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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약스의 3가지 보석 - 흐라벤베르흐와 앙토니 그리고 쿠두스

낑깡이야 2020. 10. 28. 15:13

2019년 5월, 패배를 모르고 진격하던 아약스는 결승까지 단 1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하며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작별을 고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역사를 써 내려갔던 선수들이 떠나가고 새로운 얼굴들과 조우한 20-21시즌, 아약스는 낯선 이름들로 채워진 선수단을 이끌고 다시 한번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주목해야 할 선수 3인이 있습니다. 아약스 유스가 자랑하는 또 다른 보석 MF 흐라벤베르흐 그리고 각각 브라질과 덴마크에서 건너온 FW 앙토니와 MF 쿠두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세 선수는 아약스의 20-21시즌 키워드인 '암스테르젬스(암스테르담의 보석들, THE AMSTERGEMS)'를 상징하는 선수들로도 선정돼 공식적으로 푸시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약스가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작품은 아닙니다. 초반부터 범상치 않은 재능을 보여줬기에 구단도 타디치, 블린트, 클라센 같은 베테랑들을 제쳐두고 이들을 과감하게 대표 인물로 내세우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텐하흐 체제 2기의 미래로 떠오른 이들은 과연 어떤 선수들이길래 이렇게 호들갑인 걸까요.

MF 라이언 흐라벤베르흐(Ryan Gravenberch, 네덜란드)
아약스 최연소 득점자, 누리 트로피(올해의 유망주) 초대 수상자 등 이제 데뷔 3년 차인 이 선수는 벌써 아약스라는 구단에 자신의 이름을 진하게 새겨가고 있습니다. 네, 가장 먼저 이야기할 선수는 흐라벤베르흐입니다. 유스 때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어쩌면 현실보다 게임에서 더 유명했던 이 선수는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기용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유스 시절부터 '더치 포그바'라는 별칭으로 자주 불렸는데 일리가 있습니다. 텐하흐 체제에서는 3선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1.4.3.3의 중앙 미드필더가 최적의 그리고 익숙한 포지션이라는 점, 어린 나이임에도 자신만의 리듬이 있다는 점, 그것을 통해 큰 그림을 그리고 공격을 조립 & 전개해나갈 줄 안다는 점 그리고 근면하지 않은 수비 가담이 계속 지적을 받는다는 점까지 강점부터 약점, 문제점까지 큰 그림에서는 포그바의 그것을 많이 닮은 선수기도 하죠.

그러나 아약스의 미드필더들이 흔히 그렇듯이 적절한 포지셔닝과 연계로 경기 운영에 관여할 뿐 아니라 측면 공격에서의 기여도, 영향력도 아주 높습니다. 특히, 좌측면에서 잔 움직임과 짧은 패스로 끊임없이 트라이앵글을 만들며 공격 국면에서 아군이 우위를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것과 동시에 때로는 긴 다리와 순간적인 폭발력을 활용한 개인 능력으로 압박을 풀어내는 능력도 지녔습니다.

사실 아약스 유스 출신 선수에게 이러한 움직임, 플레이는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래서 선수들을 평가할 때 거의 언급하지 않는 편이지만 흐라벤베르흐 역시 이제 이러한 플레이를 노련하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올 시즌에는 계속 지적되던 수비의식 문제도 계속되면서 공수 양면에서 팀에 기여하고 있고 텐하흐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힘이 붙었습니다. 아약스와 U21 대표팀을 오가며 뻗어 나가는 슈팅을 보여주고 있고 영점만 빠르게 잡히면 위협적인 옵션이 되리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 덕분에 상대의 압박 속에서도 소유권을 지켜내고 다음 동작을 가져가는 플레이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공격을 리드미컬하게 가져가는 것까지는 좋으나 무리하게 혹은 성급하게 풀어갈 때도 있으며 이것이 팀에 치명타를 안길 때도 있습니다. 지양하고 개선해야 할 플레이.

프로 데뷔는 18-19시즌이었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1군 전력에 합류, 기용되기 시작했고 어떻게 보면 올 시즌이 풀타임으로 맞이하는 첫 시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기대되는 면과 미숙한 면이 공존하는 선수지만 자신의 잠재력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고 텐하흐 2기의 차세대 에이스로 부족함이 없는 선수임을 입증해나가고 있어 참 기대가 됩니다. 에이전트가 라이올라라는 것만 제외하면요.

