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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할 그리고 94/95 아약스 - Chapter II

낑깡이야 2013. 1. 14. 10:52

Chapter II - 아약스의 개척자, 반 할

 
 

 다른 클럽이라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해내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체력 훈련에 관해서는 바뀐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시즌 막바지에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접근(approach)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을 간단하게 얻는 일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훈련하는지,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 어느 쪽을 우선시하는지 등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 더 중요한 요소는 아약스가 다른 클럽과는 완전히 다른 운동 생리학상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일이다. 이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인 생리학자 Jos Geysel의 방식을 100% 신뢰하고 있다. 그의 피지컬 트레이닝 이론은 우리가 KNVB(네덜란드축구협회)의 코칭 코스에서 배운 내용과는 완벽히 다른 것이었다. 우리는 무리하게 부하를 주는 것 같은 트레이닝이 피지컬 강화에 중요한 단계라고 믿었고 그렇게 가르칠 계획이었지만 Jos Geysel는 달랐다. 트레이닝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다른 근육 조직이 필요하다고 하는 일을 가르쳐줬다. 즉 준비 단계에선 과도한 트레이닝을 피하라는 것. 

선수 육성의 빠른 단계로부터 구간 훈련을 채용할 필요가 있다. 아약스에서는 이것을 3년 전부터 채용했다. 선수들은 막연히 달리고 있을 뿐, 지루한 점 때문에 나 자신도 선수 시절 '이런 걸 하면 뭐하나?'라고 생각한 적 있었고 날씨까지 좋지 않은 날에는 이 지루한 훈련을 참을 수 없었다. 실전에서는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게 됐지만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정작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그보다는 두뇌를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이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말이다.

아약스의 플레이메이커는 항상 최저한의 움직임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면 게임 감각을 몸에 익힐 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Jos Geysel은 이 접근법을 필드하키에서 성공시켰다. 그래서 나도 이 방식을 신뢰하고 있다. 새로운 콘셉트를 적용하는 일은 이런 탑 클럽에게는 어려운 일이지만 이것은 그저 일례이며 다른 스태프와도 의견을 교환해 다양한 방식을 시험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나의 결정에 달렸지만 모든 스태프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일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정말 기쁘기도 하다.

새로운 콘셉트를 탈 없이 적용해 컨트롤, 리더쉽을 발휘하는 것이 코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NOTEBOOK 
   

 반 할은 게임 중에 노트를 계속 작성하는 얼마 되지 않는 감독 가운데 1인이다. (역주 - 당시만 해도 경기 중에 노트를 작성하고 수첩을 쥔 채 지도하는 감독은 흔치 않았다.)

"연습 중에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할 수 있다. 이때 나는 팀 빌딩이라는 파악하기 어려운 콘셉트를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토론할 때는 항상 노트에 메모를 한다. 시합 중에 가지고 있는 노트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상관없다.

우선 시합을 보면서 시합 전에 세운 계획에 대한 실수를 적는다. 
예를 들면 Jari Litmanen이 앞으로 5야드 이상에 오를 때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Frank Rijkaard나 Danny Blind의 위치 선정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 한다. 이때 효율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 노트가 필요하다. 

그 다음엔 선수 개인의 테크니컬적인 실수에 대해 쓴다. 후에 선수에게 논리적인 설명을 주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무엇인가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시합이 끝난 뒤,적은 항목에 따라 선수들과 미팅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것을 시합 후에 있을 연습 과정 작성에 유용하게 쓴다. 천재가 아닌 이상 종이에 쓰지 않으면 모두 암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POST-MATCH TEAM TALK 
 

