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ivisie

19-20 AJAX, NEW BUILD-UP PLAN

낑깡이야 2019. 9. 17. 00:51

 이름을 거창하게 붙여봤습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아약스의 새로운 빌드업 플랜에 관한 것입니다. 천재적인 빌드-업 마스터 MF F.데 용이 떠났을 때 대부분 '아약스는 더는 지난 시즌과 같은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팀의 두뇌는 데 용도, 블린트도 아닌 텐 하흐 감독이거든요. 그의 전략가적인 면모가 시즌 초반부터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1. 손절은 빠를수록 좋다
19-20시즌을 앞둔 텐 하흐 감독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데 용의 공백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는가'였죠. 일단, 가장 먼저 꺼낸 카드는 DF 블린트의 전진배치였습니다. 아약스 최고의 두뇌를 자랑하는 블린트를 전진배치시켜 이를 해결하겠다는 계획. 이 과정에서 신입생 DF L.마르티네스가 블린트의 자리를 대체했으며 파트너로는 떠난 쇠네 대신 또 다른 영입생 MF 마린이 낙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초반부터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빌드-업 과정에서 블린트에게 상당 부분 의존하다 보니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사진 1)가 발생했고 수비 전환 과정에서는 블린트의 기동력 탓에 2선과 3선, 3선과 4선의 간격 유지, 수비 보호와 1차 저지선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사진 2, 3)가 발생했습니다. 덩달아 마린도 팀 적응에 고전하다 보니 이를 제대로 커버해주지 못했고 결국 시즌 초반부터 위기 그리고 실점을 초래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됐죠.

 

특히, 이러한 문제는 UCL 예선에서 불거졌는데 결국 이것은 텐 하흐 감독이 플랜 A를 빠르게 손절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사실 데 리흐트라도 있었다면 이 체제를 좀 더 끌고 가면서 모험적인 실험을 해봤을 테지만 그는 이미 이탈리아로 떠났으니 텐 하흐 감독으로서도 더는 지체하면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렇게 새로운 카드가 등장합니다.

2. '궁여지책' 플랜 B? 이유 있는 선택
수비 안정화라는 과제를 안게 된 텐 하흐 감독은 APOEL과의 UCL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새로운 카드를 꺼냅니다. 후방 안정화와 빌드-업 강화를 위해 블린트를 역사적인 시즌을 만들어낸 그 위치(센터백)로 돌려놓는 대신 L.마르티네스-알바레스라는 새로운 3선 조합을 등장시킵니다.


마르티네스는 그 전까지 센터백으로 출전 중이었고 알바레스도 데 리흐트의 대체자 성격이 강한 선수였기에 당시에는 꽤 파격적인 기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출발부터 순조로웠습니다. 수비가 본업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들의 존재로 다시 1선부터 4선까지 전체적인 대형이 잘 유지됐고 수비의 안정감도 늘어났습니다.(사진 4) 이러니 덩달아 공격도 힘을 받게 됐습니다. 경기 후 MF 지예크는 '마치 진공청소기 2대를 보유한 기분이었다'고 이 조합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사실 플랜 B로의 전환 작업도 초반부터 아주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빌드-업 과정에서 둔탁한 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공간 인지 능력, 이해도가 높은 선수다 보니 점점 향상된 경기력 그리고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마르티네스는 제가 영입 당시부터 주장했던 '데 용의 빈자리를 메울 재목'이라는 평에 걸맞게 기동력뿐 아니라 탈압박과 빌드-업에서 진가를 드러내고 있고 알바레스도 부지런히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보조를 맞춰주고 있습니다.

3. 유연한 빌드-업, 19-20 아약스의 새로운 자랑될 수도
그래도 F.데 용-쇠네가 주도하던 빌드-업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꺼낸 것이 빌드-업의 분업화 및 다양화. 지난 시즌까지는 빌드-업 대부분이 F.데 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가 두 센터백의 왼쪽, 그러니까 왼쪽 센터백인 블린트의 왼쪽으로 내려오는 그 순간이 빌드-업이 시작되는 신호였습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L.마르티네스는 위치에 구애 받지 않고 상황에 따라 블린트-벨트만의 좌우로 옮겨다니면서 빌드-업에 관여하고 있습니다.(사진 5) 그러나 빌드-업이 우측 진영에서 이루어질 때는 알바레스 또한 블린트-벨트만의 오른쪽으로 내려와서 볼을 주고받고 때때로 전진하는 역할(사진 6)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다른 1명은 2~3선에서 보조자 역할 혹은 수비로 전환 시에 1차 저지선 역할을 할 준비를 하는 식이죠.

 

물론, F.데 용이 주도하는 시절과 비교하면 파괴력에서는 떨어지는 면이 보이나 이러한 분업화, 다양화를 통해 빌드-업의 질을 유지하는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이미 1~2시즌 전에 측면 수비로 전업한 그리고 여름에 떠날 것이 유력했던 벨트만의 바지를 붙잡고 재계약까지 이끌어내면서 높은 빈도로 중앙에 기용하는 것 또한 궤를 같이합니다. 여기에 지예크도 여전히 광범위한 활동량을 기반으로 후방 빌드-업에 기여하고 있으니 올 시즌도 아약스는 꽤 재밌는 축구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