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미래의 중원은 오랑예가 지배한다

낑깡이야 2011. 2. 13. 00:48

최근 보르머(로다)의 발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13일(한국시각) VI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스트로트만(위트레흐트)과 토른스트라(ADO)에 뒤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단순히 경쟁심리에서 나온 무책임한 발언은 아니었다. 확실히 올 시즌 보르머의 활약은 눈에 띈다. 최근 오랑예 유니폼을 입은 스트로트만(위트레흐트), 발탁설이 나도는 토른스트라(ADO)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지난 오스트리아전. 스트로트만의 발탁, 그 뒤에는 베테랑 미드필더 스하르스(AZ)와 데 제우(아약스)의 제외가 있었다. 에레디비지 그리고 오랑예의 현주소를 암시하는 단편적인 예였다. 나이젤 데 용, 마두로 등 주전급 미드필더들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았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감독이 젊은 오랑예 미드필더에 대한 믿음이 없었더라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데뷔였다.

여기 세 선수가 있다. 스트로트만, 토른스트라, 보르머가 주인공이다. 각자 중위권 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맹활약 중인 젊은 오랑예들이다. 또한 PSV, 아약스, 트벤테 등 강호들과의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선수들이기도 하다. 장차 오랑예는 이들을 필두로 한 유능한 미드필더들의 홍수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하는 '모아이'
스파르타 로테르담 시절부터 스하르스에 비교되며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았던 케빈 스트로트만. 6개월 만에 돌아온 에레디비지 무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위트레흐트로 이적, 한 단계 올라선 그는 신입생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팀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나이답지 않은 노련한 경기 운영과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중장거리 패스로 위트레흐트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다.

스트로트만은 각진 외모 때문에 이스트섬의 얼굴 모양 석상, 모아이에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모아이와 달리 그의 정체는 확실하다. 에레디비지를 뒤흔들 위트레흐트의 두뇌이며 스하르스, 데 제우 등 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들의 자리를 위협할 겁 없는 신예다.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섬세한 경기 운영, 2선에서 터져 나오는 호쾌한 왼발 슈팅은 장차 오랑예 중원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덴 하흐의 신형 엔진
'혜성같이 등장한 신예'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다. 2009년까지만 해도 아마추어 리그(트베데 클라세 C) 공격수였다. 그는 그곳에서 20골을 몰아치며 나름대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그러나 ADO 스카우트 얀스마에 의해 발굴되면서 그의 인생이 변하기 시작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 2009년이 저무는 12월 프로 데뷔전을 치렀고 이제 빅 클럽이 주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 이름, 옌스 토른스트라다.

토른스트라는 '나이젤 데 용이 십대 때부터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장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한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 빠른 기동력으로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누비며 중원을 장악한다. 또한 수비형 미드필더답지 않은 날카로운 킥력도 겸비했다. 에레디비지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로 손색없는 재능. 쿠빅-불리킨-베르훅을 주시하던 빅 클럽들의 레이더는 어느새 토른스트라를 향하고 있다.

'티키-타카' 로다의 조타수
루드 보르머는 AZ 유스 출신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로다 JC로 떠나야 했던 젊은 미드필더다. 그는 AZ가 블라르와 함께 큰 기대를 걸었던 야심작이었다. 그러나 스하르스, 데 제우, 멘데스 다 실바 등 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들이 즐비했던 AZ에선 자신의 재능을 만개시키기 어려웠다.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평범한 패스를 연결해주는 데 그치며 이렇다 할 재능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로다 JC에 새 둥지를 트면서 달라졌다. 정확하게는 반 벨트호벤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부터 자신의 색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던 로다에 숏패스 위주로 게임을 풀어가는 '티키-타카'를 접목했고 젊은 보르머를 조타수로 세웠다. 판단은 정확했다. 보르머는 로다에 어울리는 거친 몸싸움, 반 벨트호벤 체제에 어울리는 두세 수를 내다보는 빠르게 정확한 전진 패스로 조타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Epilogue
위 3인 모두 에레디비지와 오랑예가 기대해볼 만한 재능들이다. 그러나 당장은 대표팀의 마두로, 에레디비지의 브라마라는 만만치 않은 벽을 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들보다 먼저 주목을 받았던 페르(페예노르트),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프로퍼(비테세)와의 경쟁에서도 싸워 이겨야 할 것이다. 그밖에 반 더 헤이덴(빌렘II), 아니타(아약스), 나이홀트(위트레흐트), 클라시(엑셀시오르) 등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물론 이들 모두가 오랑예의 자격을 갖춘 선수로 성장한다는 보장은 없다. 유망주들이 항상 그렇듯이 기대를 뛰어넘는 재목으로 성장하는 이도 있을 것이며 여러 이유로 성장이 정체돼 오랑예에서 멀어지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당장은 이들에게 밝은 미래가 열려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가까운 미래에 테오 얀센, 스하르스, 데 제우는 물론, 나이젤 데 용까지 위협하는 이 녀석들을 보게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