 게임 후의 미팅도 정말로 중요하다. 무엇이 능숙하게 돌아가고 있고 무엇이 되지 않았는지를 정확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실수, 팀 전체의 실수를 줄이는 일에서부터 팀이 성장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선수 개인의 좋았던 점을 되돌아보는 일도 다른 선수들이 그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아마 다른 클럽보다 팀 미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에 의해 선수는 팀 규율과 개개의 책임을 자각한다. 그것은 1 x 11 이 11 이상이 되곤 한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중요한 시합 전에 Frank de Boer가 TV를 통해 아직 젊은 Patrick Kluivert를 지명해 비판한 일이 있었다. Kluivert도 거기에 강하게 반론을 했다. 그러나 팀 미팅에선 이러한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실제 F.de Boer는 화가 났었다. Kluivert가 팀이 세운 계획에 반발했기 때문에다. 이것은 치명적이다. 코치로서는 젊은 선수가 필드 상에서 반발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Kluivert와 같은 감정적인 선수를 좋아한다. 풋볼은 감정의 스포츠니까. 나는 그가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실제, 그는 잘못을 인정했다. 아니, 단지 잊어버렸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러한 일은 매스컴에서 이상하게 부풀려져 과장되기 때문에 탑 클럽이라면 이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배워 두지 않으면 안 된다.


 VIDEO  
 

 토론 중에는 비디오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자국리그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선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자신과 팀 모두 준비가 확실해 상대 팀의 데이터가 머릿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들도 같을 것이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같은 유럽대항전은 사정이 다르다. 선수의 정보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항상 비디오를 이용한다. 특히 플레이 패턴, restart 플레이에 관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매우 주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 플레이를 추출해 분석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전반을 통해 보는 편이 시합 전체의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보다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통해 어떠한 전술을 선택해야 하는지 결정해 선수들에게 전할 수 있다.

스트라이커의 베스트 골 모음 같은 비디오는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스트라이커가 팀 전체와 어떻게 관계해야 하는지를 보고 있다. 확실히 스트라이커가 어떤 움직임을 하는지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또한 restart로 어떤 움직임을 하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TACTICS 
 

 전술에 관해서도 반 할은 독자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DF는 모든 국면에서 맨투맨 마크를 한다. 모든 DF는 상대 가까이서 플레이를 해야 한다. 아약스는 언제나 포지션 존 마킹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DF는 지시받은 포지션에 위치하다가 상대가 자신의 존에 침입해 오면 마크를 개시한다. 물론 이것은 수동적인 단계에서만 적용된다. 

액티브한 단계에서는 자기 존의 근처에 공이 있는 시점부터 상대를 항상 시야에 넣어 체크한다. DF에는 자신과 대립하는 상대의 'Killer'가 되라고 늘 지시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DF들에게 바라는 것이다. 현대 축구에서는 센터백, 즉 아약스에서는 3/4 위치에 해당하는 선수가 '플레이메이커' 그러니까 Blind나 Rijkaard와 같은 선수는 중요한 존재가 된다. 

아약스의 No.10, 즉 전방 공격수보다 처진 위치에 있는 선수는 이미 플레이메이커가 될 수 없다. 그가 활용하는 지역은 너무도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DF나 수비형 MF에게는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터프하고 지능적이고 빠른 플레이가 요구되고 있다. 

Inside-Left와 같이 자유로운 역할을 가진 선수에게 충분한 공간이 공급되는 일은 이제 없다. 그래서 루마니아 출신 MF Gheorghe Hagi는 바르셀로나에서 실패했다. 94 미국 월드컵에서 활약한 뒤 Hagi는 크루이프의 팬을 자청하며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하지만 부상이 많아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아약스의 No.10은 통상 Litmanen이지만 그조차도 체크해야 하는 상대가 있으며 언제라도 선수를 쫓을 수 있는 태세, 즉 수비를 의식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 10년 전 플레이메이커와 비교해 봐 주었으면 좋겠다. 

