀 더 입체적으로 가져가면서 압박의 강도는 더 강해졌습니다. 특히,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해서 볼을 탈취하고 빠르게 숏-카운터로 연결하는 게 텐 하흐 체제 아약스를 대변하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는 포지션별 간격을 8~10m, 전체 대형 간격을 25 x 45m 로 유지하면서 적극성을 강조해온 반복 훈련의 성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A가 전부인 줄 알았지?' 변화무쌍한 빌드-업 플랜
센터백이 좌우로 벌리고 수비형 미드필더가 후방으로 내려와서 공격 작업을 시작하는 전략. 흔히 라볼피아나라고 하죠? 저는 별로 좋아하는 표현은 아닙니다만 하여튼 이러한 전략은 현대 축구의 기본, 정석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약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갑니다.

기본적으로는 F.데 용이 센터백 사이가 아닌 블린트 좌측으로 내려와서 좌중앙에서 공격을 전개해나갑니다. 여기서 후방의 블린트, 좌우의 탈리아피코-쇠네, 전방의 타디치-반 데 벡을 활용해서 경기를 풀어나가죠.

그런데 아약스를 제어하려는 감독들이 이를 모를 리가 없습니다. 당연히 데 용와 대한 견제와 압박은 점점 심해지고 이러한 장면이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타났습니다. 그럴 때 데용그리고 텐 하흐 감독이 노련하다는 게 위치에 이러한 수비의 견제를 이리저리 피해다닌다는 것 그리고 그에 맞게 빌드-업 시 대형이 유연하게 바뀔 수 있게 준비가 돼 있다는 것입니다.

데 용이 견제를 당할 때는 중앙으로 이동, 블린트가 왼 쪽에서 전진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오른 쪽에선 데 리흐트겠죠?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땐 쇠네 혹은 반 데 벡까지 내려와서 공격 전개에 도움을 줍니다. 경기가 잘 풀릴 수밖에 없는 이유.

# 조율자들이 넘쳐난다
이는 빌드-업 이야기와 연관이 있는 부분입니다. 18-19 아약스, 플레이메이커가 정말 많습니다. 지예크는 프로 데뷔 첫해부터 리그 정상급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했던 선수고 지금은 3선에서 뛰는 베테랑 쇠네 역시 젊은 시절에는 10번을 보던 선수입니다. 타디치 역시 플레이메이킹이 되는 2선 자원이며 천재적인, 태생이 플레이메이커인 데 용은 더 말하지 않아도 되겠죠.

그뿐 아니라 블린트도 후방에서 볼을 돌리고 공격을 전개하는 데 능한 선수고 지금은 오프 더 볼에 주력하는 반 데 벡 역시 미드필더 어느 위치에서든 뛸 수 있는, 그러면서 볼의 흐름에 관여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측면 수비로 분류되는 마츠라위, 싱크라벤 모두 리저브 혹은 프로 데뷔 초년까지는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하던 선수들입니다. 이러니 빌드-업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는 구조죠.

올 시즌 아약스가 유난히 이타적이고 1~2터치 내에서 볼이 끊임없이 도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도 경기를 빠르게 읽을 줄 아는 선수들의 사고와 빠른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 사람보다는 공이 빠르다고 하죠? 이번 시즌 아약스가 정말 빠르다고 느껴지는 것도 이 덕분일 겁니다.

# '우린 남들과 달라' 별난 하프스페이스 공략
현대 축구에서 하프 스페이스는 가장 뜨거운 지역. 이를 공략하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따라서 공격과 득점이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만큼 여러 팀, 여러 감독이 이 구역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죠. 아약스 그리고 텐 하흐 감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아약스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1~2선 측면 자원들이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고 수비 자원들이 측면을 커버하는 형태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포진인데 아약스는 높은 빈도로 그 반대의 형태를 취합니다. 공격 자원들이 측면에서부터 공격을 만들어가는 대신 측면 수비수들이 좋은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하프 스페이스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곤 합니다. UCL 조별리그 2차전 바이에른전(1:1 무)에 나온 마츠라위의 골이 좋은 예. 그 외에도 되돌아보면 탈리아피코와 마츠라위가 이 지역을 쉴 새 없이 공략했던 걸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 '위치 따윈 신경 쓰지 않아' 무한 스위칭
아약스는 기본적으로 네레스-타디치-지예크, 여기에 반 데 벡이 더해져 공격을 만들어갑니다. 시즌 초반에는 타디치-훈텔라르-지예크라는 아주 정석적인 라인업을 구사했지만 빅-매치 플랜으로 준비한 타디치 제로톱이 고효율을 발휘하면서 플랜 A로 바뀌게 된 케이스죠.

재밌는 것이 스위칭이라고 해서 그냥 단순하게 자리만 바꾸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선 밀집 지역에 이 3~4명의 공격 자원이 옹기종기 모여서 공격을 만들어가는, 그야말로 프리롤스러운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이러면 밸런스가 무너질 것 같겠지만 수비로 전환할 때는 선수 중심이 아닌, 위치 중심으로 대형이 빠르게 펼쳐지기 때문에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여기서 키를 쥔 건 반 데 벡. 그야말로 종횡무진. 타디치가 내려오면 전방으로 올라가서 숫자를 채워주고 때론 측면으로 가서 고립되는 자원의 공격을 돕습니다. 그러다가도 수비 시에는 빠르게 전환해서 숫자를 늘려주는 역할을 하죠. 그렇다고 다른 3인의 수비 부담을 반 데 벡이 떠안는 형태도 아닙니다. 타디치-지예크도 정말 많이 뛰면서 수비에도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죠. 이렇게 18-19 아약스는 공수 양면에서 헌신적이고 서로를 위해서 뜁니다.

이렇게 18-19 아약스의 전술에서 특징적인 부분을 몇 가지 알아봤습니다. 결론은 뭐다? 킹릭 갓하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