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ivisie

전격 해부 - 16/17 아약스를 소개합니다

낑깡이야 2017. 5. 17. 12:32

16/17 유로파리그 결승 대진표가 맨유 vs 아약스로 나오면서 아약스에 대한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당연히 제 주변에도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16/17 아약스를 해부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흥미롭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성향 - 토탈부트발 그리고 '5초'

아약스는 전통적으로 점유를 기반으로 하는 토탈부트발(Totaalvoetbal)을 표방하고 16/17 아약스도 이러한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소수의 굵은 선보다는 다량의 짧은 선을 원하고 간결한 것보다는 세밀한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죠.

  

그러나 보스 체제 아약스는 여기에 '압박'과 '카운터'를 추가해 젊은 아약스의 효율을 극대화했고 덕분에 유럽대항전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프랑크 데 부르 전임 체제와 비교해보면 이 점이 가장 달라진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리고 모든 플레이가 빠른 공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빠른 볼 처리를 주문한 '5초룰'과 강한 압박도 이를 위한 것이죠. 유로파리그만 봐도 센터 서클 부근에서부터 1~2선 자원들이 상대를 빠르고 강하게 압박해 위협적인 역습 기회를 만들어내고 골까지 터뜨리는 모습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또 하나, 과거와 달라진 건 신구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다는 점, 융통성이 좋다는 점입니다. 시즌 초반, 여러 실험 끝에 백업 자원으로 여겨졌던 MF 라세 쇠네와 DF 닉 비르헤버를 주전으로 올리며 경험을 더했고 다양한 실험 끝에 MF 쇠네의 3선 배치, 공격형 MF 데일리 싱크라벤의 위치 변화(레프트백)로 현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보스 감독은 이에 그치지 않고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부터 유망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강호 혹은 큰 무대서 활용할 플랜 B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FW 저스틴 클라이베르트, MF 도니 반 데 벡, DF 마타이스 데 리흐트가 준주전급 핵심 자원으로 떠올랐죠.

  

그러나 전략, 선수 구성 등 모든 게 공격에 맞춰져 있어 수비와 역습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다는 게 약점입니다. 수비진이 버티고 지연하는 것보다는 달려드는 수비를 하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하죠. 다행히 선수들의 기량으로 버텨왔지만 유럽대항전 토너먼트에서도 이러한 약점이 팀을 수차례 위협했습니다.

  

선수들의 경험 부족도 항상 지적되는 잠재적 불안요소죠. 그래도 다른 리그, 다른 팀이었다면 아약스 주축들과 같은 연령대 선수들은 이제 막 데뷔하고 프로에 적응하는 과정이었겠으나 이들은 이미 프로 무대를 100~150경기 가까이 소화한 준베테랑입니다. 토너먼트에서 숱하게 흔들렸지만 결국 진출의 경계선 끝자락에 서서 버텨냈습니다. 일반적인 어린 팀들과는 다른 점.

 

전략 - 모든 것이 공격을 위해

메인 포메이션은 1.4.3.3입니다. 아약스와 네덜란드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한 포진이죠. 그러나 미드필더들의 위치와 성향을 보면 1.4.1.4.1로 봐도 무방합니다. 그만큼 공격적이죠.


공격은 대부분 넓게 펼쳐 공을 측면으로 최대한 빠르게 전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다음, 공을 받은 측면 공격수는 크로스가 목적인 직선적인 돌파보다는 1:1 돌파 혹은 동료와의 연계를 통해 상대 수비를 좁혀가는 형태로 공격을 전개합니다. 여기서 다양한 공격이 파생되죠.


핵심 키워드만 짚어보면 1. 측면 자원의 드리블 돌파, 2. 돌베리(FW)-클라센(MF)의 공간 침투, 3. MF 하킴 지예크 + 수비수들의 키-패스라고 볼 수 있겠네요. 물론, 이는 주요 패턴일 뿐입니다. 자유도가 높은 아약스에선 누구나 공격수가 될 수 있죠. 최후방 수비수들의 공격 작업 참여도가 높다는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수비 국면에서는 1.4.4.2에 가까운 형태로 전환하는 모습을 자주 보실 수 있습니다. 주로 미드필더 혹은 측면 공격수 1인과 최전방 공격수가 대칭을 이뤄 1선부터 견제, 압박하고 공격이 이를 벗어나면 다이아몬드 형태로 변형한 중원과 전진한 수비가 후방에서 단계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형태를 띱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상대의 실수를 유발, 카운터로 연결하죠.


수적 열세에 놓이면 지연하는 형태의 수비를 펼치는 경우도 있으나 전술적 방향성, 선수들의 성향 모두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다 보니 전진하고 달려드는 수비를 펼치는 빈도가 더 높습니다. 이것이 에레디비지에선 압도적인 기량을 바탕으로 최소 실점(23)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는데 유로파리그에선 그러지 못했죠. 양날의 검인 셈.

  

FW - 무서운 10대에게 맡겨진 짐

유네스-돌베리-트라오레의 삼각편대가 주력이고 돌파력이 좋은 측면 FW J.클라이베르트가 투입 1순위 백업 자원입니다. FW 캐스퍼 돌베리가 교체되면 FW 베르트랑 트라오레가 중앙으로 이동하는 형태의 플랜 B도 존재합니다. 주로 측면을 넓게 벌려서 선수들의 1:1 돌파를 적극적으로 주문, 활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공격 패턴을 만들어가죠.

