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vs 벨기에 - 이제부터 풀어야 할 숙제

낑깡이야 2012. 8. 16. 09:52
2:4. 브뤼셀에서 열린 반 할의 복귀전은 실망스러운 결과로 끝났습니다. 반 할을 반대했던 세력들은 '그럼 그렇지'라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겁니다. 네덜란드가 4실점이나 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니까요. 유로 2000 개최를 기념해 치러진 벨기에와의 친선전에서 나온 5:5 이후 약 13년 만의 기록입니다. 하지만 친선전, 그렇게 어둡게 볼 일만은 아닌 듯합니다.

개개인의 활약, NOT BAD
선수 개개인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특히 (좌측부터)로벤-훈텔라르-나르싱이 선 클래식한 삼각편대의 파괴력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꾸준하진 못했으나 상대의 빈틈을 공략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죠. 특히 좌측에 선 로벤이 우측의 로벤과 어떻게 다른지, 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볼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이점만큼은 만족스럽습니다. 사실 바이언 시절 때문에 '반 할도 로벤을 우측에 세우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었거든요.

후반에 교체 투입된 신예들도 크게 당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M.인디-비르헤버-데 브라이-반 라인이라는 젊은 수비라인으로 임한 후반전도 동점골을 허용할 때까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몇몇 장면에선 전반에 나선 빌렘스-마타이센-헤이팅하-반 라인보다 나아 보였죠. 그러나 실점한 뒤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후반 중반에는 밸런스가 무너져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경험의 차이가 승패 갈랐다
경험의 차이랄까요. 주력들이 나선 전반은 벨기에가 0-1로 주도했지만 네덜란드도 경기를 안정적으로 풀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후반 초반까지 이어져 스코어는 순식간에 2-1로 뒤집혔죠. 로벤, 스네이더, 헤이팅하 등 주축 선수들은 실망스러웠던 유로 2012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시간이 흐를수록 젊은 재능들이 주축이 된 벨기에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노련함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네덜란드쪽 신예들이 대거 등장한 후반, 정확히는 후반 중반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두 팀의 축을 이루는 선수들의 연령대는 엇비슷했으나 뛰는 리그, 쌓은 경험치가 달랐습니다. 실수를 차곡차곡 만회해가던 벨기에의 젊은 선수들과 달리 이제 프로 1~2년 차에 접어드는 네덜란드 신예들은 급변하는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흔들렸죠. 그 결과, 베테랑들이 만들어놓은 스코어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하고 말았습니다.


작은 변화? 큰 변화!
반 할 체제 네덜란드에는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약 5년간 채용해오던 4-2-3-1 전술을 버리고 네덜란드와 동의어라고도 불리는 4-3-3으로 회귀한 것. 혹자는 포메이션을 '숫자놀음', '운영나름'이라고도 하나 이는 '진영을 어떤 형태로 서고 경기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는가'를 정하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큰 차이는 미드필더들의 역할과 그에 따른 동선 변화를 들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것이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2-1로 앞선 상황, 경기를 여유롭게 풀어가던 네덜란드와 달리 벨기에는 당황한 기색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원에서 볼을 돌리던 과정에서 수비 앞선에 선 MF 나이젤 데 용이 트래핑 미스로 볼을 가로채기 당했고 이것이 동점골로 이어졌습니다. 누구보다 안정적으로 경기하고 집중해야 할 선수가 실수를 범했으니 분위기가 급반전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후 젊은 벨기에 공격진은 흐름을 탔고 어린 네덜란드 수비진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급한 것은 선수가 아니다
이제 2선에서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주고 수비라인을 보호해주던 선수는 2인에서 1인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1~2선에 선 선수들이 수비의식을 키우고 수비수들도 집중력을 길러야 한다는 뜻. 그러나 벨기에전에서는 이것이 90분 내내 유지되지 못했습니다. 또한 수비 전술에서 핵심이 되는 MF N.데 용도 구실을 하지 못했죠. MF 스트로트만의 부상, MF 아니타와 MF 클라시의 제외가 아쉬웠던 순간이었습니다.

혹자는 DF 더글라스, DF 브루어스, DF 동크 등의 발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전술 완성도를 높이고 조직력을 재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였습니다. 이것만 선행된다면 어떤 선수들이 새롭게 발탁되더라도 팀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반 할 체제는 이제 첫 경기를 치렀을 뿐입니다. 지금부터 어떻게 변화하는지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