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3총사가 돌아왔다

낑깡이야 2015. 2. 20. 22:33

항상 햄버거와 콜라, 감자튀김처럼 세트로 묶이는 친구들이 있다. 반 바스텐과 훌리트, 레이카르트가 그랬고 클라이베르트-세도르프-다비즈 그리고 로벤-반 페르시-스네이더가 그랬다. 그들은 때론 동반자로, 때론 경쟁자로 항상 팬들 혹은 평론가들로부터 동시에 거론되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여기 한 세트가 더 있다. '반 페르시-훈텔라르의 후계자가 누구냐'고 물을 때마다 항상 동시에 언급되는 3인방이다. 바로 도스트-L.데 용-반 볼프스빈켈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불과 2014년까지만 해도 이들에겐 미래가 없어 보였다. 루크 데 용은 해외에서 힘겨운 생활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온 '실패한 유망주'라는 딱지가 붙었고 반 볼프스빈켈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저니맨(Journey Man) 신세가 되고 말았다. 도스트는 어떤가. 실패의 쓴맛을 본 여러 유망주처럼 그 역시 큰 기대를 받고 해외에 진출했으나 소속팀에서 오랜 시간 벤치만 지키는 백업 자원으로 전락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3인방은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랬던 이들이 2014/15시즌에 '와신상담'하고 있다. 도스트는 9골이 터진 바이어 레버쿠젠과의 난타전에서 무려 4골을 작렬,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뜨거운 사나이'로 다시 태어났다. 루크 데 용은 어떤가. 페예노르트전(4대3 승)과 AZ전(4대2 승)에 연이어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PSV의 고공비행을 이끌고 있다. 상대적으로 반 볼프스빈켈의 활약상은 초라해 보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공격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리게 1에서 고군분투하며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3총사가 돌아왔다.  


'헤라클레스'의 화려한 부활

헤라클레스에 갓 입단했을 때만 해도 아마추어 같은 그의 움직임에 비웃음이 쏟아졌다. 그러나 에레디비지를 대표하는 그리고 특급 공격수를 길러내는 데 능한 베르벡 감독과 얀스 감독을 만나면서 그는 완전히 달라졌다.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아약스로의 이적이 무산되고 우여곡절 끝에 진출한 독일. 그곳에서 그는 부상과 부진, 새로운 문화와 험난한 리그 적응에 고전하며 그렇게 팬들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랬던 도스트가 201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2015년에 치러진 공식전에서만 무려 9골(5경기)을 터뜨리며 볼프스부르크의 해결사이자 분데스리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2015년에 보여준 움직임과 마무리 능력은 헤렌벤 시절에 보여준 그 모습 그대로였다. 네덜란드 시절부터 대단했던 제공권까지 되찾는다면 오렌지 유니폼을 입는 건 시간문제. 과연 그는 반 페르시-훈텔라르를 위협할 존재로 성장할 수 있을까.


재기 노리는 쌍둥이 동생

트벤테에서의 이른 성공이 과도한 자신감을 심어준 탓이었을까. 주변의 충고도 그의 해외 진출을 막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른 해외 진출은 L.데 용에게도 독이었다. 형이 아약스에서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는 동안 동생은 독일과 잉글랜드를 떠돌며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다. 2시즌 동안 고작 6골. 이는 그에 대한 기대치와 거액의 이적료에 걸맞지 않은 것이었다. 이러면서 자신감을 잃어 갔고 L.데 용이라는 유망주는 여기까지인 것처럼 보였다.


그랬던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PSV. 이들은 L.데 용이 독일과 잉글랜드에서 쌓은 경험을 높이 사 데파이-나르싱을 도와줄 파트너가 되리라 기대했다. 사실 전반기만 해도 아쉬웠다. 공격 포인트를 차근차근 쌓았고 연계도 좋았으나 트벤테 시절에 보여준 날카로움이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연이은 공격 포인트는 자신감 회복으로 이어졌고 그를 다시 트벤테 시절에 빛나던 재능으로 되돌려 놓았다. 그 역시 내심 대표팀 복귀를 기다리고 있을 듯.


저격수의 조용한 추격

반 볼프스빈켈의 축구 인생은 한 번도 순탄한 적이 없었다. 비테세 유스 시절 '거물'이 되리라 생각했던 건 나뿐이 아니었을 터. 그러나 흐름을 탈 만한 시기에 항상 팀을 옮기며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비테세에서 위트레흐트로, 위트레흐트에서 스포르팅(포르투갈)으로 이적할 때가 그랬다. 그래도 스포르팅 시절까지만 해도 이러한 경험이 L.데 용-도스트보다 한발 앞서는 원동력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기대를 받고 입성한 잉글랜드 무대에서 그는 한계를 느꼈고 급기야 최악의 영입이라는 수모까지 당했다.


그렇게 그는 쫓기듯이 프랑스로 무대를 옮겼다. 그곳에서도 출발은 순탄하지 못했다. 제한된 출전 시간에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었다. 그러나 데뷔골을 터뜨린 경기를 기점으로 출전 시간을 늘려 갔고 선수들과의 호흡도 점점 좋아지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초기만 해도 그라델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그인데 이제는 도움을 주기도 하며 생테티엔 공격진의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는 과연 임대된 생테티엔에서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리고 멀어진 두 친구와의 격차를 좁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