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ivisie

21-22 아약스에 대한 기대 그리고 우려

낑깡이야 2021. 10. 26. 22:31

리그 8승 1무 1패, 37득점 2실점 골득실 +35

UCL 조별리그 3전 전승 11득점 1실점 골득실 +10

 

18-19시즌에 축구계를 뒤흔든 텐하흐 체제 아약스의 새로운 시즌 초반 성적표다. 압도적이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랄 만큼 대단하다. 리그에서는 이미 우승이 정해진 분위기에 18-19시즌 119득점, 20-21시즌 102득점에 이어 또 한 번의 100득점 시즌을 기대케 하고, UCL에서는 결승 문턱에서 좌절한 18-19시즌을 넘어서리라는 섣부른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기대

아약스는 놀라웠던 18-19시즌 이후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힘썼지만 여러 이유로 주축 선수들의 이탈을 막지 못했다. 18-19시즌이 끝나고는 F.데용과 데리흐트, 쇠네가 떠났으며 이듬해에는 지예흐와 반데벡, 벨트만이 그 뒤를 따랐다. 이에 텐하흐 감독과 아약스는 19-20시즌을 기점으로 체제 개편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외부 유입(리산드로, 알바레스 등)과 유스 자원 등용(흐라벤베르흐, 팀버 등)으로 새로운 팀을 만들어갔다.

 

이 작업이 시작된 지 1년 하고도 10개월이 흐른 지금, 비로소 텐하흐 2기가 완성된 것처럼 보인다. 지난 시즌까지는 강력함이 리그에 머무는 분위기였다면 올 시즌에는 이를 다시 유럽대항전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타디치, 블린트, 마즈라위 등 18-19시즌에 큰일을 했던 핵심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안토니, 베르하이스, 알바레스 등 근년에 팀에 합류한 선수들이 1기와는 다른 색채를 내는 데 일조하면서 '색다름'을 제공하고 있다.

 

베스트 11로만 평가하면 여전히 다수가 18-19 아약스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본인도 동의한다. 그러나 21-22 아약스의 강점은 선수단의 질적 강함을 일정 수준 유지한 가운데 양적 강함을 일궈냈다는 점이다. 18-19시즌에 주전으로 활약했던 탈리아피코와 네레스, 네덜란드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 중인 클라센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교체 & 로테이션 자원으로 활용될 만큼 선수단의 깊이가 깊어졌다. 이는 '유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주전급 선수 16~17명은 보유해야 한다'는 텐하흐 감독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다.

 

단순히 선수단만 강해진 것은 아니다. 텐하흐 감독의 강단 있는 선수단 운영과 다양한 전술적 아이디어가 클럽의 클래스를 올려놨다. 네덜란드 클럽 기준에서는 '사치'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만큼 비대해진 초호화 선수단을 강단 있는 리더십으로 이끌고 있으며, 시즌마다 전술적 아이디어를 제시해 팀의 발전과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 카멜레온 같은 텐하흐 체제 아약스

18-19시즌 : 1. 타디치의 가짜 9번 전략 2. F.데용 중심의 후방 빌드업 체계 구축

19-20시즌 : 지예흐-프로메스 커넥션 기반 필살의 공격 패턴 마련

20-21시즌 : 알바레스 투입으로 중원 체제 개편, 피지컬적 약점 보강

21-22시즌 : 베르하이스 10번 기용으로 '트리플윙' 전략 구사

 

[참조 1] 텐하흐 체제의 신무기 '트리플윙' + 미쳐버린 마즈라위
https://ajaxforce.tistory.com/605

 

[참조 2] 21-22 아약스의 2선 구성을 '트리플윙'이라고 표현하는 이유
https://ajaxforce.tistory.com/611

 

또한, 노련한 팀이 됐다. 과거, 아약스라고 한다면 '유망주의 산실'이라고 불릴 만큼 젊은 선수들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유럽대항전에서도 선수단 평균 연령대에서 항상 젊은 그룹에 속하는 팀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25.23세로 어느 때보다 높은 평균 연령을 기록 중이며 이는 UCL에서 한 조를 이루는 스포르팅(24.18세), 베식타스(27.22세), 도르트문트(25.14세)와 비교해도 낮기는커녕 오히려 높은 군에 속한다.

