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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야기한 아약스 & 네덜란드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데용에 관해서

낑깡이야 2021. 1. 29. 16:06

+ 올 시즌 데용이 18-19 아약스 시절과 동급이고 더 성장했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으나 내 생각은 다르다. 여전히 80%? 정도밖에 안 되고 메시 체제에 안녕을 고하기 전까지는 구조적인 문제로 아약스 시절 퍼포먼스를 재현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

 

단순히 높은 에너지로 공수 양면에 기여하고 공격포인트를 꾸준히 올린다고 그렇게 볼 수 없다는 뜻. 데용은 팀의 전권을 쥐고 공격을 연주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의 명지휘자 자질이 있는 인물이고 바르셀로나가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되찾았을 때 그때 비로소 중심으로 아약스 시절 이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

 

+ 내가 바르셀로나 팬들만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주간꾸레 때문에 꾸준히 챙겨보면서 드는 생각들은

 

1. 공격 국면에서의 부족한 인내심. 예로 측면에서 삼각 대형을 만들고 패스 & 무브를 근면하게 시도하면서 좀 더 좋는 기회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는데 지금은 잘게 썰어가는, 상대 수비를 흔들고 지배력을 높이려는 움직임, 시도 자체가 부족하지 않나 싶은 것. 이건 전술 & 성향의 문제도 있겠고 재능의 문제도 있겠고.

 

특히, 뎀벨레가 나오면 너무 단편적인 시도가 잦아지는 게 아쉬움. 넓게 펼쳐주는 효과를 주는 것도, 자주 아픈 것도 알겠는데 건강하다면, 엄청난 돈을 받으면서 왔으면 그 이상 해줘야지. 브웨도 이런 플레이는 어디에서도 해보지 못하다보니 못 따라가는 것도 원인이 되고.

 

2. 그리고 수비에서는 꾸준함이 아쉽다. 팀 차원의 압박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게 안 되니 상대의 전진을 너무 쉽게 허용하더라. 수비수들이 실수와 공간 허용을 두려워하는 건지 성향이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전진을 망설이고 그러다보니 3-4선의 간격이 넓어지고.

 

그러니까 데용을 비롯한 에너지가 받쳐주는 선수 일부가 종으로 커버하는 범위가 엄청 넓어지고 그만큼 그들의 능력을 갉아먹고. 3-4선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고 하기에는 빠르게 이루어지는 공수 전환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톱클래스 팀들과의 에너지 레벨 싸움에서 경쟁이 될 만한 선수 구성이 아니니 이해한다만 아쉬움.

 

이게 만약에 이루어진다면 중원을 역삼각이 아닌 정삼각으로 놓고, 데용을 3선에 배치하고도 공격 국면에서 충분히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하는 게 난관. 쿠만 감독이 몇개월 간 이리저리 짱구를 굴려보다가 결국 팀에게 익숙한 1.4.3.3으로 회귀한 것도 현실과의 타협이라고 보는 쪽.

 

쿠만 감독도 더치 중에서는 리플렉션 택틱 성향이 있는 인물인데 과연 PSG전서 축구계 속담처럼 ‘Never Change a Winning Team’을 할 것인지, 아니면 깜짝 승부수를 띄울지 궁금. 주간꾸레서 써먹으려고 생각하던 내용들인데 못 쓸 거 같아서 긁적.

 

+ 바르셀로나에서 보여주는 데용의 활약에 무슨 이유로 아약스를 자꾸 끄집어내는지는 그일을 해본 내가 누구보다 잘 알지만 핀트가 안 맞잖아. 아약스 시절을 재현해내고 있다, 아약스 시절을 능가했다고 하는데 아약스 & 네덜란드의 데용과 바르셀로나의 데용은 다른 캐릭터인 걸.