현대 축구는 센터백이 플레이메이커다. 다만 옛날처럼 지키고만 있는 DF에겐 안타깝게도 뛸 포지션이 없다. Blind, Rijkaard와 같이 테크닉과 전술의 눈이 뛰어난 선수만이 플레이할 수 있다. 다른 DF에게도 이러한 빌드업 플레이가 요구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지금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Michael Reiziger. 그는 아약스에 오기 전 흐로닝언의 측면 MF로 활약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스피드가 뛰어나고 훌륭한 예지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미드필더라고 하는 한정된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플레이하고 있었고 빌드업하는 능력도 겸비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를 오른쪽 DF로 활용하길 원했다. 포지션 전환 초기에는 수비가 서툴러 종종 문제를 일으키곤 했으나 그럼에도 나는 그가 시간이 지나면 훌륭한 DF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한 선수들은 다소 위험 부담을 안고 있어도 시합에 출장시킨다. 바르셀로나에서 측면 공격에 능한 Boudewijn Zenden을 측면 수비로 활용하는 경기가 잦았던 것도 궤를 같이한다.

MF를 DF로 돌리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Reiziger와 같이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라면 자신이 범한 실수를 폭발적인 스피드로 빠르게 만회할 수 있다. 실제 Reiziger는 98 프랑스 월드컵 브라질과의 준결승전에서 Roberto Carlos에 뒤지지 않는 스피드를 선보이며 그의 공격 가담을 수차례 저지했다.


 RESTART PLAYS 
  

 반 할은 restart 플레이에 관해서도 독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에 걸쳐 종일 restart 플레이만 생각하고 연구했던 시기도 있었다. 이것은 그의 restart 플레이에 관한 새로운 콘셉트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합 전에 언제나 말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패할 때는 restart 플레이로 실점할 때뿐이다. 즉, restart 플레이에 대해서는 최대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언제나 상대 선수 중에서 공중전에 강한 선수를 주의 깊게 분석하고 있다. 또한 억지로 들어오는 선수, 기다리기를 좋아하는 선수 등 이러한 일로부터 누구를 누구에게 마크하게 하는지 가장 적절한 패턴을 통해 찾아낸다. 

아약스의 비밀을 1개만 알아보자. 오렌지군단과 아약스를 넘나들며 젊은 나이에 No.1자리를 꿰찬 Edwin van der Sar에 대해서다. 그는 지금도 좋은 슛을 할 수 있지만 연습 중 20야드 이상에서의 슛은 대부분 잡아낸다. 그래서 그를 100% 신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직접 프리킥을 내줬다고 가정하자. 그는 다른 키퍼와 다르게 골의 한가운데에 선다. 그리고 벽은 그의 시야를 확보한 장소에 배치한다. 즉, 그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만 이것에는 상당한 시간을 소비했다. 이 방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GK 코치에게 맡기지만 반대 의견도 많아 팀 전체에 설명하고 연습 끝에 실전에 적용되기까지는 노고가 있었다는 것만은 말하고 싶다. 

이 계획을 실전에 도입한 초기에는 실패도 많았다. 벽을 만드는 선수들도 당황해 허술해지기에 십상이었고 올바른 타이밍에 올바른 위치나 거리를 잡을 수 없는 상황도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가져 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도 나의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팀 전체와 논의를 반복해 능숙하게 소통할 수 없으면 새로운 콘셉트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 

코너킥도 같은 일이다. 2시즌 전에는 코너킥으로만 20골을 터뜨렸다. 포인트를 1개 든다면 농구의 피킹이라고 하는 아이디어를 채용한 일이다. 예를 들면 코너킥을 찬 순간에 F.de Boer가 아약스 FW를 마크하고 있는 선수에게 달려가 그를 블록한다. 결과적으로 FW가 노마크가 되고 상대 수비는 F. de Boer의 마킹에 당황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기회가 만들어진다.

이것은 그저 일례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이 아이디어를 내는 일도 있다. 
피킹이라고 하는 이 아이디어도 F. de Boer가 낸 것이다. 이러한 형태로 옵션을 창조해 팀 전체가 논의한다. 그리고 이것을 연습을 통해 팀에 적용한다. 이렇게 해 '혁신'에 필요한 서포트를 만들어 낸다. 


Chapter III에 계속 [번역: 나상, 편집: 낑깡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