  

공격은 직선적인 돌파보다는 주로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측면 수비 혹은 2~3선과 연계하는 형태를 띱니다. 공격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는 준수하나 유네스-트라오레의 낮은 공격 포인트 생산율이 아약스를 어렵게 하는 빈도가 높습니다. 이것이 유로파리그에선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는데 수비가 강하고 조직이 좋은 맨유를 상대할 결승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죠.

  

세련되면서도 부지런한 FW 캐스퍼 돌베리의 유무와 활약 여부가 중요한 이유.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는 위협적인 움직임, 빠른 판단을 기반으로 한 최선의 선택은 아약스의 공격을 한층 고급스럽게 만들어줍니다. 아무리 유네스-트라오레가 날뛰어도 돌베리가 묶이면 답이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MF - 같으면서도 다른 3명의 공격형 미드필더

지예크-쇠네-클라센으로 구성된 이 흥미로운 조합은 보스 체제의 아이덴티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설마 3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동시에 투입하고 이를 실전에 통할만 한 전술로 만들지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겠죠. 시즌 전에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면 수준을 논하며 오히려 강한 비난이 쏟아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적절한 역할 분배와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극복해냈습니다. 공격을 조립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쇠네를 최후방에 위치, 경기 전체를 설계하게 하고 2선에서 뛸 당시부터 적극적인 공수 가담이 돋보였던 MF 데이비 클라센을 본격적으로 2, 3선을 오가는 '박스 투 박스'형으로 기용한 게 통했죠. 지예크가 마음 놓고 찬스 메이킹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덕택입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수비형 MF의 부재는 역습을 방어해내는 과정에서 문제로 연결되곤 했습니다. 쇠네-클라센의 부지런함으로 속도와 수준에서 오는 핸디캡을 극복하긴 역부족이라는 게 유로파리그의 내용과 결과로 잘 드러났죠. MF 클라센이 잘 안 보이는 것 같고 활약이 저조한 것처럼 보여도 실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뜻. 밸런스의 키를 잡은 게 바로 주장 MF 클라센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그가 무너지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DF & GK - 플랜 A 못지 않은 플랜 B

아약스 수비는 크게 2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싱크라벤-비르헤버-산체스-벨트만이 서는 형태의 A 조합 그리고 비르헤버-데 리흐트-산체스-벨트만(테테)으로 구성된 B 조합이 있습니다. A는 주로 리그에서 사용하던 공격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합이고 B는 유로파리그, 빅-매치 등 수비 강화를 목적으로 탄생한 조합입니다. 특히, B 조합은 싱크라벤의 잦은 부상, 데 리흐트의 성장과 DF 케니 테테의 탁월한 수비적 재능 덕택에 힘을 받아 이제는 주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골키퍼를 포함한 수비 전체가 굉장히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형태로 경기에 임합니다. 높은 라인까지 전진해 공격을 위한 수비를 펼치는 빈도가 높습니다. 이는 이색적인 중원 구성과 보스 체제의 공격적인 성향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비수들이 협력 수비를 펼치고 공간을 커버하러 뛰어가는 장면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만큼 공간도 많이 허용하죠. 이는 아약스가 인지하면서도 팀 성향 때문에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리스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백업 자원으로 DF 자이로 리데발트가 왼쪽과 중앙, 테테가 오른쪽을 커버 중인데 두 선수는 F.데 부르 체제에선 주전으로 활약하던 인물들. 이런 선수들이 수비진 전체를 백업 중이고 이는 아약스 수비진의 최대 강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DF 닉 비르헤버가 징계로 결승전에 출전할 수 없고 DF 조엘 벨트만이 불안한 상황에서 두 선수가 결승에 나설 수도 있을 겁니다.

  

주요 선수

FW 캐스퍼 돌베리(19세, 덴마크) - 포스트 즐라탄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젊은 토레스를 방불케 하는 유형.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 침착하면서도 다채로운 마무리 능력이 돋보입니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조용한 암살자.

  

FW 아민 유네스(23세, 독일) - 에레디비지의 드리블 왕이 유로파리그에 떴습니다. 굉장히 안정적이면서도 위력적인 그래서 성공률이 높은 드리블 돌파가 최대 장기. 그러나 아쉬운 마무리 능력 때문에 공격 포인트 생산율은 낮은 편. 양날의 검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MF 하킴 지예크(24세, 모로코) - 날카로운 패스로 보이지 않던 길까지 개척해내는 에레디비지 최고의 마술사. 수많은 키-패스를 뿌리고 날카로운 슈팅까지 가져가는 그의 왼발은 MF 메수트 외질(아스널)을 떠올리게 합니다.


MF 데이비 클라센(24세, 네덜란드) - 제2의 베르캄프, 제2의 반 더 바르트로 유명세를 치렀던 공격형 MF. 그러나 사실 ‘박스 투 박스’에 더 가까운, 공수에 부지런히 가담하는 숨은 일꾼입니다. 그러면서도 골 냄새를 맡는 능력은 팀 내 최고.

  

DF 다빈손 산체스(20세, 콜롬비아) - ‘야수’라고 불리는 아약스 올해의 영입.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부문에서 고른 기량을 선보이는 완성형 수비수입니다. 전투적인 성향과 젊은 리더십으로 수비를 지휘하고 이끄는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