 

그리고 데용을 단순히 3선에 세운다고 '수비적으로 기용한다', '공격적인 재능을 썩히는 일이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게 아약스 시절을 되돌아보면 된다. 팀을 어떻게 만들어주고 어떤 캐릭터들을 조합해주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공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건 ETH의 아약스에서 증명된 바.

 

가끔 아약스 시절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일부분만 본 것 같고 어떨 때는 글로만 본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서 답답할 때가 있다.

 

이것과는 별개로 데용 같은 재능들을 공격쪽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용아약스 시절부터 그를 지켜본 나로서는 몇 가지 이유로 계속 아약스 & 네덜란드처럼 써야 한다고 보는데

 

1. 후방 지원이 필요할 때 박스 내까지 진입해서 밀집 수비를 이겨내고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기술적 역량은 드라마틱하게 향상될 것 같지 않다는 점.

 

나는 올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기록한 공격 포인트 대부분이 월등한 운동 능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쪽. 이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득점을 만들어낸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그럼에도 공격적인 재능이 탁월한 선수들이 밀집 수비를 상대하는 법들을 - 좁은 공간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이고 수비수와의 수 싸움으로 슈팅 & 패스 각을 만들어낸다거나 하는 - 데용에게서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계속 공격적으로 기용되면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2. 그의 탁월한 판단력과 우수한 신체 능력, 과감성은 3선에서 2인분에 가까운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것들이라는 내 개인적인 판단.

 

항상 데용을 논하는데서 빠뜨리지 않는 이야기는 빠른 상황 판단력과 그것을 실행하는 속도. 공격 전개 과정에서의 방향 설정과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는 능력은 네덜란드 대표팀에서도 역대급. 패스뿐 아니라 자신의 신체 능력(주로 속도)을 활용해 상대의 2~3선 수비를 단 번에 패싱할 수도 있고.

 

여기까지야 공격적으로 기용하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차이는 수비. 수비로의 전환 과정에서 아군의 진영으로 빠르게 복귀하고 오히려 이른 시점에 재탈환해서 재역습, 숏카운터로 나가는 데 있어서 그의 장점이 크게 발휘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고 전황을 뒤집을 수 있는, 역으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술적 포인트가 될 수도 있고 여기서 데용이 크게 빛날 수 있다는 게 여러 경기로 드러났다. 공격적으로 기용하느라 박스에 가깝게 위치시키면서 이러한 역량을 썩히는 것도 재능 낭비.

 

+ 아약스 & 네덜란드의 1.4.2.3.1에서 활약하다가 1.4.3.3을 기반으로 하는 바르셀로나로 가게 되니 피보테니, 메짤라니 하면서 혼돈이 생기고 이 과정에서 활용법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는 것 같은데 1.4.3.3으로 간다면 지금처럼 쓰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데 결국 데용의 역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쪽은 1.4.2.3.1이라고 보는데 공격의 숫자를 하나 더 늘리면서 중원의 숫자를 줄여도 리스크를 이겨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데용이라는 녀석이 가진 것이 워낙 많고 크기 때문이다. 1.4.2.3.1의 데용은 굳이 스페인식 표현을 빌리자면 메짤라이자 피보테였다.

 

물론, 여기에는 수비 국면에서 팀 차원의 체계적이고 근면한 압박, 4선의 간격 조정(타이트하게), 에너지 레벨 강화 등 제대로 구현되기 위한 여러 전제조건이 따라야 한다는 까다로움이 있지만 팀 레벨이 우수해진다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지.

 

+ 데용의 숨겨진 강점이 바로 피지컬. 무슨 근육질 몸매고 덩치가 좋아야 피지컬이 좋은 게 아니다. 속도와 순발력을 기반으로 한 폭발력과 빠른 방향 전환, 어떤 상황에서도 몸이 쉽게 열리지 않고 무너져도 금방 회복하는 밸런스 모두 피지컬에 기인한 것인데 여기서 최상급. 이걸 공격에만 쓴다고? 난 그게 더 낭비라고 생각하는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