FW 앙토니(Antony, 브라질)
지난겨울, MF 지예흐의 첼시 이적이 확정된 후에 아약스는 곧바로 영입 관련해 오피셜을 터뜨립니다. 그 대상이 여러 유럽 클럽의 구애를 받던 브라질의 젊은 재능이었기에 꽤 신선한, 아약스로서는 성공적인 영입이었고 이 선수는 '지예흐의 대체자'라는 수식어와 함께 암스테르담에 입성하게 됩니다. 두 번째 선수는 앙토니입니다.

많은 언론에서 지예흐의 대체자라고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난겨울에 페넌트레이션을 주도해줄 측면 자원의 부재로 고생한 것을 고려한 추가 영입이라고 생각했고 구단측 공식 인터뷰에서는 네레스가 떠날 것을 대비한 영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네레스는 2세 탄생, 부상 회복 등 여러 면을 고려해 잔류를 선언했고 덕분에 아약스는 네덜란드에서는 사치라고 할 수도 있는 2선 자원을 구축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의 진가를 확인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측에서 지예흐와는 다른 형태로 영향력을 보여주며 공격을 이끌고 있고 시즌 초반에는 골운까지 따르면서 공격 포인트까지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프리 시즌에 네레스와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이 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죠.

이 가운데 그의 가치를 높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패턴을 기반으로 한 측면에서의 파괴력 때문입니다. 우측에 서는 왼발잡이 측면 자원이라고 단순히 중앙으로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직선적인 돌파도 위력적이고 동료와의 연계를 통해 공간을 찾아 들어간다거나 감·가속을 적절히 활용한 트리키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흔들어놓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선수들이 탐욕적인 플레이를 펼치곤 하는 것과 달리 앙토니는 어린 선수인데도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벌써 굉장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선수라고 생각하고 팀 전체를 생각하는 플레이를 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아직 피지컬적으로는 유약한 면이 있는데 밸런스를 좀 더 잡아가면 더 위력적인 선수가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MF 모하메드 쿠두스(Mohammed Kudus, 가나)
모하메드 쿠두스. 어느 날 갑자기,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이 선수의 이름이 거론됐을 때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왜?'였습니다. 그의 재능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그가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은 2선. 아약스가 양적, 질적인 면에서 어디 내놓아도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만치 않은 이적료를 지불하고 영입을 해버렸네? 그래, 미래를 내다본 영입이겠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적료가 고액인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좋은 재능을 먼저 선점하고자 보드진이 욕심을 부렸구나 싶었습니다. 완전히 틀렸습니다. 쿠두스라는 선수의 재능의 크기는 제 예상 범위를 벗어나는 수준이었습니다. 텐하흐 감독이 '쿠두스는 3선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는 발언에서부터 실제로 기용해 효과를 보게 되는 과정까지 모든 게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게 쿠두스는 아약스의 중원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빠르게 자리 잡아갔습니다. 특히, 그의 강점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될 때 돋보였습니다. 상대가 빈틈을 보일 때 나오는 전진 드리블의 폭발력, 유연한 턴동작으로 상대의 견제에서 벗어나는 탈압박으로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낼 줄 아는 선수였습니다. 그렇다고 지공 상황에서의 영향력이 약했던 것도 아닙니다. 견실한 기본기, 날이 서 있는 왼발을 기반으로 하는 볼 간수 능력, 거리, 세기를 가리지 않는 패스 능력도 합격점을 줄 만했습니다.

한편, 텐하흐 감독은 리버풀과의 UCL 조별리그 1차전서 평소와는 다른, 변칙 작전을 꺼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1.4.3.1.2의 공격형 미드필더에 위치한 쿠두스였고 이는 그의 기량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경기 시작 10분 만에 부상으로 조기에 교체됐고 진단 결과 장기간 전력을 떠나게 됐습니다. 앙토니와 함께 20-21시즌의 성공 열쇠라고 생각했던 한 축이 무너진 굉장히 아쉬운 장면이었죠.

그래도 단 5경기 만에 자신의 재능과 가치를 보여준 쿠두스고 그래서 많은 이가 성공적인 재활 그리고 복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혹자는 반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정상적인 회복조차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시즌 초반에 보여준 그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바르셀로나로 떠난 그 녀석의 대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