 

선수단 평균 연령대가 25세를 넘긴 건 07-08시즌(25.02세) 이후 14시즌 만의 일. 이는 항상 중요한 길목에서 노련미와 경험의 부족을 드러내며 좌절했던 아약스의 역사를 고려했을 때 반드시 언급하고 넘어갈 만한 긍정적인 변화다. 이를 통해 더는 어린 선수들의 발굴과 육성에만 얽매이거나 미래만 바라보지 않고 현재, 가장 중요한 성적을 내겠다는 클럽의 새로운 각오를 엿볼 수 있다.

 

# 점점 늙어가는(?) 아약스 : 텐하흐 체제 전후 5시즌 비교

텐하흐 부임 전 5시즌

12-13시즌 : 22.62세

13-14시즌 : 22.60세

14-15시즌 : 22.28세

15-16시즌 : 22.95세

16-17시즌 : 22.29세

 

텐하흐 부임 후 5시즌

17-18시즌 : 22.02세(중도 부임)

18-19시즌 : 22.39세

19-20시즌 : 23.09세

20-21시즌 : 22.59세

21-22시즌 : 25.23세

 

우려

이렇게 거침없어 보이는 아약스지만 세간의 평가는 '과하다'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우선 초반 일정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리그 10라운드, UCL 조별리그 3차전까지 진행된 현시점(21.10.26)까지 홈경기가 더 많았고(홈 8 : 5 원정), 홈 3연전과 2연전을 각각 1회씩 소화한 것과 달리 원정은 2연전 단 1차례에 불과했다. 또한,  스포르팅과의 UCL 조별리그 1차전(5-1 승) 이후를 기점으로는 홈에서 6경기를 치르는 동안 원정 이동은 단 2차례에 그쳤다.

 

이는 표면적인 기록과 경기력으로도 나타났다. 리그 기준으로 봤을 때 홈에서는 5승 1패, 27득점 1실점을 기록 중인데 원정 성적은 3승 1무, 10득점 1실점에 그쳐 상대적으로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 중이다. 또한, 원정 경기에서는 남미·북중미 선수들이 A매치 출전으로 결장하거나 벤치에 앉은 헤렌벤전(2-0 승)을 제외하더라도 트벤테전(1-1 무), 즈볼레전(2-0 승) 등 불만족스러운 경기력을 선보이는 빈도가 잦았다.

 

UCL과 빅 매치에서도 운이 따르고 있다. 스포르팅은 핵심 수비수와 주득점원의 부재로 정상적인 전력을 낼 수 없는 형편이었고, 베식타스는 부상, 코로나 등 악재가 겹치면서 그야말로 초토화된 상태였다. 도르트문트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주요 전력 일부가 빠진 채 아약스를 상대해야 했다. 한편, 슈퍼컵에서 아약스에 참패를 안겨준 PSV도 리그전에서는 학포-마두에케의 동반 결장으로 날개가 꺾이는 바람에 무기력했다.

 

팀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거나, 상대의 준비된 대응으로 전술 & 전략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경기에서도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강팀의 필수불가결 능력. 그러나 이러한 빈도가 잦아진다면 기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불안 요소다. 여기에 초반이지만 피지컬 팀의 지원과 원활한 로테이션이 더해져 선수단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관리 중인 점도 칭찬할 요소. 하지만 시즌은 길고 항상 고비 때마다 주축 선수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는 점에서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겠다. 

 

한편, 팀 단위 수비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고는 하나 공격에 많은 숫자를 두다 보니 최종 수비수들, 특히 1차 저지선 역할을 하는 알바레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도르트문트전(4-0 승)과 PSV전(5-0 승)에 전반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고를 받아 운신의 폭이 줄어든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그리고 수비수들의 신체적 열세도 토트넘을 만났던 18-19 UCL 4강에서 그랬던 것처럼 물리적인 힘을 앞세운 팀을 만났을 때는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