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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2020] vs 우크라이나 - 전술적 주요 포인트 + @

낑깡이야 2021. 6. 14. 21:00

1. 성공으로 귀결된 '둠프리스 시프트'

네덜란드 대표팀의 공격 전개 방향과 활동 영역은 왼쪽으로 치우칩니다. 빌드업과 공격 기회 창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3인, 블린트(DF)-F.데용(MF)-데파이(FW)의 포지션과 주요 활동 영역이 왼쪽이기 때문이죠. 수비 대형에도 신경 써야 하는 블린트와 달리 공격에 크게 관여하는 데용과 데파이는 상황에 따라 방향을 조정하면서 밸런스를 맞추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왼쪽에서 많은 역사가 쓰여지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오른쪽은 슈팅/득점으로 이어지는 크로스, 슈팅 등 공격을 마무리하는 형태로 쓰였는데 지난 우크라이나전(3-2 승)에서는 DF 둠프리스가 이러한 전술의 최대 수혜자였습니다. 사실, 쿠만 전임 체제부터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주문받았던 둠프리스였으나 F.데부르 체제 1.3.5.2에서는 '둠프리스 시프트'라고 해도 될 만큼 그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둠프리스는 3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이에 부응했죠.

 

그뿐 아니라 둠프리스의 공격력을 활용하고자 반대쪽에 공격력이 좋은 DF 베인달 대신 경험 많은 DF 반안홀트를 기용한 것도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반안홀트 개인의 활약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강점을 발휘하지도 못했고 내용이 충실한, 돋보이는 경기는 아니었으나 상대적으로 공격 본능을 감추고 주변 동료를 지원하는데 주력했죠. '팀 플레이' 차원에서 내부적으로는 호평을 줄 만한 경기였습니다.

 

2. 수비 국면에서의 달라진 대응법

근년의 네덜란드는 공격 국면에서는 기본적으로 '킹' 데파이 체제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수비 국면에서 가장 부담을 적게 받는 선수이기도 하죠. 이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가장 높은 위치에서 볼을 받아서 연계로 아군의 지원을 유의미한 공격으로 만들거나 직접 몰고 올라가는 돌격대장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3.5.2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FW 베호르스트의 기용이 화두로 떠올랐을 때 가장 문제가 됐던 점이 1선의 수비 비중 재정립과 역할 변화였죠. 1.3.5.2는 필연적으로 측면 수비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포메이션이고 이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1. 윙백을 올리고 센터백을 크게 벌린 다음, 미드필더 1명이 내려와 1.4.4.2의 대형을 구축하거나 2. 윙백들이 백5를 구성한 후에 2.1. 미드필더들을 좌우로 벌린 다음, 공격수 1명이 중앙으로 내려오거나 2.2 미드필더들을 한쪽으로 밀고 공격수 가운데 1명을 반대 측면으로 내려 1.5.4.1의 대형을 구축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베호르스트가 투지가 넘치고 수비 가담도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는 하나 팀 단위의 수비를 하는데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죠. 그래서 필연적으로 데파이가 평소보다 수비 부담을 안게 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데파이 개인의 대응 혹은 전술적 지시로 보완, 수비가 떠안게 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3. 과거로부터 배운 교훈

쉽게 갈 수 있는 경기가 어려운 쪽으로 흘러간 것에서 블린트-반안홀트의 교체 지분이 없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첫번째 실점 과정에서 원인을 1. 에너지 레벨 저하로 영역 분담이 뒤엉키게 된 미드필더들 2. LCB와 LWB의 동시 교체로 무너진 왼쪽 수비라인에서 찾을 수 있었죠.

 

그럼에도 블린트의 역할과 비중, 몸상태를 고려하면 그의 이른 교체는 지지할 만한 선택이었습니다. 우승 배당률에서 TOP5에도 들지 못하는 네덜란드지만 조별리그 통과가 목표인 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소 4강을 노리는 네덜란드에게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는 절대적이고 필연적이죠. 그게 제세동기에 의지하는 블린트라면 더.

 

더군다나 F.데부르 감독은 월드컵 예선에서 주축 선수들을 무리하게 투입했다가 하마터면 본선에서 블린트를 활용하지 못할 뻔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으니 배운 게 있겠죠. 그래서 1차전은 완벽했다고는 보기 어려우나 네덜란드로서는 얻은 게 많은 경기였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요소들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최소 이름값은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