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AZ를 상대로 4-0,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내용과 결과 모두 합격점을 줄 만한 경기였죠. 어느 하나 부진한 선수 없이 베스트 11과 교체 투입된 선수들까지 모두 제 몫을 한 경기였습니다. 프랭키 체제가 지향하는 축구를 100%에 가깝게 실현해냈다고 할까요. 그만큼 좋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데 제우의 중요성
월드컵에서 당한 부상의 여파, 월드컵-챔피언스리그 예선을 병행하면서 누적된 피로 등으로 기대 이하의 시즌을 보내고 있던 데 제우. AZ전에서 중요한 선제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최근 데 제우의 빈자리가 커 보였던 중원인데 확실히 중요한 시기에 기대에 부응하네요.
최근 데 제우가 부진하면서 에노의 파트너에 대한 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수아레스-엘 함다위가 동반 이탈한 지금, 데 제우의 공격력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많은 골을 터뜨리는 공격형은 아니지만 2선을 전진시키는 능력과 공간이 생겼을 때 과감하게 슈팅을 터뜨려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예. 현재 아약스가 보유한 수비형 미들 중엔 아무도 갖추지 못한 능력이죠. 특히 에릭센이 득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원톱으로 나서는 심 데 용도 폭발력을 갖추지 못한 지금, 2선-3선의 득점 지원이 절실한 아약스입니다. 3선에선 베르통언-토비 등이 분발해줘야 하고 2선에선 당연히 데 제우가 이를 해줘야 합니다.
친정팀이기도 하고 라이벌이자 영혼의 짝이었던 스하르스와의 대결 때문인지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 좋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터닝포인트로 봐야 할까요. 이날 MOM에 선정됐고 다가오는 유로파리그에서도 선발출격할 전망인데 기대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또한 스하르스에게 아약스의 매력을 잘 어필했길 바라고 하하.
에릭센의 공격력이 필요하다
엘 함다위가 결국 프랭키의 플랜에서 제외, 융 아약스로 강등당했습니다. 결국 공격진은 심 데 용 원톱에 에베실리오-에릭센-술레이마니가 보좌하는 형태로 꾸려질 전망입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라인업입니다. 경기의 균형을 깨뜨릴 킬러 본능을 지닌 선수들이 없는 진영이기 때문입니다.
술레이마니는 수아레스의 이탈과 주 포지션 탈환으로 프랭키 체제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고 에베실리오도 컵-리그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파괴력 넘치는 베렌스 같은 자원이 추가됐으면 합니다만 일단 리그에선 이 라인업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됩니다.
문제는 중앙의 골격이 되는 심 데 용-에릭센 라인입니다. 심 데 용은 괜찮습니다. 파괴력은 떨어지지만 조직적이고 꾸준합니다. 미드필더답게 연계에 대한 마인드가 확실하게 잡혀 있고 꾸준히 1골씩 적립해주고 있습니다. 체격조건이 좋아 수비수와의 몸싸움에서도 지지 않고 피딩을 확실히 해주죠.
그러나 에릭센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공을 잡았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언제나 움직임은 좋습니다. 기동력도 갖췄고 공간에 대한 이해력이 좋죠. 하지만 마무리가 아쉽습니다. A1에서의 득점력을 A팀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슈팅 타이밍을 잡는 데 능숙하지 못하고 침착하지 못하다 보니 나오는 문제입니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입니다. 심 데 용이 만들어주는 공간을 침투해 수비진을 파괴하는 모습까지는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항상 마무리가 미숙해 골키퍼들을 돋보이게 하죠. 이것은 측면과도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에릭센이 이를 스스로 해결해낸다면 지금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다면 측면에 더욱 파괴력을 갖춘 선수를 추가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아약스의 공격력은 에릭센이 풀어야 할 숙제인 셈입니다.
100%에 가까워지는 조직력 그리고
이제 거의 완성단계에 다다랐습니다. 현역 시절 유럽 최고의 리더십을 자랑했던 프랭키답게 팀을 하나로 만드는 법을 상당히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의 아약스는 상당히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잘 만들어진 '팀'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특히 수비조직력과 중원 장악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죠.
주축 선수들, 특히 수비수들의 이탈을 최소한으로 막는다면 프랭키 체제는 당분간 순항을 거듭할 것입니다. 02/03 UCL에서 돌풍을 일으켰을 때도, 03/04 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모두 수비가 중심이었습니다. 02/03은 키부가 있었고 03/04는 혜성같이 등장한 헤이팅하가 있었죠. 그리고 두 시즌 모두 2선에는 갈라섹이 있었구요.
그 역할을 베르통언과 에노, 데 제우 등이 해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갈라섹의 역할을 추가 영입(스하르스가 최선)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를 시도할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여하튼 반 더 헤이덴이 가세하는 차기 시즌에 수비진 뎁쓰가 더욱 두터워지는 만큼 기대를 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단순히 베스트 11의 성장만을 지켜볼 것이 아니라 선수진 전원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시비타니치는 고생하고 돌아온 만큼 훨씬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선수로 변했고 백업으로 전환, 부담을 던 아니타는 측면에서도 중앙에서도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올 시즌 2위 탈환을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만 프랭키 감독과 팀은 우승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마음가짐도 장기레이스를 치르는데 큰 도움이 되겠죠. KNVB컵은 당연히 들어 올릴 것이라는 믿음과 유로파리그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