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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약스의 대형 프로젝트 ‘더치 바이에른’

낑깡이야 2019. 9. 1. 22:59

아약스의 대형 프로젝트 ‘더치 바이에른’

여기서 잠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아약스는 ‘보스와 아이들’을 앞세워 유로파리그 결승까지 승승장구했다. 피터 보스 감독이 이끄는 이 젊은 팀의 선전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거대한 벽을 마주하게 된 이들은 현실에 부딪혔다. 상대의 준비된 전략에 발이 묶이고 자신들의 축구가 완벽히 제어되는 상실감을 맛봤다. 체급 차이가 너무 나는, 마치 어른과 아이의 싸움과 같았으니 패배에 대한 충격은 더 컸을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시즌이 종료된 후, 아약스와 비(非)아약스출신 코치들이 선수 보강, 팀 운영 방향 등 차기 시즌 계획을 논하는 자리에서 계속 마찰을 빚게 되고 이 과정에서 결국 팀을 유로파리그 결승에 올려놓은 일등 공신인 그러나 비(非)아약스파였던 보스 감독과 헨드리 크뤼젠 코치가 팀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아약스 출신 코치들의 추천으로 리저브 팀을 지휘하던 마르셀 카이저가 신임 감독으로 부임하나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KNVB컵 등 중요한 대회에서 줄줄이 조기 탈락하면서 1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다. 지난 2012년, ‘아약스는 아약스인들이 이끌어야 한다’는 요한 크라이프의 주장과 함께 다시 개혁의 칼을 꺼내 들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아약스인들이 자신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약스의 앞길을 가로막은 셈.

 

잘못된 선택으로 궁지에 몰린 반 데사르 CEO와 오베르마스 디렉터에겐 해결책이 필요했다. 이미 4년 연속 리그 제패에 실패하고 무관에 그쳤는데 희망으로 떠오른 감독까지 한순간의 실수로 놓쳤으니 연간 수익 흑자도 더는 변명거리가 되지 못하는,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 이때 오베르마스 디렉터가 오랫동안 감춰온 패를 꺼내 든다. 바로 아약스의 ‘더치 바이에른화’다. 생존 수단으로 셀링 클럽을 자처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네덜란드를 이끄는 압도적인 클럽, 나아가 바이에른 뮌헨처럼 세계 축구계를 주도하는 클럽으로 돌려놓겠다는 게 경영진이 내놓은 계획이었다.

 

리그도 지배하지 못하는 팀을 세계적인 클럽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발언에 의심 나아가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경영진은 주변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준비한 계획을 차근차근 이행했다. 텐 하흐 감독이라는 젊고 유능한 선장을 선점하고 2017-18시즌부터 이어지던 주축 선수들의 계약 연장 작업도 마무리했다.

 

그리고 2018-19시즌을 앞두고 마침내 대형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거액을 투자해 큰 무대서 놀던 MF 두산 타디치와 MF 데일리 블린트도 불러들였다. 전력 누수도 최소화했다. FW 저스틴 클라이베르트는 계약 연장에 실패해 팀을 떠났지만 이적이 유력하던 MF 하킴 지예크는 클럽의 달라진 정책과 영입된 선수들의 면면을 보고 마음을 돌렸다. 이 탓에 2년 연속 1,000억 원 넘게 벌어들이던 이적료는 200억 원에 그쳤다. 그런데도 과감하게 예산을 조정해 지출을 늘리고 보상 차원으로 실력이 향상된 주축 선수들의 주급을 인상하는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이러한 배경에는 프로젝트를 착실하게 준비한 경영진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먼저 오베르마스가 디렉터로 부임하고부터 무분별한 지출을 줄였다. 이적 시장에서 효율성을 강조했고 거액을 투자할 땐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이 섰을 때만 움직였다. 또한, 광저우 푸리(중국), 사간 토스(일본) 등 아시아 클럽과의 교류, 미국 시장 진출 등 다양한 외부 활동을 통해 클럽의 발전과 신규 수익 창출에 힘을 쏟았다.

 

한편으로는 요한 크라이프 아레나에서의 수익 사업과 그라운드 컨디션 유지를 위해 암스테르담시 정부와 긴밀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경기장 명칭은 요한 크라이프 아레나로 변경했으나 온전히 아약스의 것이 아니며 여전히 대형 콘서트 및 이벤트가 열리는 공연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것이 그라운드 컨디션과 클럽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주고 있고 이를 해결해 클럽의 축구적, 경제적 경쟁력을 함께 높이겠다는 게 이들의 계획.

 

이렇게 다년간에 걸쳐 부지런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준비한 덕분에 상상처럼 보이던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주축 선수의 이적에 관해 예년과는 다르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최대한 지켜내려 하는 것도 프로젝트의 일환. 자국 언론보다 해외 언론에서 더 자주 언급될 만큼 인기가 폭주하고 주가가 폭등한 DF 데 리흐트와 MF 프렌키 데 용에 겨울 기간 ‘이적 협상 불가’를 선언했고 이적료로 천문학적인 액수를 부르는 것도 그들을 최대한 지켜내려는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제 막 시동을 건 만큼 셀링 클럽이 하루아침에 피라미드 최상위에 서는 대형 클럽이 되진 못할 것이다. 반드시 지키고 싶은 주축 선수들을 보내야 하는 시기도 올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서 우리는 아약스 그리고 네덜란드 축구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후에고 #3 '네덜란드의 시간이 돌아오고 있다' 중에

 

전문을 원하시는 분들은 <Juego - 후에고 축구지 #3 PRESSING>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